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가게를 지나는데
노랗고 예쁜 참외가 단내를 풍기며 유혹한다.
가끔 참외를 보면
대학시절 비둘기 열차를 타고 통학을 했던
선배 후배들중 유일하게 우리와 어울리며
한시간 여의 긴 통학길을 오갔던
여선배가 생각난다.
노오랗고 예쁜 참외와 여선배라니
다소 생뚱 맞을지 모르지만 .........
청량리행 비둘기열차 막차시간이 가까이오면
통학생들이 기차역으로 모여들고
같은 고등학교 동문인 우리들은 역에 모여서
서로서로의 주머니에서 잔돈푼을 털어서
소주와 종이컵 안주로는 새우깡 또는 에이스라는 과자를 샀다.
소주가 한두잔 들어가면
하나씩 노래를 부르고 박수를 치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길은 안식이고 평화였다.
그즘에 유행하던 노래중
지금은 제목이 기억나지 않지만
바이브레이션이 염소같다고 염생이라고 불리던 가수
김병수의 노래였다.
나는 이노래를 나름의 창법으로 제법 멋들어지게 불렀는데
열차안에서 선배들은 늘 환호하고 앵콜을 외치고
그 당시 교육대학에 다니던 여선배는
거의 광적으로 앵콜을 외쳤다.
그러던 어느날 흥에겨워 이노래을 부르는데
열차에 있던 다른 학생이
과자를 한봉지 주며 좀 조용히 해달라고.....
그래도 난 끝까지 다 불렀다.(쪽팔림을 무릅쓰고)
지금처럼 좌판에 노오란 참외가 진열되어
특유의 단내가 진동하던 5월
열차안에서 독어독문학과에 다니던 동기녀석이
여선배에게 다가가 수작을 건다.
"누나! 오다가 가게에서 예쁜 참외를 봤는데..."
"누나 얼굴이 어쩜 그 참외처럼 예뻐요"
여선배의 입이 귀에 걸이고
주위의 다른 선배들 후배들도 그의견에 동의하고
너무 신이난 여선배의 뒤에서 내가 말했다.
누나! 참외는 호박과 식물이야!
여선배의 미소는 울음이 되고
나는 선배들에게 설컫 눈총을 받고
지금은 아마 교장선생님쯤 되어 있겠지
아니면 손주들 재롱이나 보고 있을까?
어디에서 마주치면 노오란 참외 한바구니를 선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