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육아일기 #24] 아이의 말 한 마디에 컴플렉스 극복

epitt9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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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 식구들은 털이 거의 없는 편인데 유독 나만 몸에 털이 많다. 주요 포인트는 머리털, 다리털, 그리고 수염이다. 머리털은 많아서 좋다. 아무래도 없는 것 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끔 숱이 많고 수세미 같이 억센 머릿결 때문에 미용사로부터 핀잔을 받기도 하는데 그럴 때는 조금 마음이 상하기도 한다 ㅠㅠ 다리털은 여름에만 조금 내놓고 다니기 때문에 크게 개의치 않는다. 오히려 길쭉하게 잘 빠진 다리 덕분에(?) 다리털은 묻혀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제일 문제는 바로 수염이다. 어찌나 수염이 많고 빨리 자라는지 아침에 면도를 해도 점심 때 쯤이면 이미 새싹 자라듯이 올라와 있다. 오죽 심했으면 회사를 다닐 때 면도기를 챙겨다니며 남들이 양치질을 하는 점심시간에 눈치를 보면서 면도를 했을 정도다. 하지만 이마저도 "아침에 면도도 안하고 출근하냐?" 라는 힐난 피하기가 어려웠다. 외부 출장을 대비해서 차에도 전자면도기를 항상 넣고 다닐 정도였으니 왠만큼 수염이 빨리 자라는 사람이라도 공감하기 힘들 정도였다.

수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와 직장에서의 눈치를 피하기 위해 최후로 선택한 것이 바로 반영구 제모. 나름 거금을 들여 10회의 시술을 받았다. 지금은 남성들도 제모를 받는 사람들이 많아 졌을지 몰라도 그 때 당시만 해도 병원에 가면 제모를 받는 사람들이 거의 다 여성분들이였다. 뻘쭘함을 숨기고 여성분들 사이에 끼여 꿋꿋하게 제모시술을 받는 고통은 있었으나 하루가 다르게 사라져 가는 수염, 깔끔해 보이는 얼굴을 보며 상당히 만족을 했었다. 의사 말로는 10회를 시술 받았지만 반영구 시술이기 때문에 10년 정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예전처럼 자랄 수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때는 몰랐다. 나의 수염은 들판에 자라는 잡초들보다 강인한 존재였던 것을...

여보시오 의사양반, 10년이라고 하지 않았소? 어째 5년도 되기 전에 다시 수염이 이렇게 자란단 말이요...ㅠㅠ

하소연을 하고 싶어도 어쩔 수 없었다. 그냥 현실에 수긍하며 살 수 밖에... 다행히 현재는 휴직기간이라 면도를 하고 싶을 때 하면 되어서 예전처럼 스트레스를 받을 일 없이 생활하고 있다.

며칠 전 간만에 약속이 있어 면도를 하고 외출을 하고 돌아왔다. 아이들을 하원시키고 한창 놀아주고 있는데 첫째가 "아빠! 수염 왜 깎았어!!" 라고 나에게 뭐라고 했다. 괜시리 투정을 부리는 줄 알았는데 나의 맨들맨들한 인중을 손으로 비비더니 "나는 아빠 수염이 제일 좋아. 이제 안 깍으면 좋겠어." 라고 말했다. 가끔 수염공격이라면서 아이들을 온 몸을 수염으로 비비면서 놀아주곤 했는데 아이는 그게 참 좋다고 했다(사실 나도 아이들과 살맞대고 노는 게 상당히 좋다^^). 하지만 수염이 없으니 그런 놀이를 못해 아이는 시무룩해 졌고 앞으로는 아이의 허락을 받고 수염을 깍겠노라 약속을 했다. 까끌까끌 지저분해 보이기만 하던 나의 콤플렉스는 그렇게 아이의 한 마디에 고맙고 소중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지금은 다시 수염을 기르고 있다. 사실 면도를 한지 이틀만에 거의 다 자랐다;;; 아이들과 수염공격 놀이를 마음 껏 할 수 있도록 앞으로는 수염을 소중히 다뤄야겠다.

주말 동안 신나게 뛰어 놀며 즐거워 할 아이들의 모습을 상상하니 기분이 좋다. 세상 모든 아이들 역시 밝고 건강하고 신나는 주말을 보냈으면 좋겠다. 그리고 모든 부모님들도 사랑과 축복이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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