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육아일기 #5] 날아라 사슴벌레

epitt925(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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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z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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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가 다섯살인데 여태껏 장난감을 사달라거나 아이스크림을 사달라는 등 투정 한 번 부린 적이 없습니다. 입고 있는 옷들도 90% 이상이 사촌들에게 물려받은 건데 싫다는 말 한 번 없이 잘 입고 있구요. 그런데 두세달 전부터 동물을 키우고 싶다고 약간의 떼를 쓰기 시작했습니다. 용이 할아버지댁에 가면 용이(포메라니안 남 13세)가 있고 꼬꼬 할아버지댁에 가면 꼬꼬들(오골계 4마리, 원래 6마리였으나 장모님 사랑이 넘치셔서 두 마리를 잡아 주셨...^^;;)이 있는데 왜 우리집에는 아무것도 없냐는 것이 큰 이유였습니다.

아직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책임지고 키운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내님도 동물키우는 것은 절대 반대, 혹시 키우더라도 본인은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강하게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아내님이 친하게 지내는 같은 아파트에 사시는 아주머니께서 예전부터 사슴벌레를 키우는데 손이 많이 가지않고 튼튼해서 사육하기가 수월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혹시나 사육이 힘들어지면 다른 사람에게 이양하기가 수월하고 여차하면 자연방사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역시 곤충들도 엄청 좋아했기 떄문에 당연히 콜~!! 그 길로 마트로 가서 곤충 사육세트와 사슴벌레 암수 한마리씩을 사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그렇게 사슴벌레들과 한집에서 거주한게 이제 두 달이 되어갑니다. 사실 아이들보다 제가 더 정이 들은 것 같아요. 사육장에서 왔다갔다 움직이는 모습을 가만히 보면 참 귀엽습니다. 하지만 좁은 곳에 사는 아이들을 보니 가엽기도 합니다. 넓은 자연을 벗삼아 붕붕 날아다니기도 하면서 지내야하는데 얼마나 갑갑할까 라는 생각도 듭니다. 날개가 있지만 날지 못하는 아이들이 불쌍해서 덮개를 열어놓고 공기라도 마음껏 마시라고 배려를 해 놓았습니다.

아이들을 재우면서 같이 잠이 들었는데 아내님이 저를 다급하게 깨웠습니다. 큰 벌레가 날아다니는데 너무 무섭다며 잡아달라고 하더라구요. 가서 보니 까맣고 붕붕~ 거리며 날아다니는 모습이 마치 바퀴벌레처럼 보였습니다. ㅠㅠ저 역시 날아다니는 바퀴는 정말 무서운데;;; 수건으로 후려쳐 잡으려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니 집에 바퀴가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었어요. 여태 이 집에서 살면서 바퀴는 아이들 장난감 자동차 바퀴말고 구경도 못했으니까요. 혹시나 하고 자세히 보니 벌레가 굉장히 낯이 익었습니다. 바로 암컷 사슴벌레였어요!! 한참을 날다가 떨어진 아이를 살펴보고는 다시 사육장으로 넣어주었습니다. 혹시 다치지는 않았을까 유심히 살펴보았는데 잘 먹고 잘 돌아다니더군요. 한시름 놓고선 아내님과 이야기하다가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집으로 데려온 사슴벌레들은 알에서부터 사육되어 자랐기 때문에 자연의 본능을 잃어버렸다고 생각했습니다. 당연히 날지 못할거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지요. 그저 챗바퀴 돌듯이 사육장을 돌아다니다가 주는 젤리를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살 거라고만 생각했어요. 하지만 저의 생각은 저만의 착각이였던 것입니다. 비록 사육되어 자랐지만 언제든 자유롭게 하늘을 날 수 있는 존재였던 거에요.

저는 언제나 아이들이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고 그 가능성을 실현해주기 위해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가끔 제가 정해놓은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을 대했고 아이들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었어요. 어제만 해도 첫째가 동생에 대한 질투 때문에 동생에게 배려하지 않고 괴롭히기만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하지만 오늘 아침 등원시킬 때 둘째가 버스에 타기를 거부하면서 울음을 터트리자 옆에 앉아서는 안전벨트를 직접 채워주고 꼬옥 안아주며 달래주었습니다. "귀여운 내동생. 울지마." 라는 말을 듣고 울컥해서 눈물이 날뻔했어요. 참 대견하고 고맙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사실 동생을 대하는 모습뿐만 아니라 가끔씩 저에게 하는 말에서도 '벌써 이런 말을 하는구나.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 라며 많이 느끼고 있습니다. 아이는 언제나 제가 생각하는 것 보다 많이 보고 듣고 배우면서 잘 자라고 있었습니다. 저의 어릴적 모습을 기준으로, 혹은 다른 누군가와 비교하며 아이의 가능성을 제한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많이 반성하게 되는 하루입니다.

육아휴직을 하면서 아이들과 조금 더 함께하며 가까워지기를 바랬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은 시간이지만 벌써부터 아이들을 통해 제가 더 많이 배우고 깨달으며 성장하고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늘 감사합니다. 사랑하는 아내님과 아이들이 있음이 저에게는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들이 내일은 또 어떤 꿈을 꾸고,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갈까요? 언제나처럼 그저 건강하고 밝게 자라기를...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축복이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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