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플로리다 달팽이 @floridasnail 입니다.
@sochul 님의 마스터 님께서 쓰신 한터키우기 글이 별 거 아닌 제 이야기도 털어놓게 해주십니다.
아이들이 어릴 적, 밤에 아이들을 재울 때면 침대 맡에서 오늘 하루 가장 좋았던 일과 나빴던 일이 무엇인지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방을 나오곤 했다.
큰 아이가 4학년에 올라간지 한 달 정도 지났을 한 밤, 새삼스럽지 않은 엄마의 질문에 아이가 갑자기 숨죽여 흐느껴 운다. 아이들이 서글프게 울면 엄마의 가슴은 찟어진다. 차라리 떼쓰는 울음이 나을 것이다.
원래 말 없는 녀석을 살살 달래어 물어보니 학교에서 노는 시간마다 잡기 놀이를 하면 두 녀석이 'go get the Chenese boy - 저 중국애 잡아' 소리치며 쫒아온단다.
아, 때가 온 것이다... 유치원에 들어가면서 부터 지레 걱정했던 것이 드디어 이제 4학년이라는, 자아가 생기기 시작하며 빠르면 사춘기에 접어드는 나이에 나타난 것이다.
700 명이 넘는 학교에 한국 아이라고는 우리 아이들 둘 밖에 없다. 필리핀, 인도 아이들을 포함해도 아시안 학생은 다섯손가락을 넘지 않는다.
어릴 적부터 계속 이야기를 해줬었다. 너희는 special 하다고. (different 라는 단어보다 special 이란 단어를 써주고 싶었다.) 너희는 그렇게 special 하기 때문에 조금만 잘해도, 조금만 못해도 다른 사람들의 눈에 잘 띄일 거라고. 그러니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잘하자고 늘 이야기했었다.
그날 밤, 아이에게 말해줬다, 그 아이들이 너를 싫어해서 그러는 게 아니라 몰라서 그러는 거라고, 세상에는 여러 대륙이 있고 아주 많은 나라가 있으며 다른 인종들이 있다는 것을 그 아이들은 아직 몰라서 그런다고.
네가 이해시켜줘야 한다고. 네가 그 아이들보다 더 넓은 세상을 알고 있으므로 네가 알려줘야 한다고. 일단 네 스스로 해보라고 이야기해줬다.
하지만 며칠 후에도 아이의 얼굴에 그늘이 져있다. 아직 이런 상황을 혼자 헤쳐나가기에는 어리다. 그럼 다음 단계이다. 항상 한발자국 물러나 있는 이 엄마는 아이에게 담임 선생에게 먼저 이야기를 해보라고 했다. 불행하게도 경력이 전혀 없으신 첫 해의 담임 선생님이다. 애만 달래고는 아무런 반응이 없다.
다행이 하늘이에게는 일주일에 하루씩 특별 수업을 받는 영재반 선생님이 있다. 연세와 경력도 많으시고 우리 아이를 참 예뻐해주시는 분이니까 그 선생님께 상의드리라고 했다.
동시에 나도 나설 차례이다. 나는 교장에게 이메일로 면담 요청을 한다.
미국에서 가장 많이 써먹는 "diversity"라는 단어를 넣어서.
영재반 선생님께 당장 이메일이 온다. 기가 차게도 이 두 아이의 엄마들이 이 학교 선생님들이란다.
두 엄마(선생님)의 반응은 아주 다르게 나온다.
한 명은 "I am sorry to hear that."...
오해하지 마시라, 여기서 "I am sorry"는 미안하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그런 일이 있다니 유감이다 이 정도이다. 일본한테 배웠나...
다른 한 명은 아이를 데리고 같이 우리 아이 반에 와서 아이에게 직접 사과하게 했단다.
이러한 차이는 아이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문제일지도 모르겠다.
교장도 아이들을 불러 개별 상담을 했다고 한다. 교장은 내게 아이와 상담한 내용을 알려주며, 지역 교육국에 정식으로 보고하고 싶은지를 묻는다. 나는 우리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는 이제 괜찮단다. 이렇게 일단락 짓기로 했다. 일단락이다... 3년 후의 악연은 다음 편에...
사실 별거 아닌 일이다.
또한, Bully(왕따)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그 학생들과 떼어 놓는다고 해서, 학교를 옮긴다고 해서, 사회에 나간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는 것이다. 오히려 아이에게 백신을 맞춰준 기분이다. 통증도 있었고 열도 좀 있었지만 이젠 항체를 가지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 것이다. 평생 무균실에서 살 순 없으니까.
또 한가지, 부모들과 선생님이 이렇게 나섬으로써 아이는 보호받고 관심받고 있다는 믿음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인생의 비타민이다.
나는 오히려 우리 아이가 왕따시키는 아이가 되는 것이 더 싫다.
우리 아이가 왕따를 당하는지 항상 걱정스럽게 지켜볼 것이 아니라, 우리 아이가 왕따를 시키지는 않는지를 항상 염려하는 부모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왕따시키는 아이들의 부모가 걱정하는 염려의 글이 더 많이 올라왔으면 좋겠다. 가해자가 없으면 피해자도 없을테니까.
약자들이 보호받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의 일상] 미국에도 계급이 존재한다? (우선순위라고 하자)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한 우리 큰 아이 자랑도 한번 합니다~
P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