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슴벌레를 키우고 싶어하는 첫째 덕분에 곤충박사가 되어가고 있다. 얘네들이 무엇을 좋아하고, 생활패턴은 어떻고, 번식은 어떻게 하고 등등... 공부해야할 것이 엄청나게 많다. 솔직히 처음에는 귀찮았다. 관심도 없는 아이들에게 시간과 돈을 써야한다는 사실이 적지 않게 부담이 되었다. 그리고 사슴벌레를 분양 받아 올 때부터 예감했었다. 첫째가 잘 돌보겠다는 약속은 했지만 당연히 돌보는 것은 나의 몫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정말 특별하고 값진 경험을 하고 있다.
나는 곤충에 대해 크게 혐오감은 없었으나 딱히 좋아하지도 않았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면 보는 것은 괜찮은데 만지는 건 싫어했다. 하지만 사슴벌레를 키우고 나서부터 곤충을 좋아하게 되었다. 심지어는 내 손가락만한 굼벵이들이 꼬물꼬물 기어다니는 것이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다.
얘네들을 부엽토를 좋아한다. 값이 싸고 일반적인 흙이 있지만, 활엽수와 흙, 톱밥, 버섯을 배양하고 남은 나무들을 곱게 갈아서 발효시킨 흙을 전문적으로 파는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비싼(?) 돈을 들여 구입하고 있다. 우리 식구들도 유기농으로 음식을 먹는데 이 아이들도 건강식으로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기 때문이다(조금 더 좋은 균사가 있지만 그건 가격이 너무 부담이다;;;). 매일 분부기로 흙이 촉촉하게 유지될 수 있도록 물을 뿌려주고, 가끔 클래식이나 명상 음악을 같이 듣기도 한다. 처음에는 '이게 무슨 주책이지.' 싶었지만, 통통하게 살이 오른 아이들을 보면 내 자식같은 마음이 들어 아빠미소가 절로 나오기도 한다. ^^
알을 부화하고 나온 굼벵이들은 총 6마리. 뿔이 1호는 첫째와 둘째가 너무 열성적으로 관찰하려고 다투다가 운명을 달리했다. ㅠㅠ 아이들과 뿔이 1호를 보내주면서 앞으로 다른 뿔이들은 조심해서 사랑으로 돌보아 주기로 약속을 했다. 그 후부터는 아이들이 정말 관찰만 하게 되었고 통을 흔들거나 뒤집으면서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뿔이 2호에서 6호는 무럭무럭 잘 자라고 있다. 올 겨울이 지나고 봄이오면 번데기로 변신할텐데, 그때쯤이 되면 넓은 집으로 옮겨 주어서 성충이 되는데 도움을 줄 예정이다. 그때까지 아프지 말고 무럭무럭 자랐으면 좋겠다.
큰 뿔이(아빠 사슴벌레)와 작은 뿔이(엄마 사슴벌레)는 가수면 상태라 얼굴을 보기 힘들다(사슴벌레는 동면까지는 아니고 가끔 활동을 한다고 한다). 정말 가끔 먹이를 먹으로 모습을 보이는데 오늘 아침에 발견하고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사실 가수면에 들어간 것을 알고는 있지만 오랫동안 보이지 않아서 내심 걱정을 했었다. 먹이가 조금씩 줄어드는 것만 보고 잘 살아 있다고 추측만 했었는데 오랜만에 모습을 보여서 걱정이 사라졌다. 사슴벌레 식구들이 건강하게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했으면 좋겠다.
요즘 들어 집안에 좋은 기운이 가득한 것 같다. 우리 가족들뿐만 아니라 사슴벌레 가족들과 화초들이 너무나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앞으로 좋은 영향을 더 많이 나눌 수 있도록 나부터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고 사랑으로 대해야겠다.
오늘 하루도 세상 모든 존재들이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한다. 고마워. 사랑해. 축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