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3일의 기록
13 / 07 / 2018 / 07:57 AM
ⓒ chaelinjane
# Hard-Carried Period
인스펙션(최종 점검)이 있는 11일 오후까지 총 147시간의 워크 타임을 기록했다. 학교에서 일할 때와 비교해보니 거의 한 학기 시수에 육박한다. 단기간에 돈을 무지하게 끌어모았다. 그리고 몸에 무리가 오는 게 느껴졌다. 생리까지 시작되는 바람에 일을 더 도와주기도 힘들게 됐다. 정말이지 생리 때가 될 때까지 웰링턴에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건강에 무리가 가는 일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일주일이 적당한 것 같다. 한 달에 한 주 정도는 지금처럼 아주 하드하게 일하고 3주는 마음껏 쉴 수 있다면 꽤나 괜찮은 루틴일 것 같다. 나에게는 출퇴근 일수가 많은 게 더 스트레스니까! 그렇지만 2주 연속으로 이런 식으로 일하는 건 전-혀 아닌 것 같다. 인간에서 「기계」로 전환되는 시점인 것이다. 피로를 풀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으니 어떻게든 추가적인 보상이 주어져야 마땅하다. 그렇지만 고용주는 일주일 연장된 근무로 추가 비용이 발생하는 것부터 당장 눈에 들어올 수밖에 없는 종족인 것이다.
# 달의 이면을 걷는 일
나는 비교적 인생을 편하게 살고 있던 사람이었다. 대학에 다닐 때에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벌기보다는 공부를 좀 더 해서 장학금을 받는 쪽을 선택했기 때문에 '일'에 대한 경험치가 무척 부족한 사람이다. 글을 쓰는 삶을 바라게 되자 당연히 부족한 경험들이 아쉽게 느껴졌다. 그렇기 때문에 기회가 있어도 내 것으로 만들기는 힘든 세상에서 손에 일이 덩그러니 쥐어진다면 일단 달려들고 싶은 것이다. 그것이 금이든 똥이든 글에 있어서는 좋은 재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달은 우리에게 늘 똑같은 한 쪽만 보여준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삶 또한 그러하다. 그들의 삶의 가려진 쪽에 대해서 우리는 짐작으로밖에 알지 못하는데 정작 단 하나 중요한 것은 그쪽이다.
─ 장 그르니에 〈섬〉중에서
두두가 집에 오면 항상 그랬다. '리리, 나 정말 내 한계치까지 일을 하고 있어. 너무 힘들어. 그렇지만 견뎌보려고 하고 있어. 그걸 알아줬으면 좋겠어.' 이렇게 일터에서의 두두의 삶을 가까이에서 지켜보고 직접 경험하고 나니 그동안 두두가 힘들어하던 것들이 X선 사진처럼 눈에 들어왔다. 머리로도, 마음으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을 「몸」으로 느낀 것이다. 부장님이 딱히 나에게 잘못하는 건 없어도 그의 쉽게 짜증내는 말투─그 말을 들어야 하는 사람은 듣지 못하나 그 말을 듣지 않아도 될 사람들은 들어야 하는─나 듣기 거북한 농담, 기분따라 너무 쉽게 변하는 태도, 쿨한 척 하면서 뒤에서는 여러 사람 씹어대는 태도가 나는 벌써 질리고 멀리하고 싶은데 두두는 오죽했을까.
내가 본능적으로 부장님께 거부감이 생긴 건, 그의 모습에서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이 비쳤기 때문이다. 쉽게 내뱉는 짜증, 기분 좋음과 그 반대가 쉽게 드러나는 것. 나에게서 부장님에 대한 혐오가 느껴지자 스스로에 대한 수치스러움, 부모님과 두두에 대한 미안함으로 내 몸의 가장자리가 온통 일그러지는 기분이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성격을 고쳐야겠다. 성격 하나 고친다고 척추가 부러지거나 관절이 퉁퉁 붓지는 않을 것이다.
# 새벽 네 시
12일은 아버지의 음력 생신이었다. 새벽이 깊었지만 '전화 좀 해줘'라고 메시지를 남긴 아빠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아 카톡 전화로 단톡방에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받으셨는데 아빠와는 밤에 통화를 하셨다고 한다. 자초지종을 들어보니 아빠와 같이 일하는 사람 중에 성격이 개 같은 아저씨가 있는데, 그 사람이 술을 먹고 아빠에게 막말을 했다고. 그래서 한 바탕 싸움이 일어났단다. 생신날 그런 일이 있었으니 얼마나 화가 나고 슬프셨을까. 엄마도 마음이 안되었는지 잠도 못 자고 거실에 나와 계신 모양이었다. 사회 생활이란 게, 참. 더럽다, 더러워. 그 아저씨는 본인의 성격 때문에 일찌감치 부인도 잃고 가족도 잃고 모든 걸 다 잃은 사람이다. 어디 기댈 때도 없고, 그저 일에만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사람. 입이 너무 더럽고 행동이 거칠어도 회사에서는 일에다가 모든 걸 쏟아붓는 사람을 쉽게 내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쥐어짜고 몰아붙이는 덕에 실적도 괜찮은 편이고. 엄마와 통화를 끝내고 그 사람이 아빠에게 열등감이 있어서 그런가보다고 메시지를 남겼다. 안락한 가정, 떨어져 지내도 한결 같이 자리를 굳건히 지키는 아내, 그 사람은 못 가진 걸(이제 더는 가질 수 없는 걸) 아빠가 가졌기 때문에 속에서 질투가 나서 더 그런 거라고 말씀드렸다. 우리 아빠, 참 감수성이 예민하신 분인데 이번 일로 마음이 얼마나 다치셨을지 눈에 훤하네. 진짜 부모님께 잘해드려야지, 호강시켜 드려야지, 마음을 더 두껍게 만들어야겠다. 나가자, 잠도 오지 않으니 두 시간 정도라도 현장 가서 일 좀 도와드려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