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서 올립니다.
(단테의 단편이야기 : 릴-01 https://steemkr.com/story/@bard-dante/dante-s-tale-cube-01)
웨스트벨에서 뉴폼페이 중앙광장으로 가는 중간 즈음에는 오래된 거리들이 많이 있다.
그 중 '뮤즈에비뉴'라 불리는 이곳은 예전에는 연극과 뮤지컬이 열리는 극장들이 있던 거리였다.
말 그대로 당시 문화의 중심지였다.
지금은 작은 소극장 몇 군데와 거리만큼이나 오래된 식당과 카페가 남아있는
흔한 구시가지의 거리일 뿐이지만.
그 중 '작은 물푸레나뭇가지'는 학창시절부터 자주 다녔던 식당 겸 선술집이었다.
대학생이던 시절.
학교 밖에서 술을 마시느라 기숙사에 돌아가지 못하는 날이면,
소극장 앞 계단에서 졸다가 이곳에 와서 아침을 먹곤 했다.
이곳처럼 저렴하고 또 맛있는 집은 뉴폼페이시 어디를 뒤져도 찾을수 없을 것이다.
물론 지금은 그때의 그 돈없고 꼬질꼬질한 풋내기 대학생으로 이곳의 문을 들어서지 않지만.
그리고 지금은 학생티라고는 1g도 남지않은 우리들이 가끔씩 동창회를 빙자해 만나는 아지트였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나를 알아본 주인이 먼저 인사를 해왔다.
"안녕하세요. 리르(릴)씨"
"안녕하세요."
나도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했다.
지금 주인은 솔직히 이런 오래된 식당의 주인으로는 보이지 않는 젊고 말쑥한 청년이다.
이곳의 주인이었던 퍼드씨의 아들로 3년전 퍼드씨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난 뒤,
그가 식당을 이어가고 있다. 자리로 안내하며 말했다.
"리르씨는 언제나처럼 같은 자리죠?"
"아, 네."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있곤 했다.
작은 물푸레나뭇가지 가장 안쪽 창가자리.
여덟아홉명이 앉을 수 있는 테이블과 의자가 나를 반겼다.
언제나 같은 자리..
비록 퍼드씨는 갔지만 이 식당은 여전히 같은 분위기를 지켜가고 있었다.
이 자리도 역시 십수년이 넘었어도 언제나 그모습 그대로였다.
나는 창가쪽에서 두번째 자리에 앉았다.
창가쪽은 비어있었지만 이곳이 내 자리였으니까.
우리가 모두 모인 것은 그로부터 한시간이 조금 더 지나서였다.
모두라고 해도 이제는 단 4명만이 남았지만.
언제나 바쁜 제이가 투덜대면서 자리에 앉았다.
둥글넙적한 얼굴에 검은 뿔테 안경이 인상적이라고 하면 인상적인 녀석이다.
"젠장~! 대체 시장이란 녀석은 뭐하는 거야?!
세상에 사무실에서 여기까지 오는데 한시간이 넘는다는게 말이되냐구?!"
"야, 차가 막히는게 하루 이틀이야? 네녀석은 언제나 핑계가 그렇게 똑같냐?
또 한시간이야. 또 지각이라구."
로이가 의자에 손을 얹은채 몸을 틀어 제이를 보며 말했다.
"핑계가 아니야. 너도 차를 타고 왔으면 알꺼아니야~"
"이시간대는 언제나 그래. 그러니까 조금 일찍 나오라니까."
유일한 홍일점인 조던이 말했다.
제이가 미간을 찡그리며 조던을 쳐다보다가 카운터를 향해 손을 들며 외쳤다.
"이봐, 퍼드~! 여기 흑맥주 네잔 빨리! 맥주로라도 입을 틀어막던지 해야지.
그렇지않으면 내가 이 친구들에게 갉아먹힐꺼야!"
제이의 주문을 들은 퍼드가 큭큭거리며 재빨리 맥주를 날라왔다.
제이는 퍼드가 맥주를 내려놓기가 무섭게 들이킨 다음 말했다.
"세상에~ 이젠 조던 너까지 바가지를 긁는거야?
집에서는 마누라가 긁어대지, 사무실에서는 그 빌어드실 작가 녀석분들이 긁어대지~
제발 여기서 만큼은 좀 쉬어가자, 응?"
"호호호~ 내가 바가지를 긁을 남편이 없어서 말이야~"
"하하하~"
언제나 이런 식이었다. 제이는 잘나가는 출판사의 편집장으로,
로이는 나름대로 실적좋은 자동차 샐러리 맨으로,
조던은 시립 극단의 깐깐한 연출자로.. 나는 프리랜서 설계가로.
밖에서는 각자의 삶에 맞춰 그 모습을 지키고 있었지만 이렇게 모여있을 때는
그런 답답한 정장같은 모습은 필요없었다.
이곳에서의 우리는 학창시절 몇일동안 빨지 않은 청바지를 입고,
제일 값싼 아침을 먹던 그때의 그모습, 그대로였다.
비록 지금은 그때처럼 제일 값싼 아침을 먹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식탁의 음식이 식어가는 줄도 모른채 한참을 웃고 떠들면서 이야기를 했다.
다음 시장은 누가 좋고, 이번에 새로운 차가 출시되고, 어디서 어디까지 새롭게 도로가 뚫리고..
그러고나면 로이와 제이의 마누라 흉보기가 이어지고,
이내 나와 조던은 언제까지 혼자 살건지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진다.
의례 이정도까지 가게 되면, 배우자 없는 죄를 쓴 피고인이 되어
그대로 로이와 제이라는 검사와 판사의 판결까지 듣곤 했다.
그들의 협공을 당하고 있던지 아니면
이야기가 그쪽으로 되기 전에 재빨리 다른 화제로 바꾸는게 상책이었다.
다행히 오늘은 나보다 조던의 결혼에 대한 이야기가 먼저 시작되었다.
조던은 아직은 남자생각이 없다는 말 한마디로 로이와 제이의 말을 일축해 버렸다.
그런 면에서 조던은 확실히 나보다는 대응을 잘하는 편이었다.
그렇다면 다음은 내가 도마 위에 오를 차례였다.
(다음편으로 https://steemkr.com/story/@bard-dante/dante-s-tale-cube-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