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교육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문득 부모님이 떠올랐다. 다음 달이 엄마 환갑이라 방문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지만 신기하게도 별다른 이유 하나 없이 부모님이 보고 싶어졌다. 한 두살 먹은 어린애도 아니고 갑자기 이런 기분이 들다니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평소 집에 자주 가는 효심있는 사람도 아니다. 지금껏 멀리 떨어져 있다는 핑계로, 바쁘다는 핑계로, 아이들을 핑계로 명절이 아니고서는 자주 들러 보지 못하고 있었다. 마음은 항상 부모님을 생각한다고 하지만 사실 나의 얕은 효심과 나태함으로 방문을 최소화하고 있었던 것이다.
아내님에게 부산을 다녀온다고하니 흔쾌히 허락했다. 아이들을 데리고 갈까 싶기도 했지만 결혼 후에는 항상 가족들과 함께 내려가는 바람에 부모님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었으니 이번 기회에 부모님과 많은 대화를 하고 오라며 혼자 다녀오라고 했다. 참 고마웠다. 불쑥 혼자서 시댁에 간다고 하면 제법 신경이 쓰일 법도 한데 말이다.
엄마한테 전화를 드렸다. “화요일에 내려 갈게요. 혼자 갈 거에요.”라고 별 생각 없이 말씀드렸다. 그런데 엄마 입장에서 무언가 걱정이 되었나 보다. 몇 달 전에 육아휴직을 한 것도 내내 마음이 걸렸고 불쑥 혼자서 집으로 온다니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싶으셨나 보다. 돌연 회사를 그만둔다던지, 며느리와 다퉜다던지, 사고를 쳤다던지, 어디가 몹시 아프다던지, 여하튼 무슨 변고가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고... 엄마와 통화를 하고 한 시간쯤 지나서 형에게 전화가 왔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알아 보라며 엄마가 연락을 하셨단다. 순전히 부모님이 보고 싶어서 내려가는 거라고, 나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생활을 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형과의 대화를 마치고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간 나의 행실이 적지않게 반성되었다.
그동안 나는 얼마나 가족들에게 믿음과 관심을 주지 않았기에 아들이 부모님이 보고 싶어 집으로 찾아 오는 것이 반가운 일이 아닌 걱정스러운 일이 되었을까? 명절이 아닌 날에 집으로 찾아오는 일이 자연스럽지 않게 되었을까? 그동안 내가 가꾼 가정과 삶에만 의미를 두면서 훨씬 이전부터 존재했던 나의 가족을 등한시한 것 같은 생각에 너무 죄송스러워졌다. 이 나이를 먹도록 효도는 못할만정 걱정만 끼치는 아들이라니!! 참 한심하다. 하지만 반성은 여기까지,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은만큼 즐거움을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부족하니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중에서 제일 잘한 것은 부모님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함께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다. 내가 지금 내 삶을 계획하고 성장하고 만족하는 것처럼 부모님도 앞으로 남은 삶을 더 행복하게 지내실 수 있도록 조그만한 힘을 보태어 드렸다. 그동안 가정을 지키기 위해, 우리들을 바르게 성장시키기 위해, 출가한 자식의 손주들에게 뭐라도 하나 더 챙겨주시기 위해 본인들의 삶을 돌보지 않은 부모님께서 이제는 스스로의 행복을 위한 시간을 가지시는 삶을 사셨으면 좋겠다. 자식들이 행복한 게 다라고 말씀하시는 게 아니라 이제는 정말 본인들의 행복을 먼저 챙기셨으면 한다. 자식의 행복을 바라는 부모의 마음처럼 부모의 행복을 바라는 자식의 마음도 같으니까 말이다.
오늘은 명절이 아니다. 황금연휴도 아니다. 그저 평범한 수요일이다. 하지만 나는 지금 부모님과 함께 있다.
참여 부분 : 수필
아이디 : @epitt9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