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에게 추천 받은 책을 대출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다. 상당히 오래 전에 발간된 책이라 찾기가 힘들어 사서분께 이야기 했더니 보관문서실에 있어서 찾아 오는데 시간이 걸린다고 하셨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혼자 계셨기 때문에 자리를 비울 수 없어 다른 분이 식사를 하고 오시면 그때 찾아 주신다고 말씀 하셨다. 시간이 많은 나로써는 급할 게 없었기 때문에 한 시간 가량 때울 수 있는 책을 집어 들고 읽기 시작했다.
처음 선택한 것은 글 쓰기에 관한 책이었는데 너무 딱딱하고 지루했다. 30여 페이지를 읽고 제자리에 돌려 두면서 부디 많은 분들이 나를 대신해 봐주시기를 바랐다. 두 번째로 집어 든 책이 바로 "밥보다 일기"다. 기생충 박사로 나름 인지도가 있는 서민 교수님의 책이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재미있었다. 작가의 화법은 말랑말랑 부드럽고 가식이 없었으며 마치 언젠가 한 번 내가 겪은 일 마냥 친숙한 소재와 스토리로 책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짧게 한 시간만 읽고 두고 가려던 생각과는 다르게 당초 대여 하려고 했던 책 2권과 함께 집으로 가져오게 되었다.
'우리는 언제부터 일기와 멀어지게 되었을까?'라는 작가의 물음과 의견에 상당히 공감이 갔다. 나의 어릴 적 기억을 더듬어보니 일기 숙제가 사라진 중학생 시절부터 쓰지 않게 되었던 것 같다. 그 후에 고등학생 시절과 대학생, 사회초년기에 잠깐 일기를 쓰기는 했지만 꾸준하지 못했고 대부분이 부정적인 기록만을 남겨 두었던 것 같다. 작가의 주장대로 일기만 꾸준히 쓰게 된다면 우리의 생각을 잘 정리할 수 있고, 글쓰기 능력은 물론 말하기 능력도 고루게 향상 시킬 수 있는데 왜 일기와 멀어지게 되는 것일까? 나의 경우 귀찮음이라는 존재의 탓도 있겠지만 하루하루를 의미없이, 누군가가 정해 놓은대로, 하고 싶은 것보다는 의무와 강요에 의해 챗바퀴처럼 돌아가는 현실에서 특별함을 찾지 못했던 것 같다. 그 특별함이란 누가 보아도 독특하고 희귀한 사건이 아닌,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특별하게 대하지 못한 나의 무지라는 사실을 깨닫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우리 모두에게는 하루에 24시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대하는지에 따라 오늘 하루가 특별해질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 들어 첫째가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나는 더 놀고 싶은데 왜 어린이집 갈 시간이 빨리 와요? 왜 잠자야 되는 시간이 빨리 와요? 하느님이 나한테만 시간을 적게 주는 거 아니에요?"(울음 ㅠㅠ)
시간은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쏜살같이 지나가는 순간이 될 수도 있고 누구에게는 지루하기 짝이 없는 일상이 될 수도 있다. 첫째의 경우처럼 (나와 함께^^) 자신이 좋아하는 놀이에 빠져 있다 보면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고 느낀다. 하루가 너무나도 짧게 느낀다. 찰나라고 느끼는 순간들을 기록하기 위해 훗날 아이가 글을 배우게 된다면 꼭 일기를 쓰게끔 하고 싶다. 글을 잘 쓰게 하고 싶거나 말을 조리있게 잘 시키려는 목적이 아니라, 아이가 하루에 있었던 일을 돌아 보고 그때 느꼈던 감정을 두서 없이 쭈욱 써내려 갔으면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자신의 일상과 감정을 담아 내고 나와 공유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솔직히 나는 아이들의 마음을 더 이해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 만약 아이가 일기를 쓴다면 아직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다양하게 표현할 수 있고, 서로간에 이해와 존중하는 마음이 더 커질 거란 생각이 든다. 일기를 통해 아이와 같은 높이에서 서로 마주할 수 있을 거란 기대를 해본다. 물론 아이가 일기를 공유해 주어야 가능한 일이지만 말이다.
아이를 떠나 나 스스로도 일기를 꾸준히 써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최근 육아일기를 쓰고 있지만 당초 계획대로 매일 쓰는 것은 고사하고 며칠을 쓰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하루하루가 비슷하다는 핑계로 쓰지 못한 나를 반성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하루를 특별하고 가치있게 만드는 것은 나의 마음가짐과 행동에 따라 변한다는 사실을 항상 명심해야겠다. 그리고 훗날 아이가 일기를 보여주지 않으려고 할 때 내 육아일기를 먼저 보여주면서 "아빠는 너희들과 함께 이런 일을 겪었고, 이런 생각을 했었고, 이런 기분이 들었었어. 이들 중 어느 것 하나 소중하지 않거나 특별하지 않은 추억은 없었던 것 같아.그러니 얼른 너의 일기를 보여주렴!" 라고 말해 주고 싶다.
밥보다 일기를 통해 일기의 소중함과 필요성을 절실히 느낀 하루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이 책을 출간하실 때마다 망했다고 하시던데 이 책은 꼭 스테디셀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마무리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