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코코입니다.
지난 금요일, 저는 @kyslmate 님으로 부터 한권의 책을 배송받았습니다.
솔울메이트님의 슈퍼뉴비k이벤트를 통해 얻게된 행운같은 책 금수 였습니다.
이틀만에 호로록 읽어버린 아주 재미있는 소설, 금수.
평소 일본작가에 의해 쓰여진 책을 읽다보면 이상하리만큼 공통적인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자아'를 아주 강조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에세이집에서 특히 많이 발견되지만 소설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것은 때로는 아주 차가운 이기주의의 형태로, 때로는 거리두기를 통해 자신을 지키는 방식으로, 때로는 자아분열 및 잔혹한 상의 묘사로 나타내지곤 합니다.
오늘의 책 금수 또한 주인공 가쓰누마 아키의 편지로 시작하며 주인공의 내면을 자세히 묘사합니다. 지난날에대한 회상과 살아가고 있는 삶의 일부를 편지로 풀어내며 이혼한 남녀의 절절한 편지가 이 책의 전부입니다. 절절하고 긴 편지를 주고받을거면 이혼하지 말고 잘 살지, 그들은 왜 남이 되기로 결정했을까요.
남편의 외도로 이혼한 두사람은 10년 후 아주 우연히 재회합니다.
우연한 만남 그 후 가쓰누마 아키의 주체못할 울렁임으로 이 편지는 시작됩니다.
이미 재혼을 하고 한 아이가 있지만 전 남편인 아리마 야쓰아키에게 애정과 그리움을 느끼는 아키, 그리고 그런 전 부인에게 조심스레 모든 것을 터놓는 야쓰아키의 편지 속에는 지극히도 평범한 우리의 삶이 담겨있습니다.
편지의 중간 중간에 그들의 삶이 영화처럼 묘사되어 지는데 그 중 한 장면은 여주인공 아키의 삶 속에 '모짜르트'가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집 앞 새로 생긴 카페 '모짜르트'에서 알게된 노부부와 모짜라트의 음악. 그리고 그것을 통해 삶을 회복해나가는 아키. 과연 곁에 있는 존재들과 음악이라는 예술의 위대함을 크게 느낀 부분입니다.
저는 종종 삶의 무게에 지쳐 눈물이 흐를 때가 있는데요 그것은 과거의 제 모습에 대한 후회가 원인이 될 때가 많습니다. 죄책감이란 것의 무게는 언제쯤 내려놓을 수 있을까요. 저의 이런 마음에 공감하는 듯 전남편 야스아키의 편지에는 그의 참회와 더불어 인간적인 탐욕이 함께 묻어있습니다. 사랑했던 여자에대한 솔직한 회상과 죄에 대한 깊은 사과, 현실의 넘어짐, 그리고 장인어른에 대한 회고는 지극히 인간적인 그를 미워할 수 없게 만들어줍니다.
저는 수염도 깎지 않고 지저분한 신발을 신었으며 커터셔츠의 목덜미에는 때가 끼었고 게다가 안색이 진흙같았습니다. 저는 당황했습니다. 한시라도 빨리 당신 앞에서 모습을 감추고 싶었습니다. (중략) 산길을 오른쪽으로 돌아가 완전히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되고 나서도 저는 오랫동안 그 자리에 서서 두 사람이 사라져 간 구부러진 길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나뭇잎 사이로 내리쬐고 있는 그 길의 금빛 햇빛이 예전에 제 인생에서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쓸쓸하고 황량한 빛의 칼날이 되어 저의 지저분하고 때가 낀 마음을 찔렀습니다_P134
그와 그녀의 우연한 만남 그날의 일과 감정을 이토록이나 문학적 문체로 적었습니다. 이러니 헤어짐 뒤에도 그리울 수 밖에 없는 남자인가 싶은 생각이 불쑥 ..
또다른 이야기로, 편지 속에는 '업보'라는 단어가 종종 등장합니다.
'그것이 네 업보인가, 이것이 내 업보인가'
글쎄요. 인간에게 정해진 운명이란 것이 있을까요?
인간의 관점으로 보아 신이 우리네 삶을 모두 정해놓았다면 억울한 부분이 한 둘이 아닐테지만, 이 책에서의 업보는 결국 책의 마무리가 되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업보라는 말을 저는 알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것도 단지 쉬운 말로서가 아니라 어떤 준엄한 법칙으로서 저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저는 필시 누군가와 결혼해도 딴 여자에게 남편을 빼앗기는 업보를 갖고 있는 것이겠지요. (중략) 가쓰누마가 다른 여자에게 마음이 옮겨 간 것도 다 제 업보일지 모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어쩌면 저의 에고이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_p198
이야기가 절정으로 달할때 쯤 여주인공 아키의 편지입니다.
