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누군가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싶다 (feat. 블밍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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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잔디'라는 닉네임으로

지금의 블로그를 시작한 지

어느덧 3년이 되었고.

나를 추가한 이웃도 5천명이 넘고

방문자수도 200만명이 넘었다.

​

참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의아한 일이다.

​

(이미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나는 대체로 내 할 얘기만 하고

내 포스팅의 댓글에 답글 정도 달 뿐

거의 다른 블로그를 방문하거나 댓글 남기지 않는

꽤 이기적이고 소통하지 않는 블로거이기 때문이다.

​

사실 나는 꽤 오래 전부터 블로그를 해왔고.

은잔디가 되기 전에 훨씬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

하루를 48시간처럼 살았던

내 20대의 대부분의 기록이 담겨있다고 할까...

​

그런데 그 때 내가 끄적이던 블로그는

처음부터 나 스스로의 대부분을 오픈했고.

딱히 잘난 것도 없으면서 자존감은 높아서

지금 보면 자아도취의 기록들이기도 한데.

​

문제는 조금만 검색하면 내 블로그가 나와서

부모님과 일가친척은 물론 직장동료나 선후배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람들까지

내 소소한 일상과 취향, 스펙 등

모든 것을 알게 되는 공간이었다.

​

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수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으니.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했던 것 같고.

회사 생활을 하면서도

수험생처럼 매일을 나노 단위로 계획하고

아둥바둥 바쁘게 일상을 채우는 모습을 보여야 된다는

강박이 생겨 꾸준히 극한의 노력을 계속 해야 했다.

​

그래서 힘들어도 힘들다 얘기할 수 없었고

내 솔직한 감정이나 속마음을 표현할 수 없고

뭐든 한 번 더 필터링해야 했다.

지금 생각하면 무척 피곤하고 힘든 일들이다.

​

게다가

내가 관심있는 돈, 재테크에 관한 것 또한

마음껏 쓸 수 없어 답답한 공간이었다.

​

그래서 한참 인생의 슬럼프를 겪으며

속이 답답하고 힘들 때 새 블로그를 개설하며.

종종 활동하던 재테크 카페에서

취준생 때부터 쓰던 닉네임 "은잔디"로

새로운 공간에서 내 마음 속 이야기를

맘껏 쏟아내며 대나무숲처럼 이용하기 시작했다.

나를 실제로 아는 사람은 없으니까. ^^

​

물론 기존의 블로그엔 꽤 많은 애독자들이 있었고

습관처럼 이어왔던 포스팅을 단번에 멈출 수 없어

그 나름대로... 가족이나 친구가 읽어도 무방한

피상적인 내용들만 기록하며 이어가다가

어느 순간 조용히 사라지고 홀가분하게

'은잔디'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다.

​

그런데 뭐든 습관이 무서운 법 ㅡㅡ

​

가끔 소소하게

멋대로 끄적인다는게

너무 열심히 해버린걸까.

​

구체적인 인적사항을 직접 언급하지 않더라도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나 내 문체를 아는 사람은

단 번에 나를 알아채기도 하고.

예전 블로그에 이웃이었던 사람들,

나의 현실이웃(친구. 남친. 친척 등)이

하나 둘 은잔디의 이웃이 되었고.

그렇게 내 블로그의 정체를

알게 될 때마다 소름이..ㅠㅜ

​

나를 너무 드러냈나 반성하게 되면서도

내가 꼭 다시 '이웃'으로 만나고싶다 생각하는

이웃들도 언젠가는 나를 찾아올까? 하며

참 이상한 기다림의 시간이 계속되었다.

​

그들의 관심과 기대가 부담스럽다면서

새로운 이름을 선택하고도 그들을 기다린다니

내가 생각해도 참 이상한 일이었다. ㅋㅋ

​

비록 인터넷상의 세계일지라도

새로운 이름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그동안 내가 지고 있던 인생의 무게(?) 를

내려놓은것 같은 홀가분함이 있었지만

오랫동안 마음을 나누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이 공존했던 것 같다.

​

그러다 작년 12월이었나.

출산휴가를 앞두고

마지막 출근을 하고 돌아와

홀가분하게 주말을 맞이했는데

마침 남편은 출근을 했다보니

혼자 집에서 여유를 누리다가

문득. 나를 항상 응원해주던

한 블로그 이웃이 궁금해졌다.

​

잘 지내고 계신지.

아기는 잘 크고 있는지.

​

그래서 정말 오랜만에

예전에 쓰던 네이버 아이디로 로그인.

그 이웃을 찾아가 조용히 눈팅을 했다.

  • 물론 그 때가 처음은 아니었다

​

그런데 그 날은 정말

입이 근질거려서 더 참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나는 은잔디라는 이름으로

셀프 블밍아웃(!)을 했다. ㅋㅋ

​

우리가 처음 알게된건 8년쯤 전,

모네타 가계부 게시판에서였다.

​

재테크라는 공통의 관심사가 있기도 했고

서로 성향적으로 닮은 부분도 있었기에

그 사이트를 벗어나 각자의 블로그에서

꽤 오랫동안 이웃을 맺고 왕래하며

그 분의 아이가 아주 어릴 때부터

랜선이모가 되어 지켜보곤 했다.

