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운 육아일기 #27] 진짜 형아가 되어간다

epitt925(69)
Published in
#zzan
Words
380
Reading
2 min
Listen
Play
7y

P20190819_153840788_1B208C9E-5B7F-4A11-89DB-15C3B396B185.JPG

어느 날 첫째와 둘이서 외출을 하는데 지나가는 아기를 보며 "아빠. 아기가가 정말 귀여워요." 라고 말했다. 아기의 엄마는 "너도 아직 아기인데~ 아기도 아기가 귀엽니?" 라고 웃으며 답했다. 순간 머리를 한 대 얻어 맞은 기분이였다. 요즘들어 첫째가 다 컸다 생각하고 성숙한 모습만을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둘째를 낳은 이후부터 첫째에게 항상 형 다운 행동과 말투, 양보와 배려의 미덕만을 강요하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아직 아기티를 다 벗지도 못한 첫째에게 너무 무거운 짐을 지운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두 아이를 한 번에 다 보살피기가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항상 둘째를 먼저 챙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있었다. 둘째는 아직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 존재고, 첫째는 다 컸다는 인식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일이 이후에 의식적으로 첫째를 먼저 챙길 때가 있다. 몇 번을 그렇게 하다보니 둘째도 칭얼대는 것이 줄었고 첫째 역시 상당히 안정을 느끼는 것처럼 보였다. 이전에는 아빠가 둘째만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다면 지금은 둘 모두를 사랑한다고 확실히 이해하는 것 같다. 또 한 가지 변화된 것은 굳이 내가 말하지 않아도 알아서 둘째를 잘 챙기고 있다. 길을 걸어 갈 때나, 놀이를 할 때, 등하원을 할 때면 꼭 동생을 먼저 챙기기 시작했다. 마치 내리사랑 같았다. 내가 첫째를 사랑하면 할 수록, 첫째는 둘째를 더욱 아끼고 사랑해 주는 내리사랑.

P20190818_125910084_6908EBE6-F398-4C46-8A12-5729A4ED7DBE.JPG

그런데 참 사람 마음이 간사한 것이, 첫째의 성숙한 행동이 왜 이렇게 아쉽고 짠해 보이는지 모르겠다. 조금 더 천천히 자라도 되는데 괜한 나의 욕심 때문에 너무 빨리 자라버리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언제나 느끼는 거지만 아이들은 지금 이대로 완벽하다. 생각을 바로 잡고 행동을 고쳐야 하는 것은 나 자신이다.

문득 예전에 쓴 시가 떠올랐다. 3년 전, 밤 하늘에 뜬 달을 보고 첫째가 처음으로 "달"이라는 말을 내뱉었을 때 받은 감동으로 쓴 시다. 이 시를 되내이며 다시금 마음을 다잡고 아이들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어야겠다. 우리 아들. 늘 고맙고 사랑한다.


언젠가 너도 이런 생각을 할수 있지 않을까?
너를 사랑하는 엄마, 아빠의 마음이
항상 가득 차있지 않다고
혹시나
사랑하고 있지 않은 것은 아닐까하고

때로는 온세상 곳곳에 뿌려질만큼 찬란하게 빛날 수도 있고
금방이라도 구름 사이로 쏟아질 듯 커 보일 수도 있지만
가끔은 구석구석 둘러보아야 겨우 보일 듯 작거나
어둠에 먹혀버린 건 아닐까 걱정될 정도로 희미하게 빛날 수도 있어
그리고 어쩌면 함께 있다는 사실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뎌질 수도 있을 거야

그럴지라도 이거 하나만은 기억해 주겠니
니가 크던 작던
밝던 어둡던
빠르게 성장하면 서둘러 쫓아 갈거고
느리게 성장하면 느긋하게 기다려줄거라고

언제나 너를 바라보고
언제나 너를 비춰줄게
언제나 지금 이자리에


세상 모든 아이들에게 사랑과 감사와 축복을 전합니다. ^^

[고마운 육아일기 #27] 진짜 형아가 되어간다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