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소모적인 것 세가지를 고르라고 하면 정치인들이 국회밖에서 싸우는 것, 속도가 너무 느리다고 ISP업체에 전화걸어서 따지는 것, 그리고 짝사랑이다. 나오는 것 전혀 없으면서 힘은 힘대로 들고 진척도 없고 지리지리하며 남는 것도 없이 고생만 시키는 것들이다.
짝사랑.
10살짜리 어린아이도 이게 무슨 뜻인지 다 알고 있는 이 단어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 보다 굉장히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일단 기본 원칙은 "혼자 좋아함"이다. 이 기본원칙에 수많은 파생이 있는데 상대방은 모른채 혼자만 좋아하는 것, 상대방이 싫어하는데 쫓아다니는 것, 좋아할 수 없는 상대를 좋아하는 것 등등 유형별로 정리하기 힘들만큼 많은 형태를 가지고 있다.
나이 스물을 넘긴 사람이라면 아픈 짝사랑의 기억 하나쯤은 가지고 있고, 친구의 짝사랑 고민상담 한번 안해 준 사람도 없으며 영화, 만화, 드라마에서 짝사랑이 한번 쯤 안 나와주면 이야기가 풀리지 않을 정도로 언제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짝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을 맞닥드리게 되면 그 어떤 사람이든 당황하게 된다. 마음의 준비도 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길고 긴 여정은 이미 시작되어버렸고 그 긴 시간동안 겪게 될 고통과 괴로움들을 생각하면 머릿속이 아득해질만큼 아찔해진다.
그럼에도 그만둘 생각을 하지 못하는 것은 그 사람의 얼굴만 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목소리만 들어도 얼굴 빨개지며 그 사람 생각만 해도 아드레날린이 솟구치는 그 짜릿함이 마약만큼이나 강렬하기에 그 고통을 감수하며 한걸음 한걸음 옮겨가는 것이다.
짝사랑을 끝내는 방법은 간단하다. 고백을 해버리거나 포기 해 버리거나.
그렇지만 그 어떤 것도 하지 못하는 것은 가슴속에서 끊임없이 세뇌시키기 때문이다. '아주 끝내버리는 것 보다는 그래도 짝사랑이라도 하는게 좋잖아'라고. 그런데... 그게 정말 옳은것일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방관하고 있는게 더 바보같은 짓 아닐까?
사랑이라는 단어가 붙으면 일단 어려워진다.
짝사랑... 언제나 끝낼 수 있을것인가. 아니 끝내는게 가능하긴 한 것인가.
내 개인적인 생각을 말하자면 짝사랑이란 그 어떤 것 보다도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움직이지 않는 사랑이란 사랑이라기보다는 집착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짝사랑이란 나름대로의 진화과정을 가지고 있다.
[상대방은 모른 채 혼자서 좋아함(1단계) --> 상대방이 짝사랑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됨(2단계) --> 상대방이 자신의 짝사랑에 반응을 보임(3단계) --> 결정(4단계)]으로 변화하게 되고 그 사이사이에 어떤 요소가 작용하여 진화하게 되었는지에 따라서 4단계가 "수락"이 될지 "거절"이 될지 정해진다.
예를들어 1단계에서 2단계로 갈 때 "내가 짝사랑 하고 있다는 것을 주변 사람들이 하는 이야기를 통해 알게 됨"이라는 요소가 작용하게 되면 상대에게 그다지 좋은 영향을 주지 못하고 3단계로 진화되었을 때 "거절"로 가게 될 확률이 훨씬 더 높아진다. 이것보다는 "좋아하고 있다는 사실을 넌지시 표현함"이라는 요소가 작용한다면 "수락"쪽으로 가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물론 상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나도 1단계에서 2단계로 진화시키지 못해서 버벅대고 있는 이 마당에 길게 이야기 주절거리기도 민망하지만 이렇게 떠들기라도 해야 방법이 생기는 것 아니겠는가.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짝사랑. 성공의 그날을 위해서 한걸음 한걸음 걸어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