  • 이웃 님을 닮아 예쁘고 야무지고

언어 천재같은 똘똘함에 감탄.

​

그에 반해 당시의 나는

뭐든 빨리. 많이. 독보적으로 하고싶었던

욕망덩어리. 욕심쟁이 였다.

​

꽤 오랜시간을 하루를 시간. 분 단위로

나노의 크기만큼 계획하며 살았지만

그래서 스스로 무척 잘난 사람이라 생각해

지금보다 한참 교만하고 겸손치 못했던

나의 미성숙했던 내면의 모습부터

동시에 5~10kg은 뚱뚱했던

지금은 흑역사로 치부되는 ..

그 때를 모두 알고 있는

내 남편보다도 나를 더 오랫동안

지켜보고 알아왔던 분이다. ㅋㅋ

​

지금보다 여러모로 미성숙했음에도

그 분은 나를 친동생처럼 어여삐 봐주고

항상 격려와 응원해주셔서 든든한 마음이 들었고.

이따금씩 그런 느낌이 그리웠던것 같다.

​

"글쎄요. 누구시죠? "하면 어쩌지 싶으면서도

그래도 이 날만큼은 오랜 이웃을 되찾고 싶었다.

​

그래서 은잔디가 된 후, 처음으로

셀프 블밍아웃을 감행한 것이다.

​

내가 누구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단 번에 알아챈 이웃에게도 놀랍고

또 나를 기억하고 궁금해했다는 점에

감사하고 마음이 몽글몽글해졌다.

​

그리고 이제 많은 부분을 내려놓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집중하며

평범한 엄마이자 아내, 직장인으로 살고있는

내 모습까지 보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감사하다.

​

이런 내 모습과 변화의 과정까지

모두 먼저 거친 인생 선배이자 육아의 선배의

아낌없는 응원과 격려에

나는 그 누구에게서보다 많은 위로와 공감을 받고

무척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

그러다 얼마 전,

반가운 택배가 도착했다.

​

조립만 해두고 거의 쓰지 않았다는

걸음마 보조기를 보내주시겠다고 하셔서

나와 영웅이를 생각해주신 마음이 감사해서

꼭꼭 착불로 주셔요! 하며 주소를 알려드렸는데.

​

꼼꼼한 포장은 물론

감동의 편지와 선물까지...!

아직은 배밀이도 제대로 못하는 영웅이지만

올해가 끝나갈 무렵엔 걸음마를 시작할 수 있겠지?

​

영웅이의 첫 걸음마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이웃의 선물이 무척 감사하게 느껴졌다.

그리고 이웃 님의 마음 씀씀이만큼

예쁘고 반듯한 글씨로 채워진

편지까지 읽으니 더 감동적...

​

이런 든든한 지원군을 다시 만나

나는 너무 행복하다...!

게다가 (기저귀 가방으로 쓰기엔 너무 아까운)

기저귀 가방까지 선물로 보내주셨다.

  • 아까워서 아직 모셔둠 ㅋㅋㅋ

​

​

지난 날을 돌아보면 아기엄마가 되고부터

아기를 위한 선물은 많이 받았는데

엄마를 위한 선물을 받은 적은 별로 없는것 같다며

이맘 때 내가 뭘 필요로 할 지 고민해서

고르신 선물 이라는 점에서 2번, 3번 감동...!

​

뜻밖의 선물에 당황스럽기도 했지만

이 선물의 깊은 의미를 알게 되니

가만히 전시만 해두고 있는 지금까지도

내 마음이 따뜻하고 행복해진다.

​

그래서 나는 뭘로 보답해야하나

하룻밤을 고민했는데 마땅히 생각나는게 없었다 ㅠㅠ

그러다 생각난 것!!

​

OO이의 생일이 이 즈음이었던것 같은데 +_+

​

​

그리하여

나도 좋아하고. 이웃님도 좋아하는

한스케익을 골랐다 ㅋㅋㅋ

  • 우리는 공차로 대동단결 ㅎㅎ. 디저트 취향이 같다

  • 앗! 오늘이 예쁜 OO이의 생일인듯 :)

​

아무쪼록. 좋은 이웃을 다시 만나 기쁘고.

나 역시 누군가에게 좋은 이웃이 되고 싶다.

​

시간이 지나도 가끔은 궁금하고 기억나고.

혹은 좋은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이 되고싶다.

​

쓰다보니 팬레터, 자기고백, 다짐 ㅋㅋㅋ

마무리는 오랜만에 영웅이 :)

​

영웅이아부지가 깎아주신 머리 ㅎㅎ

머리깎고나니 더 남자남자하다.

뒤집기+되집기는 힘들었지만

오히려 앉아있는건 잘 하고 있다.

​

이웃 님의 애정이 가득한

걸음마 보조기로 걸음마 연습할 날이 머지않았다!

​

영웅아! 이번 주도 잘 부탁해 ^^*

​

모두에게. 매일. 감사해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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