온갖 꽃이 만개해 온 거리가 울긋불긋하고 그 안에서 울려 퍼지는 벚꽃엔딩에 사람들의 기분이 한껏 떠오르는 봄. 하얀 눈이 오기를 기대하며 여기저기를 성탄 캐럴로 채우는 거리에서 식당 곳곳에서 피어나는 맛있는 요리들의 냄새에 크리스마스 냄새가 묻어나는 화려한 겨울. 이와 같이 완벽하게 아름다운 계절이 되면 아이러니하게도 우울증에 걸리거나, 자살하는 이들의 숫자가 그렇게 많아진다고 합니다. 이상하지 않나요? 남들 다 즐겁고 다 신나는 이렇게 좋은 계절에, 이렇게 좋은 날에 대체 왜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건지. 이러한 현상을 이해하지 못해 그들을 단순히 평소 사회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한 부적응자로 취급하는 사람들도 종종 있습니다. 하지만 이것은 심리적인 면에서 보면 충분히 이해 가능한 일입니다.
이것은 군중 속의 고독이라고도 불리고, 다른 말로는 고독한 군중이라고도 불리는 현상입니다. 물론 사전적 의미와 제가 말하려는 설명은 살짝 다르지만요! 군중 속의 고독이란 미국의 사회학자 데이비드 리스먼이 1950년에 출간한 그의 저서 <고독한 군중>에 등장하는 용어입니다. 대중사회 속에서 타인들에 둘러싸여 살아가면서도 내면의 고립감으로 번민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성격을 말하는 것이죠. 이것은 세상 살이가 각박해진 현대에 이르러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쯤은 경험해본 그런 현상인데요. 자신이 여태껏 학습해온 사교성과 타인의 생각이나 관심을 예민하게 살피는 법, 그리고 그 안에서 격리되면 안 된다는 노력들이 그 사람의 내면과 맞부딪치며 분명 기뻐야할 상황인데도 속으로는 외로움을 느끼는, 자신의 속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에 주위에 사람이 있음에도 점점 그 사람들과 격리되는 느김을 받으며 그 속에서 고독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많은 문학 작품들 속에서 현대인을 비추는 자화상으로서 많이 사용되었던 소재였으며, 실제 이것으로 인해 우울증을 앓거나 심한 경우 자살을 선택하는 이들까지 많아지고 있습니다.
주위가 찬란하게, 화려하게 빛나고 세상 어디서나 흥겨운 노랫소리가 흐르며 그 어떤 환경 하나에서도 이런 기쁜 날 슬픈 감정은 허용치 않겠다는 느낌이 사람들을 자극하면 군중 속의 고독은 더욱 심해집니다. 빛이 강해지면 그림자가 더욱 짙어지듯이 주위는 이렇게 아름답게 빛이 나는데 자신은 초라하기 짝이 없게 느껴지며 그 사이의 괴리감이 그 원인입니다. 이것은 굳이 봄 벚꽃철이나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그러한 괴리감과 고독을 느낄 수 있는 때라면 어느 때나 나타날 수 있지요. 이것은 생각보다 다양한 장소에서, 다양한 관계 속에서 드러납니다. 당신이 ‘그 사람은 정말 활발하고 긍정적인 사람이야!’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알고 보면 군중 속의 고독으로 고통 받는 사람일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대체 왜일까요? 왜 그렇게 많은 현대인들이 그러한 현상을 겪게 되는 것일까요?
우리에게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면의 모습과 어릴 적 부모의 영향과 가정 교육을 통해 형성되는 무의식이 존재하는 내면의 모습이 있습니다. 보통 이 외면의 모습과 내면의 모습은 같은 모습을 디기 힘들고, 내면 그대로를 외면으로 드러내는 일도 드문 편입니다. 이 둘 사이의 괴리란 늘 존재하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대체 뭐가 문제일까요? 사실상 내면의 모습과 외면의 모습간의 괴리는 굉장히 경미한 것이고, 이것을 알아차리는 경우도 드물기 때문에 괴리감이 있어도 우리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넘어가 문제가 생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을 둘러싼 상황들이 자신을 옭아매거나 어떤 일련의 행동 양식을 끊임없이 요구하며 그것에 속으로 반발심이 들지만 그것을 적절히 표출하지 못하게 되는 경우 그것은 군중 속의 고독으로 이어집니다. 모두가 그러한 상황에 적응해 자연스러운 모양새로 살아가고 있지만 자신은 그것에 적응하지 못해 이렇게 동떨어진 기분으로 이 곳에 존재하고 있다는 느김. 그 느김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자신을 격리시키고 모든 신경이 자신이 현재 느끼는 자괴감, 우울감에 집중 되기 때문에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내면과 외면의 괴리가 평소보다 (그리고 실제로 존재하는 것보다) 더욱 큰 것으로 느껴지고, 결국 과도한 우울감으로 인한 영향으로 신체의 건강이 악화되거나 최악의 경우까지 이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이러한 군중 속의 고독은 그 사람을 언제나 따라다니는 경우도 있고, 어쩌다 한 번씩 마치 감기에 걸리는 것처럼 갑자기 찾아왔다 얼마 지나지 않아 또 홀연히 사라져 버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것을 고치거나 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최대한 가지거나 고독한 기분을 환기시킬 만한 다른 방법을 찾음으로써 그것을 완화할 수는 있지만요. 그 방법밖엔 없지요. 될 수 있다면 자신의 친구나 가족, 있다면 연인에게 자신이 현재 어떻게 외로운지, 어떤 기분을 느끼는 지 이야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것을 당장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 말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그 감정들을 환기할 수 있는 효과를 냅니다. 그러니 최대한, 자신이 믿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다니세요. 그게 좋습니다. 또는, 자신이 기분이 안 좋을 때, 어쩐지 외로움이 느껴질 때 할 만한 것들을 미리 찾아서 습관으로 들이는 노력을 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운동을 하거나, 그림을 그린다거나, 맛있는 걸 만들어서 먹는다거나 하는 활동을 하거나, 전에 보았던 재밌는 영화 내용을 떠올리거나 얼마 뒤 있을 즐거운 이벤트를 떠올리는 것도 좋습니다. 그것은 현재 자신이 처한 고독한 상황을 해결하는데 도움을 주고 자신의 관심을 현재 자신의 고독한 감정에서 다른 즐거운 일들로 돌릴 수 있게 합니다. 고치는 건 안되지만 어떻게든 그 방향과 형태는 바꿀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건 역시 마음가짐입니다. 이 마음가짐이 실제의 자신에게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큽니다. 자신의 마음가짐에 따라 자신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하고 불쌍한 사람이 될 수도, 이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서, 이 세상 모든 것을 가진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어떤 것 때문에요? 자신의 마음가짐에 달렸습니다. 힘들더라도 긍정적으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암시를 주는 연습을 해보세요. 당장은 이게 뭐하는건가 싶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자신에게 가장 큰 힘을 주는 습관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