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서 올립니다.
(단테의 단편이야기 : 릴-02 https://steemkr.com/story/@bard-dante/dante-s-tale-cube-02)
(단테의 단편이야기 : 릴-01 https://steemkr.com/story/@bard-dante/dante-s-tale-cube-01)
로이와 제이가 아직 조던과 이야기를 할동안 나는 마땅한 화제꺼리를 찾아야만 했다.
하지만 마땅한 화제가 생각이 나지를 않았다.
"아, 글쎄~ 아저씨들! 나는 아직 댁들처럼 결혼하고 중년이 되버렸다는 말은 듣기 싫거든요~?"
새로운 화제가 생각이 난 것은 그때였다.
몇일 전 헌책방에서 찾아낸 책, '기사와 요정의 연대기'였다.
로이와 제이가 이제 슬슬 나에게로 시선을 옮길때 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혹시, 너희들 기사와 요정의 연대기라는 책 기억나니?"
"뭐? 기사.. 뭐?"
"기사와 요정의 연대기래쟎아."
로이가 의아해 하자 조던이 결혼이야기로 기분이 언쟎아져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뭐야? 이번에 새로나온 신간인가? 어디 출판사야? 제목이 너무 촌스러운걸.."
제이가 코로 안경을 추켜올리며 대답했다.
세상에나.. 자기가 제일 열성으로 만들었던 책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니..
순간적으로 약간의 허탈감이 몰려왔다.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뭐야? 제이, 잊어버린거야? 너희들은 기억하지?"
제이, 조던, 로이의 시선이 나에게로 향했다.
마치 처음듣는다는 듯한 표정이었다.
알수없는 허탈감에 이제는 슬슬 흥이 빠져나가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마치 최후변론을 하듯 강하게 말했다.
"왜, 그거 있쟎아. 뉴폼페이대학 문학출판부~! 최초이자 마지막 출판서적!"
순간 세사람의 표정에 변화가 생겼다.
로이는 손바닥으로 그렇지 않아도 넓은 이마를 쳤고,
조던은 이제서야 알았다는 듯 '아하~' 하면서 손바닥을 쳤다.
나는 다시 흥미로운 표정이 되어 제이를 쳐다보았다.
제이는 잠시 멈칫 하더니 천천히 손을 들어 이미 추켜 올려놓은 안경을 다시 코위로 끌어올렸다.
"제이? 기억하지?"
내가 의기양양하게 물었다. 제이가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으.. 응."
마치 제이의 머리위로 요즘 애들이 보는 만화에 나오는 커다란 땀방울이 흐르는 듯한
착각이 들정도로 제이는 당황해 하고 있었다.
당황하는 제이의 모습이 우스워서였을까?
유명한 출판사의 편집장을 곯려주고 싶은 장난끼 때문이었을까?
나는 더욱 의기양양해져 말했다.
"내가 그 책을 찾아냈다는 사실!"
"어? 정말? 그게 아직 있었단 말이야? 우리도 안가지고 있는 그 책을?!"
나는 책을 헌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했고,
그것을 구해서 소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야기했다.
모두가 감탄을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당시 그 책을 만들기 위해 모두가 노력을 했었지만,
결국 낡은 인쇄기는 오래되지 않아 완전히 뻗어버렸다.
겨우 한달에 서너페이지짜리 신문 열부정도를 찍어내던 인쇄기로
4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만들겠다는 자체가 무리였다.
그것도 한두권도 아니고 할수 있는 한 최대한으로 많이 찍어 판매까지 하자는 계획이었다.
어찌보면 그때의 우리는 마치 작은 거인 출판사라도 되는 듯이 떠들었었다.
그러나 이미 인쇄기는 목숨을 잃은 상태였고,
더구나 우리에게 인쇄업자에게 부탁할 정도의 여유도 없었다.
애초의 상상과는 달리(너무도 당연했지만..)
우리가 찍어내는 이런 수준의 책을 사줄 사람은 거의 없었다.
사태가 거기까지 가서는 우리의 열정도 주춤거릴수 밖에 없었다.
결국 그때까지 찍어낸 책은 겨우 다섯권에 불과했다.
한 권은 출판부 사무실에, 한 권은 학교도서관에 기증했다.
나머지 세권 중 한 권은 제이가,
나머지 두 권은 다른 회원들이 돌아가면서 관리하기로 했었다.
하지만 학년이 올라가고 저마다 졸업과 취업에 바빠지면서
결국 누구도 그 책에 대해서는 잊어버리고 만 것이었다.
제이에게는 아마도 최초의 편집장으로서의 기념비적인 작품이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야~ 정말 그때는 대단했었지. 우리 제이 편집장님이~"
"얼마나 무서웠는데, 새벽 2시에 여자 기숙사로 쳐들어와서는
이거 번역 해주지 않으면 팬티만 입고 노처녀 사감방 앞에서
시위를 하겠다고 해서 얼마나 기겁을 했었는지 알아?"
"아, 그랬어~ 맞아맞아~"
"야, 너는 그런 말할 자격이 없어~!
인쇄기 돌린답시고 돌리란 인쇄기는 안돌리고 연애질에만 활활 타오르던게 누구였지~!!"
우리는 다시금 20대 초반의 그 시절로 돌아간 듯 즐거웠다.
그렇게 내가 찾아낸 책 한권으로 우리는 자칫 영원히 잊을뻔했던..
아니 잃을뻔 했던 우리의 청춘의 기억을 되살렸다.
그리고 연거푸 부딪힌 술잔은 셀 수가 없었다.
그때의 친구들을 기억하며 그들의 이름 하나 하나에 한잔씩..
책을 기리며 또한잔..
낡은 인쇄기와 그 역겹도록 지긋지긋한 잉크 냄새에도 한 잔.
그 모습을 보면서 다시 또 한잔을 마셨다.
그리고 나의 레모네이드와 세라의 기억에도 한잔...
한동안 술이 들어가고, 버릇처럼 학교의 교가를 부르며 잔을 들 때는
마침 이곳에서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시고 있던
뉴폼페이 대학 후배들까지 끼어들게 되어 온 식당안이 시끌벅적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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