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담수첩] 아름다운 퇴장 - 보고있나?(feat. 정현)

eternalight(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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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경기를 운이 좋게도 라이브로 함께 하게 되었다, 비록 전체를 다 보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경기 후 하이라이트에서는 느낄 수 없는 생동감과 박진감은 오로지 생중계에서만 느낄 수 있는 쾌감이다. 경기 중간마다 전해졌던 찌릿함은 마지막 공이 빗겨나는 순간, 온몸의 신경이 솟아오르는 전율로 전해지며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벅차오름이 다가왔다.


작년 이맘때에도 전설(로저 페더러)과 전설(라파엘 나달)이 맞붙었던 결승 경기를 보며 비슷한 감정을 느꼈었던 것 같다. 평소 테니스에는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그들의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기에 오늘처럼 중간부터 관전하며 경기 내내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난다. 황제 페더


이곳부터 잘려 있던 글을 찾을 수 있게 되어 다시 한 번 dakfn@dakfn님께 감사드립니다.
페더에서 잘린 것을 보니 오늘은 정현선수가 이기려나 봅니다. 러부터 수정을 이어가겠습니다.


러의 태양은 이미 저물대로 저물러 있었고, (내 멀어지는 관심과 함께) 떠올랐던 신성도 이미 정점을 찍고 내려올 준비를 하고 있었다. (비록 내 관심에서는 멀어졌지만) 그래서 그 세기의 대결은 이기고 지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서는 무엇을 느낄 수 있었다.

공이 네트를 사이에 두고 왔다 갔다를 반복한다. 모두가 숨죽여 지켜보는 가운데 두 선수의 거친 신음소리도 넓은 경기장을 가득 채우며 주고받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상대 코트의 구석으로 내리쳐진 공이 다시 넘어오지 않을 때 비로소 환호성이 크게 울려 퍼진다. 스코어를 가져간 쪽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그 반대쪽에서는 아쉬움의 탄식이 얼굴에 나타난다.
길어지는 랠리에서 어렵게 따낸 스코어를 따낸 선수는 관중들의 환호를 이끌어내기도 하고 아쉽게 스코어를 놓친 선수는 상대에게 경의를 표하기도 한다. 상대방의 실수로 가져간 스코어에는 묵묵히 뒤를 돌아 다음 게임을 준비한다. 그렇게 두 선수는 공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자신과의 싸움은 물론이고 네트 건너의 상대방과 치열하게 싸워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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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두 전설의 만남은 모두가 인정하고 기대한 경기였다. 두 선수 또한 상대방에 대한 존경과 서로의 플레이를 인정하며 게임을 풀어 나갔다. 경기 시간은 세 시간을 넘어 5세트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으로 끝이 났던 것 같다. 이미 세계 랭킹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그들이지만 그들은 영원한 라이벌이었다. 페더러는 중간중간 올라오는 햄스트링의 고통을 참아 내며 트로피를 거머쥐었고, 라팔 또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며 싸워 냈다. 경기는 아름다웠지만 끝이 난 후에 더 아름다웠다. 접전 끝에 패배한 나달은 승자에게 주어지는 박수세례가 분산되지 않도록 자리를 비켜주었고, 트로피를 수여하는 세레모니 행사에 다시 돌아와 페더러의 우승을 축하해 주었다. 페더러 또한 자신의 값진 우승 경기를 나달과 함께해 더욱 기쁘다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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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과 조코비치의 첫 만남)
비록 결승 경기는 아니지만 오늘도 나는 그때의 그 아름다움을 보고 말았다. 정현의 커리어는 조코비치에 비비기에는 너무도 턱없이 부족했다. 랭킹에서도 차이가 어마어마했고, 우승 횟 수는 수십 배에 달했으며 상금은 수백 배에 달했다. 정현에게 조코비치는 우상과도 같은 존재였다. 그의 플레이를 닮고 싶어 했고 이미 한 번 상대한 경험이 있었다. 물론 그때는 0:3으로 한 세트도 가져가지 못하며 패배했다. 비록 조코비치가 팔꿈치 부상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는 하나 처음 보는 정현의 경기력은 그에 못지않았다. 당차게 몰아붙이는 경기력에 조코비치의 당연한 승리를 점쳤던 관중들도 점점 정현에게 환호성의 일부를 넘겨주고 있었다. 조코비치 또한 자신의 커리어를 내세우지 않고 정현을 상대했다. 자신이 쉽게 가져갔던 지난번 승리 이후 다시 마주한 상대의 성장을 인정하며 경기 중간 제스처를 보내기도 했다. 결코 거만함은 느낄 수 없었다. 겸손 또한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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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은 지난번 0:3의 스코어를 자신 쪽으로 돌려놓으며 승리를 가져갔다. 그리고 포효했다. 조코비치는 네트로 다가와 그의 승리를 축하해 주었다. (자신의 부상만 아니었으면 너 정도는...)이런 표정은 절대 찾아 볼 수 없는 축하였다. 온 힘을 다해 싸워냈고 진심을 다해 축하했다. 그리고 그는 조용히 그의 자리로 돌아가 짐을 챙겨 관중들에게 가볍게 손 짓 한 뒤 말없이 코트를 벗어났다. 신성처럼 떠오른 상대에게 관중들이 보내는 박수갈채가 온전히 그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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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경기를 펼치고 손에 땀을 쥐며 경기를 지켜본 부모님들께 큰절을 하고 경기 후 진행된 인터뷰에서 조코비치에 대한 존경을 표한 정현의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의 팬이 될 것 같다.


그에 더해, 부상에서 벗어나 끝까지 자신과의 싸움을 놓지 않고 자신을 우상이라 여기는 상대에게 부끄러움 없는 경기를 펼쳐낸 조코비치, 그 역시 오래도록 내 가슴에 남을 것 같다.
코트를 벗어나 락커로 향하는 그의 뒷모습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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