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지 않는 꿈은 없다. 끝나지 않는 쇼도 없다. 평창동계장애인올림픽이 18일 끝났다. 동계올림픽부터 동계장애인올림픽까지 이제 진짜로 다 끝난 것이다. 이제 백 투 더 리얼 라이프 할 시간이다.
나는 2015년 8월 알파인스키장 공사가 한창이었던 강원도 정선의 가리왕산에 갔었다. 큰칼이 가리왕산을 횡으로 벤 것처럼 보였다. 파헤쳐진 산이 쩍 벌어져 있었는데, 허연 상처에서 피 대신 흙과 돌이 쏟아졌다. 산은 다시 제 모습을 찾을 수 없을 것처럼 보였다. 공사부지 면적이 축구장 66배에 이른다고 했던가.
나는 그때 그 감상을 기사로 쓰지 않았다. 가리왕산 문제는 이미 다른 신문과 주간지에서 많이 다룬 것이었다. 다만 내가 그것을 실물로 처음 본 것이었을 뿐이다. 만에 하나 내가 그렇게 썼대도 우리 신문에 실리지 않았을 것이었다. 나는 나의 견해와 우리 신문의 입장이 같지 않음을 수긍했다. 그것은 꼭 같을 필요도 없는 것이었다.
늘 그러하였듯이, 위대한 우리 민족은 나라의 땅을 다 갈아엎더라도 대회를 열 것이었다. 개막식에서 VIP는 우아하게 손을 흔들 것이었고, 우리 민족은 민족의 우수성을 세계 방방곡곡에 다시 한 번 알릴 것이었다.
나는 동계올림픽의 성공을 바랐다. 그 난리를 쳐놓고 대회까지 엉망으로 치르면 너무 억울하니까. 다행히 동계올림픽은, 동계장애인올림픽은 성공적이었다. 거기에 이번 대회를 발판으로 남북정상회담 판까지 짰으니 정치적으로 대성공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것이다.
가리왕산은 산림청이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으로 지정한 원시림이었다고 한다. 스키장을 만든다고 밀어버린 지역은 희귀종인 개벚지나무와 사시나무의 국내 최대 군락지였다고도 한다.
알지도 못하고, 평생 들어본 적도 없는 나무다. 그것을 다 밀어버린다 한들 국민의 삶에 무슨 해악이 있겠는가, 라고 아마 당국자들은 생각한 모양이다. 나라에서 큰일을 해야 한다는데 나무 쯤이야.
동계장애인올림픽까지 끝났다기에 궁금하여 지역 언론을 찾아보니 구체적인 복구 계획이 없고 복구 예산이 없다고 아우성이다. 공사를 하면서 수맥을 건드려서 스키장 주변 나무까지 죽어가는 모양이다.
완벽한 복구는 불가능하며, 그나마 옛 모습 비슷하게 하는 데 1000억원이 든다고 한다. 이 돈은 다 어디서 나올 것인가. 나오기는 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