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테의 단편이야기(Dante's Tale Cube) : 릴-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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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서 올립니다.
(단테의 단편이야기 : 릴-03 https://steemkr.com/story/@bard-dante/dante-s-tale-cube-03)
(단테의 단편이야기 : 릴-02 https://steemkr.com/story/@bard-dante/dante-s-tale-cube-02)
(단테의 단편이야기 : 릴-01 https://steemkr.com/story/@bard-dante/dante-s-tale-cube-01)


결국 자정이 지나서야 우리는 거리로 나왔다.
조던은 다음 연출작 대본을 봐야 한다며 사무실로 돌아갔고,
로이는 부인의 잔소리 섞인 전화를 세 통이나 받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집으로 향했다.
작은 물푸레나뭇가지를 나와, 제이와 나는 서로 어깨동무를 한채 거리를 걸었다.
얼마나 걸었는지, 시내의 중앙공원 외곽까지 걸었다.
우리는 술을 깨기위해 버스정류장에 가까운 공원 벤치에 앉았다.

"야, 릴. 세라는 지금 뭐하면서 살고 있을까?"

한참 다른 이야기를 하던 제이가 벌게진 얼굴로 하늘을 보면서 말했다.

"글쎄.. 아마도 좋은 아내, 좋은 엄마가 되어 있지 않을까?"

나는 양손으로 양복 외투를 당기며 대답했다. 4월의 밤공기는 아직 차가웠다.

".. 큭... 좋은 아내? 좋은 엄마? 하하하~!"

제이는 뭐가그리 웃긴지 고개가 벤치 뒤로 넘어갈 정도로 웃어젖혔다.
한참을 그렇게 웃어대던 제이는 크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바로 잡았다.

"하아~~ 그래야지.. 그럼.. 그래야지.. 그럴꺼야.. 누구를 버리고 갔는데.."

나는 아무런 말없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 잘 살꺼야. 아마도."

제이가 다시 고개를 뒤로 젖히고는 말했다.

"야, 릴~ 릴~~"
"왜?"
"그거 기억하냐?"
"뭘?"

내가 고개를 들어 제이를 보며 다시 물었다.

"그거. 레모네이드. 얼음 띄운 레모네이드.. 너 그게 무슨 맛이었는지 기억하냐?"
"레모네이드.. 레모네이드가 레모네이드 맛이지 무슨 맛이겠어..."

난 고개를 숙인 채 웃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왠지 고개를 들수 없었다는 편이 더 맞을 것 같았다.
마치 그 시절의 세라가 내 앞에 서있기라도 한 것 처럼.. 그런 것처럼..

제이가 말했다.

"그래.. 레모네이드는 레모네이드 맛이겠지.."

잠시 우리 사이에 침묵이 흘렀다.
순간 저멀리 귓가에 낡은 인쇄기가 돌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숨이 막힐 것같은 그 지독한 잉크냄새도 느껴졌다.
한여름의 그 무더운 동아리 사무실..

팔이 천근만근 무겁게 느껴졌다.
그렇게 땀을 흘리며 슬슬 불평이 터져나올즈음..
어김없이 누군가가 사무실의 문을 특유의 리듬으로 세 번 두드린다.
그 노크소리는 행복의 소리였고 해방의 소리였다.

문앞에는 언제나 세라가 작은 아이스박스를 들고 있었다.
그 안에는 그녀가 집에서 만들어온 시원한 레모네이드가 들어있었다.
얼음은 언제나 두개.. 그래 언제나 두개였다.
언제나 맛이 일정하지는 않았지만, 늘 새콤하고 달았다.
그것은 나에게 생명수였고,
그녀는 고약한 입냄새를 내는 드래곤의 미로에서 나를 구해준 작은 요정이었다.

하지만 이제 그것은 돌아갈수 없는 시절의 기억이었다.
제이가 이 환상에서 나를 다시 불러냈다.

"야, 릴."
"왜?"
".. 나 그 레모네이드가 참 좋았다."
"그래.. 나도 참 좋았어.."

눈을 감은 내 입 속에서 마치 그때의 레모네이드가 느껴지는 것 같았다.
다시 제이가 나를 불렀다.

"야, 릴~~~"
"아~ 왜~~"
"그 책. 그 책있쟎아. 그 안에 네 녀석이 쓴 이야기도 있다는 거 알아?"
"..뭐?"
"뭐라니.. 네가 나에게 해준 이야기가 있었쟎아. 너도 옛날에 들었다는 이야기라고 말이야.."
"그랬..었나?"

한동안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세라에 대한 추억에서 갑자기 내가 책에 썼다는 이야기로 넘어간다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아련히 몰려오는 레모네이드와 세라에 대한 추억이 오늘따라 너무 놓치기 싫었다.
가슴으로는 세라의 추억을 붙잡은 채, 나는 제이에게 물었다.

"그게 무슨 이야기였는데?"

제이는 잠이 들었는지 대답이 없었다.
제이는 벤치에 등을 기대어 있었고, 나는 그 곁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4월의 차가운 밤공기가 천천히 벤치 앞을 지나쳐가고 있었다.
버스정류장의 표지판 불빛은 마치 자신이 밤하늘의 별이라도 된 양 밝았다.
심야 버스 한대가 우리의 앞을 지나갔다.


이 이야기는 일단 여기서 마무리됩니다.
이 이야기는 사실 10년도 더 전에 썼던 이야기입니다.
킹아저씨의 표현을 빌리면.. 서랍 속에 넣어둔 이야기였습니다.
이번에 업로드를 하면서 좀 어색한 단어 몇 개만 수정했습니다.

사실 뒷 이야기가 조금 더 있지만, 마음에 안듭니다.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버리기도 하고, (여전히..?!) 아직 진행중이기도 하구요.
그래서 처음 이야기를 쓸 때 계획했던 부분에서 마무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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