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일화를 많이 알고 있을 것이다. 검소한 부자에게 기자가 “당신의 아들은 저리도 돈을 펑펑 쓰는데 어째서 당신은 그리 검소하십니까?” 하고 묻자 부자가 답하길, “저 아이의 부모는 부자이지만 나의 부모님은 부자가 아니었기 때문이오.”라는 이야기 말이다.
금수저가 아닌 사람들은 보통 금수저를 미워한다. 뉴스를 보면 부의 세습이 대부분 불법과 탈법인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정당하게 부를 세습한 대부분의 금수저로서는 억울할 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피해가기는 힘들지 모른다. 왜냐면 그 정당성마저 사회가 왜곡되었기에 어쩌면 정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의심의 여지를 남기기 때문이다.
사실 이건 생각해 볼 일이다. 흙수저인 사람들이 금수저가 되고 싶은 이유는 간단하다. 내 자식은 흙수저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가급적 내 자식은 금수저였으면 하기에, 금수저는 미워하면서도 자기 자식은 금수저로 만들고 싶어 한다. 심지어 그렇게 되기 위해서라면 누구라도 어느 정도 불법과 탈법을 용인할 수 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흙수저니까 욕할 권리가 생기고, 금수저니까 욕먹어도 괜찮다는 생각일까. 하긴, 나조차도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있다. 떼돈을 벌 수 있다면 욕 먹는게 대수랴. 어쩌면 우리 모두가 내로남블인지도 모르겠다.
어쨌건 위의 일화를 통해 유추할 수 있듯, 사실 부를 한 대에 쌓기는 힘들다. 자수성가한 사람들도 있으나 보통은 그 재벌 1세의 자식들인 재벌 2세가 더 부자이고 재벌 2세 보다는 재벌 3세가 더 부자일 확률이 높다. 물론 여기에는 장자 상속이라는 조건이 들어가기는 하지만 말이다.
부자(富者)와 부자(父子)는 전혀 다른 뜻이지만, 그래서 밀접한 단어인지도 모른다. 성공한 인생의 대부분은 혼자 이룬 게 아니다. 가정의 환경이 뒷받침 되지 않았다면, 부모님이 뼈빠지게 뒷바라지를 하지 않았다면 이루지 못했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모두가 그런건 아니지만 대부분은 그렇다.
때문에 자기의 부모가 부자가 아닌 사람들은 자신의 자식은 부자의 자식이 되기를 바란다. 금수저가 아닌 사람은 평생 노력해도 금수저가 될 수 없다. 다만 자기 자식을 금수저로 만들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혈통이, 가문이 중요하다. 전 세계의 성씨는 가문을 나타낸다. 가문이라는 것은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부(副)에 대한 존속권을 뜻하는데, 보통은 그 가문에서 해온 직업을 말한다. 대장장이는 스미스, 양복쟁이는 테일러.. 뭐 이런거 말이다.
한국도 비슷하다. 가령 김씨를 김가라고도 하는데, 김씨가 그 옛날 쇠를 다루던 사람들을 뜻하는 성씨였음은 잘 알 것이다. 쇠를 다루기 때문에 무기를 만들였고, 무력은 권력이 되었으며, 그렇게 김씨는 왕이 되어 부를 축적하고 많은 자손을 남긴 결과 현재 한국에는 왕의 자손인 김해 김씨가 700만명이나 된다.
이 가(家)라는 것은 그렇게 직업을 가리킨다. 지금도 직업의 뒤에 가(家)가 붙는 것은 직업을 뜻한다. 취미로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가’를 붙이지 않는다. 직업으로서 그 일을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가족을 부양하면 ‘가’를 붙인다. 그렇게 돈을 버는 직업을 자손으로 물려주게 되면 비로소 가문(家門)이 된다. 이것은 당대에 갑자기 나타나기는 힘들다. 할아버지에게서 아버지로, 아버지에게서 자손으로 이어지면서 부는 공고해진다. 그래서 재벌도 재벌‘가’라고 하는 것이다. 재벌은 그 자체로 하나의 직업이기 때문이다.
이건 현실만 그런 것도 아니다. 이를테면 영웅 이야기의 분석에 따르면 영웅의 가장 중요한 조건이 하나가 붙는다. 뭐일 것 같은가? 용기? 끈기? 인내? 행운? 물론 그것들도 중요하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가 맨 처음에 온다. 바로 ‘고귀한 혈통’이다.
삼국지의 유비는 조상이 왕이 아니었으면 그냥 평생 짚신이나 만들고 살아야 했다.
슈퍼맨의 아버지는 죠 엘이다.
배트맨의 아버지는 고담시 최고 갑부다.
토르의 아버지는 오딘이다!
루크 스카이워커의 아버지는 다스베이더다!
중간계를 구한 호빗 영웅 프로도는 빌보라는 부자 삼촌이 있었다.
박지성도, 기성용도, 심지어 김연아조차도 부모님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성공했다.
가난에 찌든 그 스파이더맨 조차 아버지가 어마어마한 천재 과학자였음을 알아야 한다. 그 아버지가 없었으면 스파이디도 없다. (심지어 그 적으로 나오는 그린 고블린조차 갑부 아버지가 있어서 비중있는 적이 된다.)
이 외에도 모든 이야기의 주인공은 최소한 조상을, 부모를 잘 둔 덕을 보게 된다. 하다 못 해 가진 게 없더라도 이야기의 주인공은 최소한 잘생기고 키가 커야 하는데, 그런 육체적인 조건조차 부모에게서 오게 된다. 슬램덩크의 강백호만 해도 집이 부자는 아닐지 몰라도 최소한 부모님이 키는 크고 건강한 사람들이어야 했다.
그래서 가정환경이 부자가 되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런 현실을 깨닫게 되면 금수저가 아닌 사람들은 좌절을 하게 될 것이다. 금수저가 아닌 사람들은 평생 금수저가 될 수 없다. 그나마 남은 유일한 길은 자식을 금수저로 만들어주는 것뿐이다.
자식이 없는 사람은 어떻게 하냐고? 그건 나도 모르겠다. 나는 금수저도 아닌데 자식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글은 자식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그나마 노력하면 자식은 금수저로 만들 수 있다는 절반의 희망을 줄지도 모르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희망도 답도 없는 글일 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스팀잇에는 자식 가진 분들이 많으니 좀 더 희망적인 글일지도 모르겠다. 여러분은 비록 금수저가 아니지만, 여러분이 부를 쌓아 일가(一家)를 이루면 여러분의 자손은 금수저가 될 수 있다.
아.. 맞다. 비록 자식이 없더라도, 돈 많은 빌보가 되어 조카인 프로도가 세상을 구하게 도움을 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