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을 하면서 C레이션만 봐오던 나에게 갑자기 임대된 스팀파워는 큐레이션이라는 새로운 단어에 대해 여러 가지 고민을 하게 만들었다.
기본적으로 나는 창작자로서 대중의 평가만 받으며 살아왔지, 내 자신이 남을 평가한다는 것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적은 없었다. 물론 영화나 게임 등의 리뷰를 쓴 적이야 있으나, 그것에 대해 얼마가 적정한 보상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은 또 다른 것이다.
익명으로 남고 싶은 나의 노력 + 누구에게 보팅 할 것인가 저 기준은 내가 생각할 때, 꽤 엄격한 기준이고, 어찌 보면 저게 옳을지도 모르겠다.
나의 기준은 좀 느슨한 편이다. 나는 글이란 읽어서 즐거우면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어떤 글이 얼마의 의미를 남에게 줄 것인가 역시 상대적인 것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중성에서 그런 것은 어느 정도 감으로 파악이 가능하다.
조회수는 얼마 되지 않지만 평가가 높은 것도 있고, 평가는 낮지만 조회수가 높은 것도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르다고 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찌 보면 둘 모두가 옳다. 둘 모두가 가치 있다. 단순히 순간의 웃고 즐기는 것이라 해도, 그것이 다른 가치보다 저열하거나 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래서 어떤 사람이 심혈을 쓴 글의 보상이 30$일 때, 단순히 속 시원하다고 올린 사이다 짤방 하나도 수많은 사람들의 보팅으로 30$가 될 수도 있다. 이 둘의 가치를 절대적으로 같은 선상에 놓을 수는 없으나, 어쨌건 그 30$의 보상은 보팅을 한 사람들이 그 만큼의 정신적 만족을 얻었다는 뜻으로 만들어진 가치이니, 그것이 적다 많다 따질 수 없다고 본다.
나 같은 경우 뉴비에게는 거의 보팅을 하는 편이다. 뉴비가 처음으로 스팀에 글을 올리는 것은, 그야말로 생명의 탄생에 비견한다면 조금은 과장일지도 모르지만, 그 만큼 쉽지 않은 일이며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려 처음으로 스팀이라는 코인의 채굴에 참가를 하는 것이다!)
일상의 글이라 하더라도 내용이 재밌고 공감이 간다면 그 역시도 보팅을 하곤 한다. 누군가에게는 숨 쉬는 이야기라고 느껴질 지도 모르지만, 그 체험을 한 사람은 너무나 절실하게 체험을 했고 그것을 나누고자 했다면, 그 역시도 충분히 진정성 있는 글이 아닐까?
물론 학구적이며 뒤통수를 후려갈기는 듯한 깨달음을 주는 글들도 좋기는 하다. 그런 글은 나 정도가 아니라 정말 고래님들도 자주 풀보팅을 해 주는 것 같다. (사실 나도 그런 보팅 몇 번 받아봤다. ㅎㅎ 그런데 그런 글은 정말 쓰기 힘들고 자주 나오지도 않는다. 그러니 그렇게 보상을 받는 것이겠지만...)
웹툰이나 예술, 혹은 문인들의 글은 반사적으로 보팅에 손이 간다. 그들의 현실이 얼마나 먹고 살기 어려운지 누구보다 내가 더 잘 알기 때문이라고나 할까. 물론 그렇다고는 해도, 무조건 누르기도 좀 뭐하다. 자칫하면 그 역시 예술무원 소리 듣는 행태로 비쳐질 수 있기 때문이다.
댓글도 많고 보팅도 많은데 보상이 적다. 이런 건 필 보팅이다. 이건 내가 큐레이션을 하지 않더라도 더 많은 대중에 의해 인정받은 글이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나는 진지한 고민을 해 본적도 없고, 오늘 파워를 임대받고 막 기분 좋아서 선심성으로 누른 것도 몇 개 있을지 모르겠다. 뭐, 그래도 지금까지 내가 해오던 가닥이 있는데 갑자기 엄선해서 좋은 글만 찾아서 그런 것에만 보팅을 하기도 뭐하다. 모두가 좋은 글을 쓰면 좋겠으나, 모두 그런 능력을 가진 것은 아니며, 오히려 재능보다는 열정이 더 의미를 지닐 때도 있기 때문이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모두 즐겁게 스팀을 하고 즐겁게 보팅을 하면 그것으로 충분한 게 아닐까 싶다.
모두 스팀------------------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