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 새벽 맨발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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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자연의 품이 전해주는 폭닥함과 아늑함이 발바닥을 감싸며 온몸의 신경선을 타고 올라와 물리적 거리는 가장 멀지만 정서적 거리는 가장 가까운 뇌로 전달되자 행복감이 가득 밀려온다. 나를 들여다보는 지금 이 순간 오직 발바닥에만 집중하며 떠오르는 느낌들의 줄기를 살며시 끌어당겨 메모장에 풀어놓아 본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상대적이다. 음이 있으면 양이 있다. 어둠과 밝음이 있고, 차가움과 따뜻함이 있다. 바로 지금 이 순간 맨발걷기를 하며 발바닥으로 전해지는 느낌들이다. 이들 중에 그 상대 되는 존재가 없다면 어떻게 서로를 느낄 수가 있겠는가.

우리는 늘 상황에 따라 자신에게 유리한 것만을 취하고, 불리하다고 생각되는 것은 멀리하는 경향이 있다. 오직 자신의 개인적인 유불리만을 따지는 것이다. 사실은 개인적인 유불리도 항상 유리하거나 불리한 것도 아닌데 말이다.

나를 비롯한 이 세상 모든 존재들은 그들만의 존재 이유가 있다. 나의 잣대로만 판단해서는 안 된다. 우주가 운행되는 원리에 따라 모든 존재가 필요하며, 자신의 자리에서 각자의 역할을 다 할 때 조화를 이룰 수 있다.

오늘도 근린공원 흙길을 맨발로 걸으며 내몸의 감각에 집중한다. 한걸음 한걸음 내 삶의 소중한 발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발바닥으로 스며드는 색다른 감촉들을 하나씩 느껴 본다.

발걸음을 옮기는 속도는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더 많이 더 오래 걷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가능한 한 발바닥에 모든 의식을 집중해본다. 시시때때로 변화하는 그 느낌속으로 온전히 젖어들어 본다. 한걸음 한걸음에 몰입할 때마다 나의 감각이 되살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감각이 깨어나면 나의 의식도 밝아지리라. 순간적인 감정이 내 앞을 가로막을 때 이를 알아차리고 슬기롭게 판단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으리라.

대자연의 어머니인 대지의 품안에서 나는 지금 맨발걷기를 하고 있다. 지구별 맨살이 뿜어내는 사랑의 온기를 느끼기도 하고, 무지몽매한 나를 깨워주는 엄한 채찍과도 같은 냉기를 느끼기도 한다.

온기와 냉기는 서로 공존하는 상대적인 존재다. 어느 한쪽만이 내게 좋다는 이분법적인 생각은 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온기와 냉기를 만났을 때, 이들을 받아들이는 나의 태도나 마음가짐이다. 다시 말해서 이들을 어떻게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내가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수도 있고, 반대로 나의 평정심을 잃게 하여 파멸에 이르게 할 수도 있다. 어떤 결과를 얻게 될지는 결국 자신에게 달려 있다.

나에게 항상 좋은 것만 있는 것도, 나에게 항상 나쁜 것만 있는 것도 아니고 매 순간 내가 선택하는 것임을 명심하고 또 명심해야 한다. 이 세상 모든 존재는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각자의 역할을 할 뿐 나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작용해야겠다는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맨발걷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새벽은 어김없이 살아 숨 쉬고, 달빛이 내 마음속까지 환하게 비춰주며 즐거운 하루를 기약해 주는듯 평온한 엄마의 표정을 짓고 있다. 아파트 뒷골목 가로등도 흐뭇하게 날 반기고 서 있다. 모두가 고맙고 또 고마운 존재들이다. 저들처럼 나의 존재도 이 세상 그 누군가에게 고마운 존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하루를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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