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한 놈이 약한 놈을 잡아먹는다. 그것은 정글의 법칙이다. 그 법칙이 인간사마저 지배하는 것 같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빨을 드러냈다가 박살이 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터키 경제 제재를 시작한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했다. 올 초에 비하면 42% 떨어진 것이다. 터키 경제는 쑥대밭이 됐다.
표면적으로 이 사태의 발단은 한 목사의 거취다. 그의 이름은 앤드루 브런슨이다. 터키 당국은 브런슨 목사가 쿠데타 세력 및 테러집단과 관계가 있다고 보고 2016년 10월 그를 체포, 구금했다. 브런슨 목사는 건강 악화로 구치소에서 풀려났다. 그는 현재 가택연금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브런슨 목사를 석방하지 않으면 보복하겠다고 말했다. 터키 법원은 지난달 31일 브런슨 목사의 석방 요청을 기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일 트위터로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 관세 2배 인상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이날 리라화 가치는 한때 23%까지 추락했다. 같은 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것은 국민적 투쟁이다. 달러, 유로, 금을 리라화로 바꾸라. 우리에게는 알라가 있다”고 말했다. 그가 알라만 믿고 손놓고 있지는 않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전화 밀담을 나눴다. 러시아, 중국, 이란 등 반미 국가와의 연대는 지금 그의 최선의 포석일 것이었다.
단지 미국인 목사 한 명 풀어주면 끝날 일이었을까. 아니었을 것이다. 오랜 동맹이었던 미국과 터키는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에서부터 삐걱거렸다. 미국은 시리아에서 IS와 싸우면서 쿠르드족 민병대인 인민수비대(YPG)의 손을 잡았다. 터키가 반발했다. YPG의 근거지는 시리아 북서부 아프린이다. 터키 남부 국경과 맞닿은 곳이기도 하다.
쿠르드족은 나라가 없는 민족이다. 그러므로 그들의 염원은 나라를 갖는 것이다. YPG는 IS를 물리친 뒤 독립국가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고자 했다. 터키는 이를 두고 볼 수가 없었다. 터키 8000만 인구 중에 쿠르드계는 20%에 육박한다. 터키의 턱밑에 쿠르드 국가가 세워지면 터키 내 쿠르드계가 동요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터키는 동맹 미국에 등을 돌리고 러시아, 이란과 시리아 내전 해법을 논의했다. 지난 1월에는 미국의 반대를 무시하고 아프린에 지상군을 투입해 YPG를 공격하기도 했다.
또 터키는 브런슨 목사를 내주는 대가로 펫훌라르 귈렌을 받기 원했다. 귈렌은 터키 출신의 재미 이슬람 학자다. 그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정적이자, 2016년 터키 쿠데타의 배후라는 의혹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 사람을 우리에게 넘기면 우리도 당신들의 사람을 돌려보내겠다”며 귈렌 송환을 종용했었다. 미국은 그러나 이 요구를 거절해 왔다.
이게 다가 아니다. 터키는 미국의 만류에도 러시아의 방공무기체계 S400을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의 대(對)이란 제재에도 동참하지 않았다. 터키 정부는 “어떤 나라가 제재를 도입하고 다른 나라에 자국의 결정을 지지하라고 지시하는 그런 세상은 이제 없다. 당신들이 이란 제재를 결정할 때 우리와 협의했는가, 우리의 의견을 물은 적이 있는가”라면서 “일방적으로 내려진 결정에 우리는 가세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양국 관계는 파국을 맞는 것일까. 터키는 15일 미국산 자동차에 120%, 주류에 140%, 담배에는 60%의 보복관세를 하겠다고 밝혔다. 화장품, 쌀, 석탄, 플라스틱, 종이 등 품목에 부과하는 관세율도 2배까지 올렸다. 후퇴를 모르는 사나이 에르도안. 이 글을 쓰는 현재 미국의 공식 대응은 나오지 않았다. 지금까지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로 봤을 때 미국이 그냥 넘어갈 가능성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