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어린이집을 하원한 첫째가 머리가 아프다고 했다. 미열이 있고 기침도 조금씩 하는 게 감기에 걸린 것 같았다. 놀이터에서 노는 것을 건너 뛰고 집으로 돌아와 후다닥 씻기고 밥 먹이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혹시나 또 독감에 걸린 건 아닌지 내심 걱정이 되었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이 아이가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은 마음이다. 아이의 이마에 손을 얹고 내가 대신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했다.
전날 기도의 약발이 있었는지 아침에 일어난 첫째의 컨디션이 좋아 보였다. 여전히 미열이 남아 있었지만 간헐적인 기침 외에 별다른 이상이 없었다. 굳이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아이들 등원 준비를 하는데 첫째가 등원하기 싫다고 했다. 오늘 아내님과 함께 라돈에 관한 강의 참여가 예정되어 있어서 약간 고민을 했지만 아내님을 혼자 보내고 아이랑 함께 놀아 주기로 했다. 둘째를 등원시키고 아내님이 외출 준비를 하는데 첫째가 따라가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함께 놀자고 설득했으나 갑갑해서 밖으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결국 둘째만 왕따를 시키고 가족이 다 함께 교육을 들으러 갔다. ^^;;
첫째는 약속대로 두 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말썽 피우지 않고 자리에 얌전히 앉아 있었다. PPT 화면이 뜨는 것을 보면서 라돈이 무엇인지, 핵 분열이 무엇인지 궁금해 해서 설명했지만 내 설명은 듣지 않았다. 그저 무엇인지 궁금할 뿐 알고 싶지는 않아 보였다. 그나마 호기심을 가지는 것만으로도 큰 수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함께 교육을 들은 아주머니들께서 첫째를 칭찬해 주셨다. 어느 한 아주머니는 첫째를 보면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라는 영화에 나오는 아이처럼 느꼈다고 하셨다. 그리고 기회가 되면 한 번 보라고 추천해 주셨는데 조만간 한 번 보고 리뷰도 남겨야겠다.
강의를 들었던 분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첫째는 식사시간에 장난을 치지 않고 밥도 잘 먹어서 또 한 번 칭찬을 들었다. 아이가 이쁨 받으니 내가 더 기분이 좋았다. 점심을 먹고나서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차를 한 잔 마셨다. 아이는 평소 마셔보지 못한 핫초코를 마시며 엄청 행복해했다. 초콜렛은 쓰다며 입에 대기도 싫어해서 핫초코도 싫어할 줄 알았는데 생각과는 다르게 잘 먹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썩 좋은 음식은 아니지만 기회가 되면 한 번씩 줘야겠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는 한글 놀이를 했다. 숫자는 제법 잘 쓰고 좋아하는데 한글은 어려워서 힘들다고 했다. 하지만 아빠랑 함께하면 재미있을 것 같다고 해서 손을 포개어 연필을 쥐고 자음과 모음을 써내려갔다. 글자를 쓰는 방법이 익숙치 않아 삐뚤 빼뚤 제멋대로지만 한 글자 한 글자 집중해서 써내려 가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얼마 쓰지 않고 곧 흥미를 잃었지만 나중에는 흥미를 가지게 되면 스티미언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리고 매일 일기를 쓰게 해서 몰래 훔쳐 봐야지. ㅎㅎ 진짜로 스티미언이 될지 안될지, 글 쓰는 걸 좋아 할지 않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소박한 희망사항을 하나 추가해 본다. ^^
오늘 하루도 세상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기를 기도하며 마무리한다. 언제나 고마워, 사랑해, 축복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