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우리는 경북 상주에 귀농하여 2016년 10월 5일 제주도로 이사오기까지 시골 생활을 했었다.
9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었다.
'어쩌다 귀농'이라는 제목으로 우리의 귀농이야기를 연재해볼 생각이다.
요즘은 편리한 탈것이 많이 있다.
사람이 타고 다니는 자가용부터 짐을 실어나를 수 있는 트럭까지 다양한 모델이 있어서 내게 필요한 것을 선택해 사용한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전혀 볼 수 없는 시골의 중요한 탈것이 하나 있다.
바로 자가용과 트럭을 겸하는 핫한 아이템인 '경운기'이다.
시골에서 이 경운기는 하는 일이 참 많다.
먼저 사람의 이동수단이 된다.
거의 사람이 걸어가는 속도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이것도 개조를 하면 꽤 빠른 속도로 달릴 수도 있다.
그리고 시골할아버지들은 다들 경운기가 그들의 이동수단이기도 하다.
경운기는 짐을 실어나르는 일도 할 수 있다.
뒤에 짐칸이 있어서 사람이든 짐이든 실어 나를 수 있다.
경운기가 오래된 탈것처럼 보여 구닥다리처럼 느껴지지만, 그래도 이 짐칸이 덤프도 가능하다.
그러니 시골에서 경운기는 화물용으로도 아주 유용하게 쓰인다.
특히 트럭이 들어가지 못하는 논두렁 밭두렁을 내달릴 수 있는 건 경운기밖에 없다.
그리고 시골에 살면서 알게 됐지만, 경운기의 진짜 역할은 '경운'을 하는 것이다.
즉 땅을 가는 일을 할 수 있다.
뒤에다 어떤 장치를 장착하는냐에 따라서 땅을 가는 경운기가 되기도 하고, 벼를 심는 이양기가 되기도 하고, 물을 퍼올리는 양수기로도 쓸 수 있다.
게다가 경운기가 있으면 면세유 혜택도 받을 수 있다.
이렇듯 시골에서 경운기는 팔방미인이다.
우리도 나름 귀농을 했으니 농사꾼의 필수 아이템인 경운기를 장만했다.
사실 이것저것 알아봐서 귀농 지원같은 걸 받았으면 좀더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었을텐데, 우린 연고도 없는 상주에 홀로 귀농한 상태라 지도 편달해주는 사람도 연줄도 없었다.
그래서 그냥 우리돈 다 주고 살 수밖에 없었다.
뭐 시골에 이런 저런 지원이 많지만, 그것을 타서 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연줄이 있어야 한다.
시골은 아직도 그런 인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남편은 경운기를 어디서 사는 줄도 몰랐다.
우리 마을에는 슈퍼, 음식점, 관공서 등 편의시설이 아무것도 없었기 때문에 옆 마을에 있는 농기구 센터에 가서 아저씨가 하라는 대로 경운기에 옵션을 장착해 구매했다.
생돈 700만원이 그대로 들어갔다.
뭐 그게 비싼 건지 싼 건지도 모르지만, 아무튼 우리가 산 경운기의 가격은 700만원이었다.
태어나서 한번도 경운기를 몰아보지 않는 남편이 경운기를 끌고 집으로 오는 장면이 너무도 신기해서 동영상으로 찍어 두었다.
뭐, 사람이 걷는 것보다 더 느리다.ㅋ
(화질 좋은 것으로 싸이월드에 올려뒀었는데... 현재 싸이월드에서 사진이나 동영상을 제대로 건질 수가 없다...ㅜㅜ)
동영상에서도 보여지지만, 우리는 내가 타고 다니던 마티즈 승용차와 남편이 중고로 300만원 주고 산 1톤 트럭이 있었다. 시골에서는 이렇게 차가 두대가 있으면 부자다.^^
그런데 경운기까지 장만한 것이다. 사실 뭣도 모르고...
골목에서 마당으로 차가 쉽게 들어오게 하기 위해서 대문을 없애고 담도 조금 무너뜨렸다.
이것도 사연이 있는데, 분명히 집 주인이 대문을 없애는 걸 허락해 주었었는데, 나중에 이사가려고 하니 대문을 원상복귀를 하라는 둥 이상한 소리를 해서 좀 트러블이 있었다.
어쨌든 허락 받고 한 일이라 그냥 이사나올 수 있었지만, 이 집을 나올 때는 좀 안 좋았다.
전에도 말했지만, 이집은 아는 사람의 아는 사람을 통해서 무료로 얻는 집이라서 집세를 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4년 정도 사는 집세로 화장실을 현대식으로 수리해준 것과 보일러를 놔 준것으로 충분히 보상은 했다고 생각한다.
시골집을 구하기는 어렵지만 구해도 일년 사용료인 '년세'를 내도 십만원 정도밖에 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대문은 없앴지만, 250만원 들여서 현대식 화장실을 만들어 준 것이면 4년 산 값으로 충분했다.
나중에 동네분들에게 들었는데, 우리가 이사 나가고 이집은 다시 폐허가 되었다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해서 구입한 경운기는 우리가 시골에서 이사 나올 때까지 우리와 함께 있기는 했지만, 그렇게 쓸모가 많지는 않았다.ㅜㅜ
요즘은 농기구들도 너무 좋아져서 아무래도 경운기는 할아버지들이나 몰고 다니는 오래된 농기구였던 것이다.
우리가 귀농해서도 그닥 쓸모없었던 경운기, 귀농살이 내내 10번도 운행을 안 했으니까.
지금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절대로 경운기는 살 필요가 없다고 말해주고 싶다.
경운기는 운전도 어려워서 사고 위험도 많고, 아무튼 그닥 쓸모가 없다.ㅜㅜ
어쨌든 우리는 시골생활의 상징인 경운기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