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로 태어나서>
- 닭, 돼지, 개와 인간의 경계에서 기록하다.
출근길에 가끔 보게 되는 풍경
도축장으로 가는 닭, 돼지, 소를 가득 실은 트럭.
생전 처음 바깥 공기를 쐬보고 차를 타서 어리둥절한 그 길 끝에 기다리는 것은 죽음.
어릴 때 기르던 소
밭과 논을 모두 갈았고 무거운 짐을 실어 날랐으며 일년에 한마리씩 송아지를 낳아 가난한 살림에 보탬이 되었다. 식구들 밥보다 쇠죽이 먼저였다. 더 이상 힘을 쓰지 못해 십 몇 년만에 트럭을 타던 날 우리 가족은 모두 울었다.
그래서 고기를 안먹어야 맞다. 아니 안먹을 수는 없어도 적게 먹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치킨을 생각하며 입맛을 다시고 갈비를 대하매 얼마나 적극적으로 뜯게 되는지.
저자의 <인간의 조건>은 아직 읽어보지 못했지만 이 '노동 에세이'만 읽어도 어떤 글을 쓰는 작가인지는 충분히 알 수 있다.
'.... 중학생 마냥 사소한 감정 조절 하나 제대로 못 해 일자리마다 쫓겨나는, 그러면서 언젠가는 대단한 책을 쓸거라는 망상에 사로잡힌 삼십대 중반의 백수(231)'로 자신을 표현 하고 있지만 그가 겪은 식용 동물들의 사육장은 너무 처참해서 읽어 내려가기가 어려울 지경이었다.
한참 동물 복지를 논하기도 했지만 한국은 아직도 너무나도 공급에만 초점이 맞춰진 생산 방식이다. 작은 케이지 안에서만 성장하다 팔려 나가는 닭과 돼지와 개들. 사료를 아끼려고 '짬'을 갈아서 제공하는 먹이 실태. 아프면 치료는 커녕 방치되다 똥통에 버려지고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동물들이 동종을 공격하여 먹어 치우기도 하는 사육장의 현실.
너무나 더럽고 비위생적이고 무엇보다 고되어서 젊은 한국인 노동자는 거의 붙어있지 못하는 농장에 중국인, 태국인, 베트남 노동자들이 역시 비인격적인 대우를 받으며 노동하는 실태도 주목해야 한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 때문에 저렇게 키워지고 죽임을 당하고 먹혀져도 되는 걸까. 먹히는 것이 가축의 운명이라 해도 좀 더 활달하게 돌아다니고 짝짓기 하고 새끼를 낳은 후에 먹혀질 수는 없는 걸까.
또한 영양제와 항생제가 흠뻑 들어간 사료를 먹고 속성으로 살을 찌운 육류는 인류에게 안전할까? 아무래도 아닌 것 같다.
먹는 것이 곧 그 사람이라고 하는데, 육식에 대한 생각을 한번쯤 더 해 봐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책에 대해 설명하면 무거운 기분만 부각시키는 것 같지만 실상 책을 읽으면 여기저기 웃음 코드가 꽤 있다. 저자의 이미지가 그려지기도 하고.
암튼 왠만하면 육식은 줄이기로 한다.
한승태/ 시대의창/2019/16,800원/사회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