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는 갓난아기때부터 밤 중에 깨서 아주 서럽게 우는 경우가 많았다. 일반적인 울음이 아니라 뭔가 한이 맺힌 듯 아주 서럽게 울었다. 그리고 다음날 왜 울었냐고 물어보면 빙그레 웃거나 기억이 안난다고 이야기를 했다. 의사로부터 조언을 얻기는 했지만 딱히 치료나 조치는 필요없다고만 할 뿐 별다른 방법이 없었다. 혹시나 전생의 슬픈 기억 때문에 그런건 아닐까 혼자서 망상에 빠지기도 했다.
최근 한의원에서 들은 이야기로는 아주 무서운 경험을 하거나 생전 처음 겪는 두려움이나 놀라운 상황이 그런 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우선은 육아 방침 때문에 아내님이나 나나 아이들에게 소리를 높여 화 내는 경우는 없기 때문에 집에서 그런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아주 낮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조심스러워 지는 건 사실이라 훈육을 하기 보다는 아이와 의견을 나누고 알아듣게 타이르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그래서인지 이 자식이 요즘 나랑 맞먹는 기분이 든다;;;). 그나마 다행인 건 나이가 들면서 차츰 그런 일이 줄어드는 것이다.
이전에 물놀이장에서 어떤 아저씨가 한 아이에게 엄청 화를 내며 소리치는 일이 있었다. 아이들끼리 놀다가 그 아저씨 아이의 가방끈을 잡아 댕겨서 넘어질 뻔 한 것이 화근이였다. 우리 아이들뿐만 아니라 그 곳에 있던 아이들은 전부 사색이 되었고 울음을 터트린 아이도 있었다. 각자 부모님이 아이들을 타일렀고 원인을 제공한 아이의 엄마와 그 아저씨의 논쟁이 있었다.
보통 불의를 보면 얌전히 참는 성격이지만 그날만큼은 그냥 넘어갈 수 없어서 대화에 끼어들어 아저씨에게 조금 어필을 했다. 아이들이 많은 곳에서 아무리 화가 나도 그렇게 소리치고 욕하는 사람이 어디있느냐, 아이들이 놀면서 그럴 수도 있는거고 화가 나더라도 부모에게 화를 내던 욕을 하던해야지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에게 욕까지 하는 것은 너무 심한 처사라고 말했다. 그때는 아저씨도 진정이 되었는지, 아니면 같이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반성이 되었던 건지 원인을 제공한 아이에게 사과를 하셨다. 주변에 있는 사람들에게 일일이 사과까진 하진 않았지만 그걸로도 어느정도 훈훈한(?) 결말이였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 특히 첫째가 너무 무서워했다. 그 상황에서 바로 옆에 있었기 때문에 더 놀랐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날 밤 자다가 갑자기 깨어서 또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한참을 안고 어루고 달랜 후에야 겨우 다시 잠에 들었다. 이것으로 어느 정도 한의원에서 이야기 한 것에 신빙성이 있어보였다. 아이가 무섭고, 두렵고, 놀랄만한 경험을 피하기 위해 더 신경을 쓰고 노력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그래서인지 한동안 아이가 자다 깨어서 우는 경우가 없었다.
그런데 엊그제 갑자기 자다가 일어나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또 한참을 어루고 달래는데 진정이 안되서 아내님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일하다 말고 아내님이 달려와 안아주고 달랜 후에야 다시 잠에 들었다. 아내님과 혹시 낮에 아이가 놀란만한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지만 딱히 그런 일은 없었다. 하원 후에 놀이터에서 신나게 뛰어 놀았고, 집에 와서 물놀이를 하면서 씻었고, 밥도 골고루 잘 먹었고, 목말을 태워서 놀다가 아이가 머리카락을 쥐어 뜯어서 순간 화를 냈... 아...ㅠㅠ 혹시나 그 순간 화를 낸 것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렇게 크게 화를 낸 것도 아니었다. '아빠 너무 아프니까 너랑 안놀아.' 정도의 수준으로 이야기 했지만 한창 신나게 놀다가 갑자기 아빠가 정색을 하자 아이가 놀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이에게 전날 밤 왜 그렇게 서럽게 울었냐고 물어보았지만 아이는 어느 때처럼 기억을 하지 못했다. 예전에는 정확한 이유를 이야기하지 않아 답답한 면은 없지않아 있었지만 지금은 아이가 기억해서 계속 두려움을 갖는 것보다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나마 예전보다 우는 경우가 줄어들고 있어 안심이 되기도 하고, 밝고 건강하게 자라 주고 있어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이 세상에 슬픔과 무서움과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런 감정들은 사람이라면 반드시 가져야 하는 감정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들이 느끼는 수많은 감정 중에서 그런 감정들이 차지하는 비중이 0.01%만 되었으면 좋겠다. 나머지 99.99%는 밝고 긍정적인 감정으로 가득 차기를 바란다.
늘 그렇듯이 세상 모든 아이들이 건강하고 씩씩하게 자라길 바라며 마무리한다. 더불어 모든 부모님들도 늘 평온하고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