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가 투자에 영 얼빵한 것을 안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부모로부터 "너는 봉급쟁이나 해라. 네가 장사하면 망한다"고 줄곧 말을 들어왔다.
이러한 말들이 나를 규정했다.
나는 지금 착실한 직장인이다.
직장인으로서 봉급을 또박또박 받아 생활하고 있다.
내 나이를 밝히는 것이 되겠지만, 나는 IMF가 오기 1년 전에 졸업해서 다행히 직장을 마련할 수 있었다. 조금 늦게 취직하겠다던 친구 중에 많은 수가 장기간 동안 아예 직장을 잡지 못한 경험을 했다.
나는 내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봉급을 받는 것이 한 동안 자랑스럽기까지 했다.
나는 그리 봉급이 많이 받는 직종에 종사하지 않기 때문에, 또 서울 인근에서 생활하려면 높은 집세를 마련하는 것도 무척 벅찼기 때문에, 거의 저축을 한 적도 없고 투자라는 단어는 나와는 아주 멀고 낯설었다.
나는 집도 없다.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집도 전세집이다. 나는 매우 보수적인 투자 태도를 가졌다. 집마저도 언제 집값이 하락할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집을 사느냐면서 사지 않고 버티고 있다.
사실 너무나 높은 집값은 도저히 내 수준의 월급으로 살 수 없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내가 아주 가난뱅이는 아니다. 그래도 사회에서는 중산층에 속한다고 자부하면서 살았다. 물론 갖고 있는 자산으로 따지면 중산층에 한참 못 미치지만. 벌고 있는 소득은 도시 봉급생활자의 평균을 조금 넘는 수준이니 중산층이 아니겠느냐면서 스스로를 안위했다.
집도 사지 않는 보수적인 마인드는 아무래도 어렸을 때부터 들어온 부모의 말소리가 나에게 영향을 미쳐서 형성되었을 것이다. 지금도 가끔씩 "내가 투자를 하면 정말 망할까?" 하는 의문을 품고 나중에 직장에서 나오면 자영업이나 해 볼까 한다. 그래서 당당히 성공하고 싶다. 나도 장사해서 성공할 수 있다고.......
그런데 장사를 하려면 밑천이 있어야 한다. 최근 암호화폐 이야기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나중에 퇴직 후에 하게 될 장사의 밑천을 마련하려는 것이었다.
빗썸에 회원 가입하고 난 뒤에 드디어 암호화폐에 투자했다.
내가 고른 종목은 아이콘이었다.
사실 내가 아이콘에 대해 잘 알아본 것은 아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여러 블럭체인 시스템을 연결한다는 것과 우리나라 스타트업이 개발했다는 것뿐이었다.
사실 나는 국산품 애용론자는 아니지만 같은 가격이면 될 수 있는 한 국산품을 쓰는 편이다.
크게 알아보지 않고 소액의 아이콘을 구매했다. 구매한 후 아이콘은 엄청나게 떨어졌다.
투자에 있어서는 "초심자의 행운"이라는 말이 있다.
이 초심자의 행운도 나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모양이다.
사자마자 줄곧 떨어졌으니까.
추락하는 가격을 보고 내가 한 대응은 "물타기와 고점매도"였다.
사실 10만원어치를 산 뒤 떨어졌으니까 다음에 떨어졌을 때에 또다시 10만원어치를 산다.
그리고 조금 반등하면 5만원 정도를 팔았다. 또 다시 하락하면 다시 10만원어치 사고 다시 5만원어치 팔고...
이런 식으로 반복하다 보니 수익은 커녕 계속 손해만 늘어났다.
아래 표에서는 얼마 손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손해는 10만원에서 20만원에 상당하다.
내가 암호화폐 투자 경험을 통해서 배운 것은 "돈은 쉽게 벌리는 것이 아니다"라는 사실이다.
역시 세상에는 공돈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사실 나는 암호화폐에 투자하기보다는 컴퓨터를 구매했다.
비트코인을 채굴했던 선구자처럼 나도 새로운 코인을 발굴해서 채굴하려는 것이었다.
이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채굴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대부분의 코인 채굴은 그 채산성 수준이 거의 전기세나 벌면 족한 수준이었다.
간혹 전기세를 훨씬 넘는 코인이 존재하기는 하는데, 10일 정도 코인을 채굴한 다음에 거래소에 가면 처음 코인을 채굴할 때의 가격에서 엄청나게 폭락한 뒤라 또다시 전기세 수준으로 환원되곤 했다.
물론 코인을 채굴하는 것은 재미가 짭짤하다.
그래서 아예 거래소에서 거래되지 않는 코인을 채굴해서 그냥 갖고 있기로 했다. 그 후 10여종의 코인을 채굴했고 내 컴퓨터에는 그런 코인이 저장되어 있으며 채굴 노하우를 익힐 수 있었다.
적어도 simplewallet이라든가 daemon이 뭐고 이들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배치 화일(.bat)을 작성해야 하는지, Cli 지갑과 GUI 지갑의 차이, .... 등등
지난 한 달간 암호화폐의 효용성과 쓸모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현장에서 암호화폐를 채굴하기 위해 어떠한 작업이 이루어져야 하는지를 체험했다.
이번에 한 코인 투자는 과연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겠다.
연일 비트코인은 하락하고 있고 알트는 더욱 하락하고 있다.
내가 선택한 코인은 국산일 뿐 그 기술력이 검증되거나 앞으로 세계적으로 각광을 받게 될 코인으로 인식되어 있지는 못한 것 같다. 또한 나와 같은 투자자가 그 가격을 끌어올린다고 해서 올려질 것 같지도 않다.
다만 투자에 대해 아주 보수적으로 접근했던 내가 이렇게 변한 것은 분명하다. 과연 내가 퇴직한 후 장사를 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 그것보다 장사 밑천이나 마련할 수 있을까? 의문이 있지만 초기 투자 실패를 통해서 장기적으로는 기회를 확보하는 법을 배운 셈이니까 크게 실망하지 않으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