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저녁, 아이들과 놀이터에서 한창 뛰어놀고 있는데 장인어른으로부터 호출이 있었다. 왠만해선 우리에게 불편을 주지 않으려는 분인데 부르시는 걸 보니 분명 도움이 필요해 보였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있는데 첫째가 무슨 낌새를 알아차렸는지 어딜 가느냐고 물었다. 꼬꼬할아버지댁에 간다고 하니 자신도 따라 갈 거라며 달라 붙었다. 어찌나 달라 붙던지 어쩔 수 없이 월요일에 어린이집 등원을 포기하고 데리고 나섰다.
사실 고령은 쉽게 갈만한 거리가 아니다. 집에서 350km정도 떨어진 거리라 차로 달려도 4시간은 족히 걸린다. 그나마 첫째가 얌전하게 차를 타는 편이라 운전하는데 방해는 되지 않지만 장시간 차를 타고 있으려면 엄청 힘들게 분명했다. 그런데도 따라 나서는 걸 보니 나와 떨어지는 게 어지간히 싫었나 보다 ^^;; 가을로 접어 들어서 그런지 날이 선선했고 적당히 기분 좋게 바람이 불었다. 멀리 산속에 있는 나무들이 단풍옷을 갈아 입으려고 준비하는게 보였다. 참 신기하게도 예전에는 운전을 할 때면 운전에만 집중을 했었는데 요즘에는 주변 풍경을 보면서 즐기는게 습관이 되었다. 아무래도 아이들의 영향인 듯 싶다. 첫째도 지나가는 차들, 나무들, 구름들, 모든 것을 바라보며 느끼고 있었다. 매번 보는 풍경이지만 볼 때마다 새롭게 느끼는 재주가 있다.
휴게소 들러 저녁을 먹고 느즈막히 처가댁에 도착했다. 오랜만에 보는 꼬꼬할아버지와 할머니를 보고 어찌나 애교를 부리던지 조금 질투가 나기도 했다. 어린이집 갈 걱정도 없겠다, 주택이라 밑에 집 신경쓸 일도 없겠다, 늦은 시간까지 한참을 뛰어 놀다가 잠이 들었다. 분명 깊은 잠에 들었다고 생각했지만 크나 큰 나의 오산. 새벽 6시에 일어나서 나를 깨우기 시작했다. ㅠㅠ 아이를 데리고 밭으로 나가 오골계 구경을 하고 강아지와 뛰어 놀다가 호박을 땄다. 호박 외에도 장모님께서 미리 준비하신 채소들을 둘러매고 차에다 실었다. 그렇게 오전시간을 여유롭게 보내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아이가 여간 신나보이는게 아닌가. 왜 그렇게 기분이 좋은지 물어보니 "어린이집 땡땡이 치고 아빠랑 단 둘이 여행하니까 너무 좋아!" 라고 했다. 딱히 여행이라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장인어른댁에 갔다오는 건데 아이는 나와 여행을 한다고 생각했나보다. 그 말에 괜시리 미안해졌다.
예전에 한 번 아이가 어린이집 등원을 거부한 적이 있다. 마땅한 사유는 없었고 그냥 집에서 아빠와 함께 싶다고 했다. 겨우겨우 설득을 해서 어린이집으로 보내고 난 후 얼마나 후회가 되었는지 모른다. 그냥 데리고 어디든지 나갔다 올 걸... 내가 회사에 가기 싫은 날이 있듯이 아이도 어린이집에 가기 싫을 때가 분명히 있을 터였다. 그때 다짐 했던게 언제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어할 때면 산으로 들로 원하는 곳으로 데리고 나가야 겠다는 것이다. 의도치 않게 이날이 아이와 함께 한 여행이 되었지만 다음에는 정말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싶다. 휴게소 벤치에 앉아 아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하다가 다음에는 기차여행을 가자고 약속을 했다. 언제고 아이가 어린이집에 가기 싫은 날이 있을 때 기차를 타고 춘천으로 한 번 다녀올 생각이다. 즐거워 할 아이의 모습을 상상하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번진다.
오늘도 세상 모든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란다. 감사하고 사랑하고 축복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