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그 썸남썸녀가 헬스장에 왔다. 이 썸남썸녀의 헬스장 데이트는 주로 남자가 가르쳐주고, 여자가 배우는 식으로 진행되곤 했다. 나란히 누워 플랭크 시합을 하기도 했다. 시시덕대면서. 아 눈꼴셔
남녀는 오늘 내 옆에서 한팔 케들벨 스윙과 스내치 비슷한 것을 했다. 스윙 비슷한 것을 한 번 하고 스내치 비슷한 것을 한 다음 다시 스윙 비슷한 것을 하는 식이었다.
남자는 8㎏짜리 케틀벨을 다리 사이에 넣었다가, 팔힘으로 들어 올렸다. 고관절과 엉덩이는 사용하지 않았다. 스내치도 마찬가지였다. 남자는 케틀벨을 손목으로 받을 줄 모르는 것 같았다. 그 와중에 안 쓰는 팔은 바깥쪽으로 쭉 폈다. 손끝을 가지런히 곱게 모은 채. 그러면서 여자에게 케틀벨을 가르쳤다. 맙소사.
여자도 고관절, 엉덩이를 쓰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심지어 여자가 케틀벨을 뒤로 뺄 때 요추가 다 말렸다. 보는 내가 고통스러웠다.
그러다 허리 뽀사져요.
여자가 말했다. “허리 아파.”
나는 속으로 “그렇게 하니까 당연히 아프지. 그렇게 계속했다가는 허리가 부서져서 아픈 줄도 모르게 될 걸”이라고 말했다.
남자가 말했다. “40번만 더 하자.”
“이런 미친... 도망쳐, 이 남자 위험해.” 차마 입 밖에 내지 못 했다.
바벨도 그렇지만, 케틀벨은 진짜 제대로 배워야 한다. 최소한 책이라도 사서 보고 연습하도록 하자.
그러나 남 욕할 게 아니었다는 걸 나는 잠시 후 깨닫게 된다.
오늘은 데드리프트 하는 날이다. 매달 한 번씩 최고 중량으로 워킹셋을 하는데,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190㎏으로 몇 번 들 수 있을까. 설렌다.
내 옆에서 스스로 허리를 부수는 썸남썸녀가 조금 신경 쓰이기는 하지만, 신경 쓰지 말도록 하자. 오늘은 중요한 날이니까.
컨디션이 나쁘지 않다. 마지막 세트 190㎏을 들 차례다. 동영상도 찍어야지.
한 번, 쑥 뽑혔다. 두 번, 할 만했다. 세 번, 나쁘지 않았다. 네 번, 한 번만 더 해보자 싶었다. 다섯 번, “와 씨 역시 난 안 죽었어. 아직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행복회로가 쌩쌩 돌아갔다. “이정도 성장속도면 연내 250㎏도 불가능하지 않겠어.”
기분 좋게 데드리프트 100㎏ 10회 5세트를 하고 정리했다.
회사에 왔다. 오늘 기사를 다 마감했다. 자세를 점검하려고 동영상을 틀었다. 바벨 궤적이 좀 거슬렸다. 왼쪽으로 약간 치우치는 것도 같고. 그런데 그보다 뭔가가 좀 이상했다.
아, 190㎏가 아니라 180㎏였다.
지난 번에는 170㎏ 하는 날 190㎏를 들었었다. 휴 똥멍청이...
세 줄 요약
약은 약사에게 운동은 트레이너에게
남 욕하기 전에 나나 제대로 할 것
190㎏ 해야 하는 날 180㎏ 함. 앞으로 바벨 무게 똑바로 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