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사정(리바이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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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거지를 하면서
아내가 왜 그렇게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심했는지 알았다.
주방앞 벚나무에
벗꽃이 몸서리치게 피던 날
까치 한 쌍이
주방에서 마주보이는
벗나무 그루터기에
집을 짓고 있었다.

설거지를 하면서
왜 그토록 아내가
숨죽였는지를 알았다.
집에 나뭇가지 하나를
얹을 때 마다
열 번도 넘게
사방을 둘러보는
까치부부 때문에
숨이 막힌 아내는
베란다에서
설거지를 했다.

설거지를 하면서
아내가 왜 한숨을
쉬는지를 알았다.
아내의 조바심도
아내의 숨죽임도
모두를 알아차린 까치부부는
새로운 안식처를 찾았고
집을 짓던 나뭇가지는
하나둘씩 사라져
이제는 빈 그루터기만 남았다.

아내의 사정(리바이블)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