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글에 앞서 트럼펫 연주영상을 하나보고 시작하려고 합니다.
지난 "외모는 거들뿐"이란 내용의 얼빠 트럼펫터에 관련된 포스팅을 씹어먹기라도 하듯
"나의 쌀집 아저씨 같은 외모는 음악의 완성도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
고 말하는 듯한 초절정 테크니션 Arturo Sandoval과 그에게 다각적인 의미에서의 Mentor역할을 했던 Dizzy Gillespie의 협연입니다.
(Sandoval은 리빙 하바나(For Love Or Country: The Arturo Sandoval Story, 2000)의 소재가 되기도 했던 쿠바에서 망명한 트럼펫터이기도 합니다.)
트럼펫을 잡고 있으면 주변에서 가장 많이 듣게되는 질문입니다.
색소폰이나 플룻 같은 경우 조작할 수 있는 키의 개수가 워낙 많기도 하고
국민 관악기인 리코더와 단소를 통해서 어느정도 운지에 따른 음의 원리가 어느정도 이해되지만
트럼펫이라는 녀석은 누를수 있는 키가 고작 3개 밖에 없는데 뭘로 그 많은 음을 다 내는지...
개인적으로는 외국 체류중 어느 재즈밴드의 공연장에서 현란한 솔로프레이즈를 연주하는 트럼페터를 보면서
'잠깐만 근데 벨브가 3개 밖에 없잖아?!'
라는 궁금증이 들면서 이 악기에 대한 묘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소리내는 원리가 궁금했던 또 하나의 악기 트롬본이 있었지만, 악기의 원리를 모르던 그 당시에는
'트롬본은 맘대로 관의 길이를 늘렸다 줄였다할 수 있으니 음의 높낮이 개수만큼 관을 조금씩 더 밀고 당기는 단계가 있지 않을까' 하고 마음대로 추측하고 넘어 간다 치더라도 트럼펫은 뭔가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였습니다.
그런데 이거... 저만 궁금했던 건가요?
경우의 수를 따져보자면
트럼펫은 누른다-땐다의 2가지 상태가 가능한 3개의 피스톤이 있습니다.
즉 2^3 = 8 가지(실제로는 7가지)의 조합이 가능한데요,
당장 피아노 건반만 봐도 7개의 흰건반과 5개의 검은건반 총 12개의 음계가 존재합니다.
따라서 2옥타브 반만 연주를 하려고 해도 30개의 음계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하는데
트럼펫은 3개의 피스톤이 존재를 하는 것이죠.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복잡한 이론을 설명하기에 앞서
이 영상 하나면 8할의 설명이 끝나는 것 같습니다.
군필자 분들에겐 아픈기억을 상기시켜드려 죄송합니다.
연주 영상을 보시면 알겠지만 곡의 시작에서 끝까지 피스톤 조작(관의 길이 변화)없이 시작부터 끝까지 기상나팔을 위한 모든 음을 바람와 입술떨림의 세기를 조절하여 연주합니다.
바로 이 연주에서 사용된 모든 음들이 하나의 손가락 포지션에서 로 낼 수 있는 배음(하모닉스)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이론대로라면 도를 기준으로
3(도), 5(솔), 7(도), 9(미), 11(솔), 13(시b), 15(도) 총 7개 배음을 얻을수 있는 것입니다.
7개의 포지션에서 각각 7개의 배음을 낼 수 있다면 7*7 충분히 반음계를 포함한 모든 음계를 몇옥타브 커버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이렇게 배음을 비교적 자유롭게 구사할 수 있는 트럼펫에서는 그 악기의 특성탓에 매력적인 초 고음의 연주가 가능합니다. 앞서 공유드린 쌀집 아저씨 Sandoval 역시 손꼽히는 Screamer(초고역을 연주하는 트럼펫터)중 한 명인데요.
글을 마무리하며 공유드리는 영상은 Sandoval 아저씨와 그의 친구들이 함께하는 누가누가 잘하나 즉흥연주 영상입니다.
<Morrison/Faddis/Marsalis/Sandoval Play The Blues: Live Bern 19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