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엄마
출처 : 골 목 안 .. | 블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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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엄마
일용직 노동자였든 아빠가
공사장에서 떨어져
몇 번의 수술 끝에도 신경 마비로
스스로 거동할 수 없는 몸이 되어 버렸습니다
신경세포가 머리로 점점 뻗어오면서
죽음을 맞이할 수밖에 없는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 것입니다
엄마는 집을 나가버려 소식조차 없기에
양육을 받아야 할 정우는
아빠를 돌봐야 하는 아들 엄마가 되어있었습니다
새벽 6:00
정우가 올 때까지
종일 굶고 있어야 할 아빠를 위해
고사리 손으로 새벽부터 밥을 지어
김치와 나물 몇 가지로 만든
주먹밥을 접시에 담아두고 있습니다
친구들과 놀고 싶은 마음을
꾹 누르고 올 수밖에 없는 정우는
학교를 다녀와서도
아빠를 챙겨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하루 종일 누운 아빠가
욕창이라도 생기지 않게 약을 발라줘야 하며
기저귀를 갈아줘야 하는 일도
정우 몫이 된 지 오래입니다
“아빠 내가 뭐든지 해줄게” 라며
웃으며 말하지만
아빠를 보살피는 일이
정우 혼자라 어깨가 무겁긴
매한가지 같아 보입니다
아들에게 짐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한 아빠는
자살도 여러 번 시도 했었지만
다시 돌아온 현실 앞에
아들 정우의 몫만 가중시키는 것 같고
자신이 없으면 고아로 남겨질 것이기에 이마저도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빠를 지키고 싶어요 “
아빠는 약이 필요하지만 저는 돈이 없어요 “
매일매일 아빠의 엄마 노릇을 해야 하는
정우가 지칠 법도 하것만
선천성 청각장애로 인해 아들이 해주는
따뜻한 말 한마디도 들을 수 없는 아빠기에
아빠가 마음 다칠까 봐
이마저도 내색할 수 없는 게
정우의 속내 같습니다
“하느님
저희에게 선물로 시간을 좀 더 주세요"
“우리 가족은 아빠와 나 단둘이기에
제가 항상 아빠 곁에 있어야 해요 “
하나뿐인 가족과의 이별이 싫은 정우는
매일 밤 잠들기 전에 하는 기도입니다
아들에게 아버지는
또 다른 자신의 모습인가
고된 하루를 보내고 잠든 정우를 바라보며
아빠는 매일매일 소리 없는 눈물만 흘립니다
겨울이 되면 연탄불조차
마음대로 땔 수 없는 형편이라
“고사리손으로
제 옷을 빠는 정우를 볼 땐 죽고만 싶더라고요 “
언젠가는
아빠가 없는 세상을 살아갈 정우지만
하루라도 더 버텨 주고픈 게
아빠 마음인 것 같습니다
둘이서 살아내는 하루가 막막해도
“둘 뿐인 우리 가족에게
이별이 오지 않도록 해주세요”라고
말하는 정우에겐 가난한 창문처럼
웃고 있는 아빠가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 한입 배어문 듯합니다
가냘픈 손으로 토닥토닥
아빠의 등을 두드리며 위로하는 정우
“아빠!
재개발로 살아온 이 집마저 비워주고 나면
혹시 엄마가 집을 찾아오지 못하면 어떡해? “
돌아오지 않을걸 알기에
아들의 말이 더 가슴 아파
참았던 눈물을 떨구고 마는 아빠
처음 본 아빠의 눈물 앞에서
다신 울지 않겠다고 다짐했것만
힘든 세상살이 앞에서
그 다짐은 늘 무너지고 맙니다
“아빠 미안해요,,,,
저도 조금만 울게요.. “
오늘도
엄마 사진을 가슴에 품고 울다 잠든 아들
서로에게 슬픔을 주지 않기 위해
견디고 있는 두 사람은
이제 나눌 곳 없는 삶의 무게 앞에서
아빠와 아들은
힘들다는 말조차 할 수가 없는 것 같습니다
정우는
그동안 인형 눈알을 붙이며 모은 용돈으로
아빠가 꿈에서도 그리던 고향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에 신고갈 운동화를
사러 시장으로 가고있습니다
“아빠가 좋아하실 거야? “
꼭 건강하게 나아서 운동화 신고 같이 갈
그날을 그리며 신이난 정우입니다
아빠는 알고 있습니다
점점 가슴 위까지
차오르는 압박감을 애써 버텨왔지만
이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걸요
밑창이 드러난 정우의 운동화를 보며
꼭 새운동화를
신겨주고 싶어서 부탁해서 사 왔는데
신고 좋아할 정우 모습을 그리며
버텨보고 있는 아빠
아빠는
숨소리가 자꾸 거칠어만 지는데.
오늘따라 정우가 빨리 오질 않습니다
끝내 아들에게 전하지 못한 신발만
아빠의 가슴에서
나란히 같이 잠들어 있습니다
아들보다 하루만 더 살고 싶다는 아빠의
그 간절한 바람은
바램만으로 끝이나 버렸습니다
아빠가 잠든 줄 알고 있는 정우는
“아빠!
제가 아빠 신발 샀어요 “
“신겨드릴게요 “
“딱 맞아요 아빠!”
정우에게는 들리지 않는
아빠의 목소리가 방안 가득 메아리쳐옵니다
(정우야! 고마워
아빠는
정우의 아빠란 게 너무 행복했었단다
오래같이 있어주지 못해 미안해!
둘이 꼭 같이 가보자든
그 언덕을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해!
이 세상에 너만 홀로
남겨두고 가서 정말 미안해!)
----- 잠시 머물던 이승은
이제 한 줌 무게도 없이 날리는
바람이 되어 흩어집니다
죽기 전에 걸어서 꼭 가보고 싶었다는
고향마을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
불어오는 바람이
아버지의 영혼을 데려가
아픔으로 남겨진 그곳에는
정우가 사준 아빠의 신발과
아빠가 사준 정우의 신발
두 켤레가 나란히 놓여있습니다
“아빠! 보고 계시죠?
아빠가 그렇게 오고 싶어 했든 곳이에요 “
이 세상에 와서 한평생을
누군가의 바닥으로 살아온 저 신발처럼
없고 모자라서
늘 불편한 삶을 사시다 간 내 아버지
서로 마주 보는 행복이 있었기에
미소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보단
행복했다 말할 수 있으리....
아버지에게 표현할 수 있는
마지막 마음을 전하지 못한 채
떠나보낸 게 아쉬운 정우
“아빠가 제 아빠여서 고마웠어요
다시 태어나도 아빠 아들 할게요 “
날개를 펼친듯한 가난이 다시 온다 해도
“아빠 곁엔 내가 있어야 하니까..... “
이는 바람에 아빠를 실어 보내고
돌아서는 빨간 노을을 짊어진 가방 안에는
엄마의 주소가 적힌 하얀 종이가
아빠가 사주신 운동화 속 깊은곳에
같이 매달려 가고 있었습니다
운동화와 하얀 종이는
세상에 홀로 남겨질 아들을 위한
아빠의 마지막 선물은 아니었을까요
출처/노자규 웹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