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
남편은
아들이 세 살 때 병으로 떠나보내고
반쯤 열린 시간들 사이로 자란 아들이
이젠 고등학생이 되었네요
늘 서리 내린 새벽에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일을 해야 했고
어쩔 수 없이 아들은
스스로 이겨낼 수밖에 없는 환경을
물려줘야 했든 게
마음 틈새로 저를 힘들게 했습니다
주름 깊은
하루하루 펼쳐지는 현실 벽 앞에
지켜보는 게 더 큰 애정일 수밖에
없었던 고단한 하루의 연속이었죠
모처럼
평일을 택해휴무인 오늘조차도
못다 한 집안일에
두 다리 뻗고 누워일 수만은 없답니다
늘 등교 시간에 맞추어
허둥지둥 서둘러 나간 아들의 방엔
가로로 누운 옷
똘똘 말려있는 양말
떨어진 이불과 배게 등
어수선함이 단짝이 된 지 오래랍니다
“이놈! 방이 이게 뭐야... 휴”
엄마의 따뜻한 온기를 느끼거나
가벼운 챙김조차
받지 못하고 자라는 아이라
늘 안쓰운 마음만
더는 건 엄마라서 그런 걸까요!
책상 위에 그대로 켜져 있는 컴퓨터
친구들이랑
문자를 주고받든 메일까지도 열려진 채
저를 바라보고만 있었습니다
전원을 꺼려다
아들이 요즘 어떤 생각을
하고 있나 싶어 들어가 보았어요
이런 얘기 저런 애기
그 나이 그 또래에서
늘 주고받는 애기 중에
자긴 집에 오면 늘 혼자여서 힘들다는 글이 눈에 먼저 들어오더라고요
밀린 일을 하면서도
아들의 그 말이 메아리 되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습니다
점심시간
밴치에 앉아 휴식을 하다
그때 알아둔 아이디로
아들에게 문자를 보냈습니다
물론
엄마가 아닌 같은 또래의 친구처럼요
그렇게
서로 문자를 주고받으며
제법 친해진 어느 날
"민규야!
너네 엄마는 어떤 분이셔?"
"응 ,,,,,,음...."
선뜻 대답을 못하는 모습에
늘 옆에서 챙겨 주지 못한 미안함이
뭉텅뭉텅 먼저 다가오는 것 같았습니다
“우리 엄만 좋은 분이셔...”
"그게 다야? “
"응...."
그말에 맘이 주머니 속 동전들처럼
자꾸 작아만 지는 건 왜인지,,,,
짧은 대답 속에
지난날로 넘겨진 장면들이
되새겨오는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점심은 먹었어?”
“응”
“넌 공부하긴 힘들지 않아?
대학 가려면 열심히 해야 하잖아... “
“지혜야!
난 아무 대학이나 갈 거야.. “
“그런 게 어딨어
니네 엄마 걱정하시겠다
넌 엄마가 실망해도 돼?”
“잘 모르겠어.. “”
나의 품에서 집을 짓고
터를 넓히며 살아온 아들이
이젠 엄마의 시선을 피하며
엄마의 온도를 잃어가는
모습만을 기억한채
난 나의 엄마처럼
너의 엄마가 되어가는구나
싶어 돌아 나온 길을 잃은 듯 했습니다
늦은 하루를 읽고 가는 노을을 등지고
모처럼
시장을 봐서 일찍 집에 왔습니다
한가한 시간은 거실에 앉혀놓고
바쁘게 준비한 반찬들로
아들을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덜커덕 ”거리며
열리는 현관문 소리와 함께
들어서는 아들이 환하게 웃으며
엄마를 보기보단 식탁에 차려진
밥과 반찬들을
경이롭게 바라보고 있습니다
저렇게 숨겨져 있던
아들의 마음을 미쳐 챙겨주지 못했던
미안함이
눈물이 되어 전 흐르고 있었고요
“울 아들.. 어서 와 “
많이 먹어라‘“
“요즘 학교 생활은 어때?”
“응.. 별로야.. “
“엄만 울 아들 믿는다 파이팅!”
아버지 없이....
누나 동생 없이....
엄마와도 아침에 보고선
저녁 늦게 보는 게 전부인 아들을
볼 때마다
손톱 밑에 밴 핏물처럼 쓰라림이
이젠 저 산만큼 커져버렸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마음보다 늘 먼저 흘러갔고
아들도
열심히 공부해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오늘은
손가락 접어도
모자란 날들을 뒤로하고
대학 입학식이 있는 날입니다
멀리서 “엄마“하고 다가서는
어젓한 아들에 모습에
세상을 다 얻은 듯 행복했습니다
“아무것도 해주지 못한 엄마인데도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건지.....! “
아들에 손에 들려진 장미 꽃송이 두 개
「하나는 노란 장미」
「하나는 빨간 장미」
오른손에 노란 장미를..
“엄마! 그동안 감사했어요”
왼손엔 빨간 장미를...
“지혜야! 고마워... “
“너 알고 있었어?
언제부터......
알면서 너 엄마를 속였구나? “
“엄마 아들로 살아와서 늘 행복했고
앞으로도 남은 날들
엄마 아들로 열심히 살게요
엄마..사랑해요 “
「늘 일만 하시는 엄마가 외롭게 보여
엄마를 위로해주고 싶었다는 아들」
「늘 혼자여서 힘들어하는
아들을 위로해주고 싶었다는 엄마」
지나가는 버스 지붕 위로
햇살 한 줌이 얹혀가듯
엄마의 두빰에
흐르는 눈물을 닦아주며
아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큰 선물은
“엄마“라고......
출처/노자규 웹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