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강과 검정, 초록과 하양 팔레스타인 국기에 싸인 아기의 시신은 창백했다. 작은 발가락이 국기 아래로 삐져나왔다. 죽은 아기를 안은 남성과 그 남성을 둘러싼 남성들은 울음을 터뜨릴 것만 같았다.
생후 8개월 여자아이 레일라가 죽었다. 레일라는 14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분리 장벽 근처에서 이스라엘군이 터뜨린 최루탄에 질식해 숨졌다. 당시 장벽에서는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의 예루살렘 이전에 반대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대규모 시위를 했다.
이날 예루살렘에서 미 대사관 개관식이 열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딸, 이방카 백악관 보좌관이 새로 깎은 미 대사관 표시석 앞에서 새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목에는 빨간 넥타이가 걸려 있었다. 팔레스타인 국기 속 그 빨강과 같은.
이방카의 남편이자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은 “이 지역에 평화가 깃들 때, 미국이 진실을 인정하면서 평화로 향하는 여정이 시작됐음을 기억하게 될 것”이라고 연설했다. 평화, 팔레스타인인들의 피 위에 세운.
가자지구를 통치하는 무장정파 ‘하마스’는 가자지구 곳곳에 설치한 대형 스피커를 통해 “우리는 죽지만, 팔레스타인은 살 것”, “미국은 악마”라고 방송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발포는 불가피했다. 하마스가 민간인과 여자, 아이들을 총알받이로 쓰고 있다”고 말했다.
쿠슈너 선임고문이 평화를, 하마스 지도부가 죽음의 필요성을, 네타냐후 총리가 살해의 필연성을 말하는 동안 장벽에서 죽고 죽인 것은 팔레스타인의 민간인과 이스라엘 하급 군인이었다. 미 대사관 개관식부터 이틀간 팔레스타인인 최소 60명이 죽고 2800명이 다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