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님을 만나기 전 5년 넘게 사귀었던 여자친구는 일본 영화 덕후였는데 그 영향 때문인지 영화뿐만이 아니라 일본 문학에 엄청나게 빠져 있었던 적이 있었다. 공부를 핑계로 학교 도서관과 미디어실에 죽치고 앉아서 밥 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오롯이 영화를 보고 책만 읽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난히 마음이 끌리는 책이 있었다.
이치카와 다구치의 이마 아이니 이키마스 ”지금 만나러 갑니다”
후에 영화로 개봉되어 영화까지 두루 섭렵할 정도로 좋아했었는데 일년 전 쯤인가 한국판으로도 리메이크 되기도 했었다. 아쉽게도 한국판은 아직 보지 못하였지만 아마도 원작과는 조금 다른 느낌의 사랑이 느껴지는 영화였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하튼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내 인생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책(영화)이 되었는데 그 이유는 내가 현재 쓰고 있는 닉네님과 관련이 있다.
파치아모 포코포코 : 우리는 조금씩 서로서로 나눕니다
책 속의 여주인공은 동화작가이다. 그녀의 동화 속 외계인들이 쓰는 말 중에 “파치아모 포코포코”라는 말이 나온다. 밝고 명량하면서 왠지 모르게 귀여움까지 느껴지는 문구라 읽는 순간 운명같은 느낌이 들었다.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이 문구가 등장하지는 않지만 영화 나름의 감동과 사랑이 느껴졌기 때문에 볼 때마다 손수건이 다 젖을 정도로 울면서 본 기억이 난다. 내 인생 책(영화)을 리뷰할 수 있게 자리를 마련해준 마이형과 트리플 에이에게 고마움을 표하며 즐거운 마음으로 리뷰를 남긴다.
남주인공 타쿠미는 움직이는 동력원(자동차, 전철 등)을 타지 못하는 신기한 병이 있다. 성격도 소심하고 외모도 별볼일 없는 타쿠미지만 그런 그의 모습까지도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는 아내 미오가 있어 행복하다. 하지만 어느날 미오는 비가 오는 계절에 다시 돌아올 거라는 동화같은 이야기를 남긴채 타쿠미와 아들 유우지를 남겨두고 세상을 떠나고 만다.
한 해가 지나간 후 약속한 비가 오는 계절이 돌아오고 타쿠미와 유우지는 신비로움이 감도는 숲속에서 운명처럼 미오와 마주친다. 사랑하는 아내이자 엄마를 다시 만난 놀라움과 기쁨도 잠시, 생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린 미오는 타쿠미와 유우지를 낯설게만 느낀다. 우여곡절 끝에 집으로 돌아온 가족은 어색하기만한 동거가 시작되는데...
내 모든 기억을 잃어도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도 그렇고 “이터털 선샤인”도 그렇고 내 인생 영화들은 왜 하나같이 주인공들이 기억을 잃어 버리는 걸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같은 사랑을 다시 찾아낼 수 있는 걸까? 어떠한 경우라도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걸까? 영화를 보고나서 잔잔한 바다에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것처럼 사랑을 모르던 내 마음에 도대체 사랑이란 무엇일까 라는 물음이 몰아쳐 한동안 깊은 고뇌에 빠진 적이 있다. 결국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오랜 시간을 지내왔었다.
어느새 시간이 지나 조금씩 나이를 먹다보니 부모님과 형제에 대한 사랑을 넘어 이제는 한 여자를 사랑하는 것을 배웠다. 그리고 아이들을 통해 새롭고 신선한 사랑도 배웠다. 사랑을 잘 모를 때 영화를 보았던 느낌과 아내님을 통해 사랑이 충만할 때 본 영화의 느낌은 사뭇 다르지만, ”사랑” 이라는 말에서 전해주는 따뜻하고 행복한 느낌, 있는 그대로 모든 것이 완벽한 것 같은 느낌을 이제는 조금 더 알 수 있을 것 같다. 아마도 지금의 나라면, 내 모든 기억을 잃고 헤맬지라도 아내와 아이들을 찾아 내고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왠지 모를 자신감이 든다.
이미 수십번을 읽고 감상하면서 내용을 줄줄 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눈물, 콧물을 쏙 빼놓은 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사랑의 주문을 외우고 싶은 모든 분께 추천드리고 싶은 영화입니다!!
파치아모 포코포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