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아, 진짜 좋다.”
사케 ‘호린 준마이 다이긴죠’(이하 호린) 한 입을 마시고 나도 모르게 혼자 중얼댔다. 호린은 유명한 사케 제조사 월계관의 최고급 제품이다. 같은 회사에서 만든, 호린보다 한 등급 낮은 ‘월계관 준마이 다이긴죠’도 좋았는데 호린은 더 좋았다.
일전에 꼬냑을 마시면 입안에 꽃이 핀다고 썼었다. 호린을 마셔도 그러하다. 꼬냑은 빠알간 장미랄까. 화려하다. 호린은 흐드러지는 벚꽃이다. 은은하면서 향긋하다. 정작 벚꽃은 향이 없지만.
먼저 눈으로 마신다. 투명하고 작은 유리잔에 호린을 따른다. 술은 거의 무색투명하다. 자세히 보면 노란빛이 옅게 감돈다. 코로 마실 차례다. 잔을 코에 바짝 대니 새콤한 냄새가 난다.
이제 입으로 마시자. 술을 머금고 혀에서 굴린다. 점도가 꽤 높다. 보디감이 묵직하다. 그윽한 단맛이 느껴진다. 이렇게 품격있게 달다니. 거기에 신맛이 살짝 섞여 고급스러운 맛을 완성한다. 목구멍의 초입에서는 조금 쌉싸름하다.
알코올 도수 16.7도인데 식도를 미끄러지듯 넘어간다. 마신 뒤에는 속에서 신선한 누룩내가 올라온다. 술이 달아서 입안이 끈적대는데 기분이 하나도 나쁘지가 않다. 아니, 오히려 좋다. 이것이 사케의 감칠맛이라는 것인가.
호린을 소주처럼 털어 넣으면 어떨까, 몹쓸 호기심이 인다. 목구멍을 열고 호린을 부었다. 술이 넘어간 뒤에 은은한 풍미가 올라오기는 한다. 그래도 혀에서 느끼는 즐거움을 다 놓치고 만다. 굳이 이럴 필요는 없겠다.
호린은 일본에서 손꼽히는 술 빚는 쌀, 야마다니시키와 고햐쿠만고쿠를 깎고 또 깎아 절반으로 깎아빚는다. 도정율 50%. 도정율이 높아질수록 맛이 순수해진다. 값도 비싸진다.
너무 맛있어서 앉은 자리에서 반병을 비워버렸다. 너무 차지 않게, 섭씨 10~15도로 마실 때 가장 좋다고 한다. 다시 살 의향이 있다. 720㎖ 한 병에 약 7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