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dpxsociety 님의 글에 대한 안타까움

dakfn(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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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처음 deadpxsociety@deadpxsociety님의 글들을 보고는 글 수준이 범상치 않아서, 혹여나 무단 펌질을 한 건 아닌가 싶어서 뒷조사를 해 보았다. 그래서 알게 된 사실은 본인이 쓴 글이 맞다는 것과, 책을 무쟈게 많이 읽는 분이라는 것과 글을 무쟈게 많이 쓰시는 분이라는 것이다. 온갖 온라인 서점마다 왕성한 독서의 결과물이 숱한 파편을 뿌리고 있었으니...

동시에 느낀 점은 안타까움이었다. 내가 파악하건데 그 역시 글쟁이고, 나를 포함한 수 많은 글쟁이들이 그러하듯, 혹은 그러했듯 현실에서 돈벌이가 그리 시원찮은 분이라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그리 추측한 이유는 그가 남긴 댓글에서 글쟁이에게서만 느낄 수 있는 진한 빈곤의 향기를 감지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글쟁이는 유명한 글쟁이가 아닌 이상 빈곤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내가 그를 이제야 처음 알게 되었으니 그가 그리 유명한 글쟁이는 아니었을 것이라 추측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 만일 그가 유명하고 돈을 잘 버는 글쟁이이고, 때문에 단순히 글을 나누고자 함이라면 아직 유저수도 부족하고 노출이 왕성한 것도 아니며, 필연적으로 '돈'이 얽혀 있는 이 곳에 굳이 저런 종류의 글을 들고 왔으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럴 것이라면 그의 글은 좀 더 고상한 곳에 가야 마땅한 종류의 글들이다. 혹여나 내가 넘겨짚은 것이라, 현실에서는 돈도 잘 벌고 잘 나가는 글쟁이라면 화가 날 수도 있고, 때문에 실례가 될 수도 있는 이런 나의 추측을 너그러운 마음으로 념겨주시길 바란다.)

내가 과거형을 포함시킨 이유는, 나는 이제는 글로 버는 것이 조금은 쏠쏠해졌기 때문이다. 그렇다. 이제 밝히자면 사실 나는 글로 벌어먹고 사는 사람이다. 자랑은 아니다. 나의 글을 보고 잘 쓴다는 분도 있겠지만, 사실 글쟁이라 자부하는 분들이 보자면 내 글은 조금은 수준이 떨어진다고 느낄 것이기 때문이다.

나는 글쓰기를 전문적으로 배운 사람이 아니다. 전공은 공학이다. 하지만 어려서부터 글쓰기를 좋아했고, 거칠고 다듬어지지 않은 글로 수 많은 게시판에서 어마어마한 분량의 글을 써 왔다. 문법이나 기교로 보자면 모자랄 지 모르지만 전달과 소통의 목적이라면 내 글은 꽤나 흡입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다. 그러다 어느날 전공을 때려치고 글쓰기로 벌어먹는 길을 택했다. 지금은 그에 대한 보상을 어느정도는 받은 편이다.

그의 글을 읽으며 느낀 감상은, 아래를 돌아보지 않고 위만 보며 올라가는 글이라는 느낌이었다. 글쓰기란 소통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눈높이의 조절이 필요하다. 머릿속에서 온갖 언어가 사방으로 튀어나가더라도 그것들을 붙잡고 다듬어서 상대의 눈높이에 맞춰야 비로소 소통이 가능해진다. (이런 점에서 가장 탁월한 사람은 아마도 유시민 작가일 것이다.)

언젠가 글쓰기로 억대 수입을 버는 작가가 나에게 해 준 충고가 기억난다. "대중을 초등학교 학생으로 여기고 글을 써야 한다." 프로와 아마추어를 나누는 경계가 그곳이다. 자신의 수준과는 관계 없이 남에게 전달을 잘 하는 사람은 대중적으로 성공한다. 반면 아무리 자신의 수준이 높더라도 전달에 실패하면 아마추어에 머물 수 밖에 없다. 그 전달의 수준이 높은 사람이 자신의 수준마저 높다면 그 사람은 드디어 대 작가의 반열에 올라서게 된다.

deadpxsociety님의 글을 보며 느끼는 안타까움은 거기에서 기인한다. 그의 수준은 매우 높다. 사실 지적인 즐거움이란 고상하면서도 보편적인 것이라 누구라도 새로운 것을 알게 되면 즐거울 수 밖에 없다. 아마 그의 머릿속에는 엄청난 깨달음의 즐거움이 있을 것이고 그는 그것을 나누고 싶어서 글을 썼을 것이다.

하지만 그 즐거움은 온당히 전달되지가 않는다. 그가 뒤를 돌아보지 않기 때문이다. 좀 더 맛있고 수월하게 전달된다면 엄청난 즐거움을 공유할 수 있을 것임에도 그가 사용하는 수준높은 어휘와 현란한 어구는 대중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는다. 특히나 그가 글로 돈을 벌었으면 하는 욕망을 가졌음이 명확한 이상 그러한 글의 행태는 끊임없는 모순과 현실에 대한 절망을 불러오게 되어있다.

글쟁이에게 글에 대한, 특히나 그가 쓰고 싶은 모양대로 쓴 것에 대한 충고가 매우 무례하며 기분 나쁜 일이라는 것은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그의 글이 내포한 지적인 즐거움이 소통을 갈구함 역시 틀림없는 사실이다. 때문에 나는 그의 글에 조회수가 없는 것과 보팅이 달리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다. 좀 더 글이 눈높이를 맞춘다면, 좀 더 읽기 편하다면, 좀 더 느긋하다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가 지금껏 써 온 것들을 보면 그야말로 기질을 가진 사람이다. 열정과 습관을 가진 사람이다. 이런 사람은 결국 언젠가는 성공한다. 다만 그 성공의 직전에서 무언가 부족한 한 가지 때문에 오랜 기간 발목을 잡힌다. 내가 볼 때 그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이러한 눈높이 조절이다. 그것만 조절한다면 그는 작가로서 엄청난 대 성공을 할 것이라 확신한다. 부디 그의 글이 널리 읽히길 바라면서 이 글을 적는다.

(이글 보상의 일부는 deadpxsociety님에게 지원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