'이것은 내 업보이다. 내 삶이다.'
회복이 시작되었다 느껴졌습니다.
전남편 야쓰아키는 참 잔혹하게도 자신의 연애, 그리고 여자들을 편지 가운데 나열합니다.
그는 빈털털이가 되어 나락의 삶을 살고 있는 그의 곁에 살아가고 있는 여자 레이코의 이야기를 꽤나 길게 써내려갑니다. 그녀의 헌신적인 사랑과 남자를 다시 살게하기 위한 삶의 투쟁이야기를 냉담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지만, 예리한 눈과 감각으로 그의 삶의 변화를 정확히 인지시켜주는 아키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당신보다 훨씬 강하고 끈기있는 사람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리고 당신을 열렬히 사랑하고 있을 것임에 틀림 없습니다. 저는 알 수 있습니다. 아니, 저니까 알 수 있는 겁니다. _p247
저는 이 대목이 복선처럼 느껴졌습니다. 죽음을 오가는 힘겨운 여정을 걸어왔던 야스아키의 삶이 레이코로 인해 다시 살아나겠구나. 그녀는 야스아키에게 테오와 같은 존재가 되어주겠구나. 하는 것을 말입니다.
이야기는 끝으로 갈수록 세세하고 조밀해집니다. 아마도 10년 전의 환상같았던 일들이 끝맺어져 가는 것이겠지요. 그 공간에 현실이라는 커다랗고 세밀한, 무력한 것이 들어오고 있는 것이겠지요.
밥을 다 먹은 레이코는 울면서 빨래를 정리하고 세수를 하고 이를 닦고 파자마로 갈아입고 제 요 옆에 자신의 이부자리를 깔고는 그대로 누워 한마디도 하지 않은 채 이불을 머리까지 푹 뒤집어썼습니다. (중략) 하지만 레이코는 저에게 달라붙어 " 전 당신의 부인이었던 사람이 좋아요" 하고 말했습니다.
레이코란 여자는 아키가 보낸 편지를 모두 다 읽었습니다.
삶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과정이 이 한장면에 다 담겼습니다. 그녀는 슬프지만 빨래를 했고, 밉지만 그의 곁에 누웠습니다. 그리고 그와 결부된 것들을 이해하기 시작합니다.
아, 나도 이렇게 살고있었지, 깨달았습니다.
책이 참 좋았지만 저의 눈물 포인트는 바로 아버지의 대목에 있었습니다.
아주 화창한 목요일 한낮이었습니다. 오랜만의 휴식이라고 말하며 회사에 가지 않고 뒷마루에 앉아 뜰의 나무를 바라보고 있던 아버지가 어머니 성묘라도 가자고 저에게 말했습니다. 추분도, 기일도 아니었지만 저도 가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중략) 야마시나는 어머니가 태어난 곳이라 아버지는 어머니의 뼈를 일부러 그 묘원에 모셨던 것입니다. _p265
왜일까요. 눈물이 흘렀습니다.
나를 살게하는 것도 가족, 나를 울게하는 것도 역시 가족입니다.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여주인공 아키는 두번의 결혼을 하고 두 남자 모두 외도를 합니다. 한명의 자식을 낳았는데, 장애아 입니다. 두번째 결혼 또한 이혼을 결심하며 이야기는 마무리됩니다.
어머니 없이 하나뿐인 딸을 키워온 아버지의 마음이 어땠을지를 생각하니 가슴이 시큰거려 눈물이 났나 봅니다. 이야기는 결국 남녀의 환상같은 회상에서 현실로 돌아오며 사랑을 추억으로 다듬는 과정을 편지로 담아냅니다. 하지만 결혼은 둘만의 것이 아님을, 행복도 불행도 가족이 함께 끌어안고 가는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환상 속이든, 추억이된 현실을 살아가든 그것은 둘만의 것이 아니라 곁의 사랑하는 가족의 것일수도 있겠다고 말입니다.
읽는 내내, 그리고 이 글을 쓰는 내내 아버지 생각이 많이 났습니다. 하나뿐인 딸의 아픔과 기쁨을 같이하며 늘 마음조릴 당신의 모습을 생각하니 괜스레 또 씁쓸해지지만, 행복도 함께 차오릅니다.
제 나름의 해석을 곁들였지만 작가가 말하고자 했던 것은 사랑의 환상과 그로부터 돌아오는 현실가운데 맺어지는 추억, 이 아니었을까요?
금수, 추천드리며 이 글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좋은밤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