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숙에 대하여

corn1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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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포진으로 고생하는 아들 녀석을 위해
실한 토종닭 한 마리를 사고
전복을 몇 마리 사고 수삼이며 황기며 대추를 샀다.
재료를 정성스럽게 다듬고 씻고
압력솥에 넣어 끓이면서 아들을 생각 한다.
이건 좀 먹을 만했으면 좋겠다.


내가 어릴 때 할머니는 마당 한편에 초가로 닭장을 지어
해마다 50마리 정도의 닭을 기르셨다.
쌀겨를 먹이기도하고 배추 잎사귀를 먹이기도 하고
어쩌다가 닭장을 탈출한 닭들이
채마밭을 쑥대밭으로 만들기도 했지만
이 닭들이 낳은 알을 시장에 팔기도 하고
손자들 도시락 반찬도 하고....


할머니는 한 달에 한번 두 마리의 닭을 잡아
집안 잔치를 벌이셨다.
마당에 있는 화덕에 가마솥을 걸고 장작을 지피면서
끓고 있는 닭백숙 냄새를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할머니 어머니 아버지 육남매 아홉 식구
두 마리의 닭백숙의 분배는 늘 그랬다.
큰 그릇에 실한 씨암탉 한마리는 아버지 앞에 놓여 있었고
나머지 한 마리로 여덟 식구가 나주어 먹는 불공정한 분배
우리는 그것을 왜 당연하게 여겼을까?
아버지는 할머니 앞에서 그 큰 씨암탉을 혼자서 다드셨고
지켜보시던 할머니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세월이 흘러도 백숙에 대한 기억은 늘 그렇다.
아버지 앞에 놓인 씨암탉 한 마리
우리 그릇에 들어 있던 잘게 찢어진 닭고기 조각들....
아들을 위해 백숙을 만들면서
왜 그때 우리가 당연하게 여겼는지 알 것같다.

< 숨쉬는글 corn113 >

백숙에 대하여 | Ecen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