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122

chapchop(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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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심하게 사고 있다. 얼마 안되는 돈을 책에 탕진하는 재미가 좋다. 좀 전만 해도 SD캐릭터 그리는 책을 장바구니에 담아뒀다. 그런데 양말 한 짝 사지 않고 옷은 롱패딩에 바지 두어벌과 티셔츠 두어벌로 돌려막기 하면서 신발도 두어켤레 운동화를 번갈아 신고 미용실도 가지 않고 화장품도 안산다. 이 나이 되도록 나만의 스타일이란 게 없어서 그나마 사는 것도 뭐가 됐든 늘 사놓고 썩힌다. 이제는 당하지 않는다며 아예 사질 않는다. 아침에 옷 뭐입나 생각하는 것이 짜증날 정도로 귀찮아서 가짓수를 늘리고 싶지 않다. 유행에 따르든 자기만의 길을 가든 스타일이 있으면 오늘 뭐 입지 같은 대단찮은 고민은 할 필요가 없는데. 매번 생각하기보다 한 번 정해놓고 오래 써먹을 스타일이 필요하다.

요근래 머리를 어떻게 할까 그 생각만 한다. 매일 아침 거울 보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그걸 매일 하자니 생각 안해도 될 것이 굳이 드러난다. 내가 보기에 아주 마음에 들지 않는다. 머리를 어떻게 하려고 기르는 게 아니다. 오히려 그냥 귀신처럼 날리고 다니려고 기른다. 하지만 사람들은 지저분하다느니 더럽다느니 말이 지나치게 많다. 위생문제를 운운할정도의 시대는 아니잖아. 상당히 무식한 생각이다. 지저분어쩌고는 본인 취향이다. 간섭할 정도의 관계도 아닌 사람들이. 아무튼 방문을 열고 나섰으니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집과 달리 불편하기도 하고. 그런데 어떻게 해도 마음에 들지 않을 것 같다. 그래서 아주 짧게 잘라버릴까, 어차피 숏컷도 좋아하고. 그래도 짧은 머리는 숱이 많아야 예쁜데 지금 머리숱으로는.. 뭘 할 수도 없고 안할 수도 없고. 봄까지 일단 참고 기다려야할 것 같다. 탈모약이 그때쯤 되면 다시 효과가 나겠지. 도중에 한달 가까이 방치했더니 그렇게 빨리 머리숱이 날아갈 줄이야. 어린 머리털들이 지금도 자기 역할을 하고 있지만 길고 굵어지면 더 좋지. 시간이 지나면 그래질까 하고 고대하고 있다. 머리털이 문제야. 무슨 머리든 해도 영 폼이 안나.

오늘은 쉬는 날이었다. 종일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잠으로 하루를 다 보냈다. 지난주엔 시골 갔다 오고. 점점 갈수록 피곤해지고 있다. 몸이 안좋아지는건가 의심이 들다가도 놀고 먹어도 피곤한데 당연한 거라고.. 믿고 싶다. 병원을 가긴 해야하는데 의사한데 한소리 듣는 게 싫어서 미루고 있다. 한 3년됐나 안간지가. 아침엔 자느라 못 먹고 저녁엔 피곤해서 먹기 싫고. 과일을 사다놓고 갈아서라도 먹어야겠다.

너무 쉽게 돈버는 게 아닌가 문득 생각했다. 적응하느라 힘들고 스트레스는 지금도 계속 되고 쥐꼬리 정도의 액수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일이란 것은 사실 별 대단한 게 아닌 것도.. 그러다가 무슨 재주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더 쉽게 비교할 수 없이 더 많은 돈을 버는 사람이 수두룩할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렇지만 시간은 돈과는 비교가 안되게 소중한 것이지. 믿을 수 없게도 돈으로는 시간을 살 수 있다. 정말 새삼 놀랍다. 그런 소중한 시간과 바꾼 것이니까 얼마의 돈을 벌든 믿지는 장사를 한 건가 생각하니 이번엔 침울해진다. 이런 걸 보면 일과 자아실현은 일치해야 한다.

아주 재미난 작가..가 아니라 자칭 철학자를 책을 통해 알게 됐다. 그 사람이 낸 책을 한보따리 사놓고 틈틈히 읽고 있는데 아주 재밌다. 겸손함이 없는 자화자찬이나 거듭하고 반복하는 주장, 거칠고 과격한 비판을 보고 이류얼치기철학자인가?했는데, 그게 사실이라해도 굳은 심지 하나는 세계 일류다 싶다. 생각해 보니 대단하든 시원찮든 자기 나름대로 한 걸 했다 하고 이룬 걸 이뤘다고 하지 그럼 뭐라고 할 것이며 들이받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신에 대한 들이받기도 거리끼지 않는다. 악을 쓰며 비판을 해도 돌아오는 말이 없다는 게 좀 애잔하다. 자기만의 세계에 빠진 미친철학자는 아닌 것 같다. 지식인이라면 으례 고상하고 점잖은 태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문체를 풍기는데 이 사람은 전혀 다른 냄새가 난다. 화가 나있고 분노에 차있으며 자신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고 '하늘을 날리라'식의 대찬 포부, 뚜렷한 자기이론과 그것을 실천하는 철학자 같다. 전복의 기회를 노리는 내부고발자같은 모습도 인간적이다. 자기가 잘난 예술가라고 생각하는 고흐같다. 철학책을 특별히 읽어봤거나 하진 않앟고 이 사람의 책을 아직은 극히 일부만 봤지만 그런 인상이다. 세상엔 정말 별사람이 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