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전화는 대부분의 순간 무음이다.
그래서 받기로 약속된 전화가 아니면 못 받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득 네가 생각나서 걸었어'
'이번 주말에 뭐해? 만날래?'
'지난 번에 네가 괜찮다고 했던 카페가 어디였지?'
하는 친구의 전화를 종종 놓칠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전화대신 카톡을 보낸다.
'아까 전화했었네? 무슨 일이야?'
아이들과 정신 없이 지내다 휴대폰을 확인하면 부재중 전화가 왔었다는 알림 메시지가 보인다.
070으로 시작하는 스팸일 때가 많은데,
(아, 물론 요즘은 02로 시작하는 스팸도 많아져서 그런 일반 전화번호도 일단 거르고 본다)
스팸처리를 하고 수신거부를 하고 삭제를 하는 게 너무 귀찮다.
휴대폰 상단 알림바에서만 '지우기'를 누르면 메시지 함에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일일이 가서 삭제를 해야 한다.
그런 단순한 작업이 주는 '수고로움'이 너무나 번거롭다.
사실 나는 전화통화를 좋아하지 않는다.
문자나 카톡으로 이야기하는 편을 선호한다.
전화로 이야기를 할 때 상대방이 하는 이야기를 잘 못 알아들을 때가 생각보다 많고,
상대의 발음 또는 내 발음이 부정확해서 재차 확인해야 하는 때도 있는데...
편한 상대라면 몇 번이고 다시 묻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곤란해지기 때문이다.
언젠가 한 번은 백화점에 수선을 맡긴 물건이 도착했는지 확인 전화를 한 적이 있었다.
내 이름 글자 중 하나를 직원이 계속 못 알아듣고,
"네? 상이요? 선이요? 새요?"
되물었다.
그럴 땐 다른 사물의 이름에 빗대어 설명을 하면 된다.
"아~~~~~~~~~~"
하는 반응이 돌아온다.
요즘에는 전화를 할 일이 많이 없어서 반갑다.
통신사든 가전회사든 쇼핑몰이든 모바일 고객센터가 워낙 잘 되어 있고,
내가 궁금한 키워드를 넣으면 바로 검색이 되니 사람을 통하지 않고도 궁금증을 해소하고,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
점점 사람을 통하지 않고도 살 수 있는 세상이 되어 간다.
나 또한 하루에 소리내어 말을 주고 받는 사람은 극히 한정적이다.
오늘처럼 외출을 하려는데 비가 오는 날이면 종일 집에 있어야 하는데,
이런 날엔 둥이들과 남편 외에는 소리 내어 말을 주고 받을 사람이 없다.
나는 전화통화를 선호하지 않았다.
상대방이 내 말을 못 알아들어 계속 설명해야 하는 상황이 난감했고,
내가 상대방의 말을 못 알아듣고 재차 물어야 하는 상황이 난감했다.
나는 전화통화를 선호하지 않았다.
상대방과 주고받은 문자나 카톡을 나중에 또 읽어보고 읽어보고 읽어보는 게 좋다.
상대방의 말을 글로 담아 목소리를 떠올리며 읽는 게 좋았다.
나는 전화통화를 선호하지 않았다.
나는 전화통화를........ 거의 하지 않는다.
굳이 전화통화를 하지 않아도 모든 걸 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내가 바라던 세상이 되었다.
그런데 나는...이제서야......
사람의 소리가 그립다.
타다닥 검색어 몇 자에 정보가 촤라락 펼쳐지는 편리함이 아닌,
반복된 물음에도 끝까지 설명하고 대답해주는 친절함이 그립고,
나도 상대방도 계속 못 알아들어 서로 딴 소리를 주절대다가 웃음이 터져 '하하하' 웃던 때가 그립다.
친구의 전화를 스피커모드로 해놓고 몇 시간이고 떠들던 순간이 그립고,
발신번호표시가 되지 않던 시절, 벨 울림이 전해주던 설렘도 그립다.
조금 전, 휴대전화의 무음 상태를 진동으로 바꿨다가 다시 벨소리로 변경했다.
휴대폰을 구입하고 처음으로 벨소리 목록에 들어가보니, 마음에 드는 게 없다.
벨소리도 다운받았다.
좋아하는 음악을 벨소리로 지정해 놓으니, 누군가 전화를 좀 해주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니면...내가 친구에게 먼저 전화를 걸어볼까?
물론, 스팸은 사양한다. 특히, 농협금융 아줌마.
오늘도 이렇게 하루가 무사히 지나간다.
남편의 퇴근을 기다리며 반찬을 만들고, 남편이 퇴근하면 아이들도 함께 맛있게 저녁을 먹는다.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 나누고, 찍은 사진을 공유한다.
내가 놓친 아이들의 사랑스런 표정, 행동이 사진과 동영상에 그대로 담겨 있다.
'이렇게 행복한 날이었구나 오늘이'
하는 감상에 빠지다가 싸우는 둥이를 향해 소리친다.
"잉~~~아저씨 온다!!!!!!!!!!!!!!!!!!!!!!!!!"
;;;;;;;;;;;
아이있는 여느 집과 똑같이 우리집의 하루도 이렇게 지나간다.
쪽쪽이 시절의 둥이와(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
지금의 둥이(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하트)
혹시 위에 언급한 농협금융 아줌마가 궁금한 형아들은 이 글을 참조.
https://steemit.com/kr-gazua/@ddllddll/2dxezy
@dodoim님께서 주신 가지와 호박, 고추로 만든 맛있는 반찬!
도도임님 감사드립니다 맛있는 반찬 만들어서 냠냠 먹었어요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