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여기 알코올 도수 58도짜리 술이 있다. 안심하시라. 먹다가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평소에 술 좀 마신다고 이 술을 두고 깝죽대다가는 화를 면키 어려울 것이다. 대만에서 건너온, 금문고량주 58을 마신다.
투명한 술병이 와인병처럼 정직한 실루엣을 그린다. 라벨 중앙에 노란색 한자로 ‘금문고량주’라고 적고, 양쪽 귀퉁이에 쌍용을 그렸다. 그 단순함이 오히려 강렬한 인상을 준다.
금문고량주에서는 쿰쿰한 누룩향과 시큼한 냄새가 난다. 여느 중국산 고량주와는 미묘하게 차이난다. 점도가 꽤 높다. 술잔을 돌리면 술의 흔적이 흘러내리지 않고 잔의 벽에 그대로 달라붙는다.
병의 생김새처럼 술맛이 저돌적이다. 입안에서 술을 굴리면 아까 맡았던 누룩내와 신내가 감돈다. 거기에 단맛도 조금 난다. 이내 탄내가 올라오는데 위스키의 피트향과는 다르다. 독특한 풍미다. ‘불맛’에 가깝달까.
이번에는 소주를 마시듯 금문고량주를 털어넣는다. 목구멍이 뜨겁다. 식도가 뜨겁다. 위장이 뜨겁다. 화기(火氣)가 위장의 바닥을 치고 튀어오른다. 식도, 비강, 콧구멍 순서로 다시 달아오른다.
얼얼하면서도 시원한 피니시가 독특하다. 금문고량주 측은 이것을 ‘금문향’이라고 부른다. 이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 좋아하는 사람은 상쾌하다고 하나 싫어하는 사람은 화장품 맛이 난다고 한다.
온더락 잔에 얼음을 채우고 금문고량주를 다시 따른다. 술이 얼음을 만나니 자연스럽게 그 성질이 순해진다. 특유의 풍미는 그대로다. 화끈하지가 않다. 역시 스트레이트 쪽이 내 입에 맞는다.
술맛을 본다고 강술을 마셨더니 속이 쓰리다. 안주가 필요하다. 늦은 시간이어서 탕수육은 배달이 안 된다. 치킨을 시킨다. 아주 좋다. 금문고량주가 치킨의 느끼함을 태워버린다.
금문고량주는 대만의 섬 금문도에서 만든다고 한다. 금문도는 땅이 기름져 고량주의 원료 수수의 품질이 좋고, 지하수의 수질 또한 뛰어나기로 유명하다. 명주를 빚는 데 부족함 없는 천혜의 환경이라 할 만하다.
금문고량주는 대만 시장 점유율이 80%대의 ‘대만 국민 고량주’다. 고량주 종주국 중국에 수출도 한다. 한국에서는 600㎖ 한 병에 약 7만원인데 대만에서는 훨씬 싸다. 어지간히 마셔도 숙취가 심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