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서른이라고 하면 어른이었다.
어렸을 때 서른이라고 하면 아저씨였다.
수염도 거뭇거뭇하고, 애도 딸리고, 배도 나오기 시작하는
그런 아저씨가 되어 있을꺼라고 생각했다.
서른에 서른을 보니 어른은 커녕 여전히 애였다.
서른에 서른을 보니 아저씨라 불릴까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그런 내가 서른이 되었을때 놀랐다. 내가 서른이 되다니.
이룬 건 커녕 그저 배만나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서른이 넘어 서른을 보니 역시 애였다. 나도 그랬었지 싶은.
서른이 넘어 서른을 보니 아저씨가 그리 나쁘진 않다는 생각도 들었다.
어렸을때 막연히 젊음의 끝이라 생각했던 서른은 고작 서른이었다.
여전히 애였고, 여전히 좌충우돌하고, 여전히 고민이 많은..
겉모습이 조금 변한 그저 사춘기의 내가 여전히 서있을 뿐이었다.
내가 앞두고 있는 서른, 내가 살아온 서른은 내 인생에서 고작 서른일 뿐이다.
여전히 서투르고, 여전히 배우는 게 많고, 여전히 모르는 게 더 많은 나이.
여전히 자라지 못한 나를 마주하는 나이.
하지만 그 마주함이 조금은 덜 어색한 나이. 좋건, 싫건.. 그럴수 밖에 없는 나이.
서른. 뭔가 끝일 것 같고, 두려웠던 그 나이.
서른. 뭔가 막 이루기 시작하고, 어른이 되었을 것 같은 그 나이.
하지만 막상 서른이 되었을 때
나는 알았다. 서른이 되면 뭔가 무지개가 담긴 항아리라도 볼것 같았지만,
서른은 그 이정표 근처도 못갔다는 걸.
예전 카페의 어떤분이 올린 [나는 고작 서른이다]라는 글을 보고 적었던 댓글.
마침 노래를 듣다가 생각이 나서요. 참고로 전 서른은 아닙니다.
서른이 지난지 꽤 되었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