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어린이 41명이 불에 타 죽거나, 유독가스에 질식해 죽었습니다. 지난달 25일(현지시간) 시베리아 케메로보주의 한 쇼핑몰에서 불이 났습니다. 지금까지 확인된 사망자가 64명인데, 그 가운데 41명이 어린이입니다.
25일은 러시아 봄방학 첫 주 일요일이었습니다. 아이들, 함께 온 부모들로 쇼핑몰 ‘겨울체리’는 북적였습니다. 겨울체리는 4층짜리 건물입니다. 꼭대기 층에 상영관 3개짜리 극장과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었는데, 여기서 불이 났습니다.
화재 조사위원회에 따르면 화재 발생 당시 상영관 출입구는 잠겨 있었습니다. 건물 비상탈출구도 막혔습니다. 화재경보기는 울리지 않았습니다. 쇼핑몰 직원들은 손님들을 대피시키지 않고 먼저 도망쳤습니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방화 아니면 전기 누전이 유력합니다.
알렉산드르 릴레브얄리는 눈앞에서 세 딸을 잃었습니다. 그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상영관 문 틈새로 연기가 새어 나오는 것을 보고만 있었다. 딸들이 내게 전화했다. 나는 어서 나오라고 소리쳤다. 그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빌레나 체르니코바를 포함해 근처 도시에서 놀러온 5학년 6명이 극장에서 숨졌습니다. 빌레나는 사망 직전 자신의 SNS에 “나 자신과 내 가족을 사랑한다”는 글을 남겼습니다. 빌레나와 친구들의 시신은 잠긴 상영관 문앞에서 발견됐습니다.
11살 빅토리아 포차니카는 이날 오후 4시 11분 이모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모, 극장에 불이 났어요. 다 불에 타고 있어요. 문이 잠겼어요. 엄마에게 내가 사랑한다고 전해주세요”가 빅토리아의 유언이었습니다.
러시아가 비탄과 분노에 빠졌습니다. 지난달 27일 케메로보주 소비에트광장에 유가족, 시민 수천명이 운집해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겨울 체리가 지난 2년간 안전점검을 받지 않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분노에 불이 붙었습니다.이튿날에는 러시아 전역에서 추모 행사가 열렸습니다. 모든 오락·문화 행사를 취소했고 텔레비전·라디오 오락 프로그램도 중단했습니다.
현지에서는 SNS를 중심으로 정부가 진실을 은폐하고 있다는 소문이 떠돕니다. 사망자가 300~500명이고 대부분이 어린이인데, 이 사실이 밝혀지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리더십에 금이 가니까 숨긴다는 겁니다. 케메로보주 당국은 29일 시위를 막으려고 시내 중앙 광장을 폐쇄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화재 당일 케메로브주를 방문해 희생자를 애도하고 당국자를 질타했습니다. 책임자 처벌도 약속했습니다. 사과하지는 않았습니다. 정부의 책임을 인정하지도 않았습니다.
1일 시베리아 케메로보주 주지사가 아만 툴레예프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물러났습니다. 그러나 그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감히 누가 무엇을 책임진단 말일까요. 생때같은 애들이 죽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