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은 오래 된 일이다. 열심히 돈을 모아 대출이라도 받아서 시골에 조그만 집 하나를 사려 했다. 은행에서는 4.6%의 이자로 대출해 줄 수 있다고 했고, 그거라도 감사하게 빌려서 집을 산 일이 있다.
그런데 친척 중에 한둘씩은 있는 부자 중, 한 분이 수십억짜리 빌딩을 한 채 사면서 그 중 절반을 대출을 받았다고 했다. 이자가 얼마냐고 물으니 2.몇%에서 1.몇%까지, 은행들이 앞 다투어 제발 싸게 줄 테니 자기들 은행에서 빌려달라고 사정을 하더라는 거다.
작년에는 정부가 투기를 잡는다는 명목으로 대출을 규제하면서 소득까지 따지고 대출 계획까지 꼼꼼히 살펴서 대출을 통제한다고 했다. 그래서 투기가 잡혔는가? 뉴스에서는 오히려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에대한 뉴스가 다시금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내 장담하는데 이런 뉴스는 올해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덜하지는 않을 것이다. 덕분에 서민들의 집 장만은 더 어려워졌고 부자들의 집 늘리기는 더 쉬워졌다. 정부가 나서서 경쟁자들을 줄여주고 투기하시는 길 편안히 가시라고 길도 넓혀줬으니까.
똑같은 짓을 암호화폐에도 반복하려 한다. 이제는 아예 소득이 얼마인지도 써 내야 하고 그걸로 뭘 하려는지도 적으라고 해서 심사를 한단다. 그래서, 부자들이 적어내길, “소득은 썩어나고 그 목적이 자산증식”이라고 하면 허용인가 금지인가. 그래서, 서민들이 적어내길 “소득은 변변찮으며 목적은 자산증식”이라고 하면, 그것은 허용인가 금지인가.
지금도 부자들은 빌딩을 담보로 대출을 수십억씩 받아서 그것으로 코인을 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 역시 망하든 말든 자신들이 리스크를 떠안는다. 그들이 망한다고 해서 정부가 구제해 줄 것도 아닐 것이다. 그것들은 금지인가 허용인가.
가진 게 별로 없는 서민 역시 투자는 자신의 책임이라며 열심히 코인을 분석하고 이건 반드시 된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남은 집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서 투자를 한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것은 금지인가 허용인가.
투기가 사회혼란을 부추긴다면서 금지를 시키려 한다. 어째서 부자들이 하는 것은 방관하면서 서민들이 하면 금지시키려고 하는가? 부자는 가진 게 많아서 망해도 되지만 서민은 가진 게 없으니 망하면 큰일이라고?
돈 많은 사람은 투기를 하든 도박을 하든 망하기 쉽지 않다. 가진 게 많으니 추매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양극화를 해소하려면 그렇게 늘어난 쉽게 불린 부자들의 재산을 재분배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 않는가? 그게 제대로 되지 않고 있으니 서민들은 코인을 마지막 남은 사다리로 여기는 게 아닌가?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는 것은 방관하면서 서민들에게는 왜 다른 잣대를 들이대는가? SCV가 광물은 안 캐고 테크트리만 올리니 커맨더센터에 미네랄 숫자가 올라가지 않을까봐 걱정이 되는가? 그래서, 부자들에게 배틀크루저를 만들어 주지 못할까봐 노심초사한가?
잘 보면 이 나라는 아직도 유교가 통치이념이다. “어디 감히 상놈들이 양반들 노는 물에서 같이 놀라고 해?”
정부 고위 공직자들 중, 부동산 투기 없이 부자가 된 사람이 있기나 한가? 평소에는 이상한 발언을 즐겨하던 하태경 의원의 이번 일침도 일리가 있다. 미리 언론에 나갈 정보를 한두 시간 앞서 아는 것만으로 엄청난 차익을 올릴 수 있다. 계좌 전수조사 하면 재산이 늘어난 공직자가 한 둘이 아니라는데 나 역시 500원 걸겠다.
투기 열풍이 염려스러워 사회혼란을 잠재우고자 하는 정부의 말이 그럴싸하게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 진정성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얼마나 될까. 부자들 때려잡기는 쉽지 않으니 방치를 하겠으나, 서민들은 짓밟으면 그만이라는 태도가 이 정부에 정말로 전혀 없다고 단언할 수 있나? 서민들의 분노를 단순히 투기장에 끼지 못하는 얄팍한 욕심에서 비롯되었다고 여기지 말라.
쫄리면 지는 거다. 겁먹고 떨어져 나간 서민들이 빠진 시장은 다시금 부자들의 놀이터가 된다. 서민들은 암호화폐 시장에 끼어들고 싶어도 수입상태, 투자 목적 적어 내 봐야 다 빠꾸다. 부자들은? 장난으로 써도 다 합격 될 거다. 마치 공기업 인사채용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들만의 놀이터가 된 곳에서 암호화폐시장은 그들만의 새로운 강남이 될 것이다. 어쩌면 지금이 그들의 놀이터 구석에 발끝이라도 들이밀어볼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