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 때 무엇을 하였는가. 그 시절 나는 마이클 조던과 슬램덩크에 심취한 농구광 까까머리였다. 한창 클 때 그렇게 농구를 좋아했는데도 키가 이것밖에 안 되는 것도 신통한 일이다.
공부는 늘 뒷전이었다. 시험 2주 전부터 벼락치기하곤 했다. 그래도 늘 전교 몇 등 안에 들었다. 그 역시 신통한 일이다. 그때 나는 놀기 바빴다. 16세 때에는 응당 그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한 소녀가 있다. 길고 구불구불하고 붉은, 숫사자의 갈기 같은 머리칼을 가진 소녀다. 팔레스타인에서 나고 자랐다. 올해로 17세다. 소녀는 16세였던 지난해 감옥에 갔고 지난달 29일 징역 8개월 만기 출소했다. 소녀의 이름은 아헤드 타미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한 것에 대한 대대적인 반대 시위가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진 날, 타미미는 이스라엘 군인의 뺨을 때리고 발로 찼다. 타미미가 이스라엘 군에게 저항하기 몇 시간 전에 타미미의 사촌 동생이 이스라엘군이 쏜 고무탄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다고 한다. 타미미는 폭행 등 혐의로 구속됐다. 이스라엘 법원은 유죄 판결을 내렸다.
예수가 죽어서 신이 되었듯, 타미미는 옥에 갇혀 영웅이 되었다. 북미, 유럽 등지에서 이스라엘군을 비난하고 타미미의 석방을 촉구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서안지구에 타미미의 벽회를 그렸다. 서방 언론은 타미미를 ‘팔레스타인의 잔 다르크’라고 불렀다.
오를레앙의 처녀, 잔 다르크는 신의 계시를 받고 16세에 백년전쟁에 참전했다. 프랑스에 승리를 안겨줬던 잔 다르크는 그러나 잉글랜드군에 붙잡혀 마녀로 몰려 화형당했다. 19세였다.
나는 유관순 누나를 생각했다. 누나는 16세 때 3.1 운동에 뛰어들었다. 누나는 그해 일제에 체포됐다. 재판에서 3년 형을 선고 받았다. 누나는 서대문 형무소에서 고초를 당했다. 17세에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나는 팔레스타인 땅에 평화가 깃들어 타미미가 잔 다르크도 되지 않고 유관순 누나도 되지 않기를 바랐다. 이제 17세가 된 소녀가 많이 웃고 잘 놀기를 바랐다.
타미미는 출소 후 인터뷰에서 “이 길을 택한 사람은 감옥에 갇힐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 계속 저항 하겠다”고 말했다. 이것이 17세 소녀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타미미를 비난하는 사람들은, 그녀가 이스라엘을 모욕하는 일종의 쇼를 벌였다고 했다. 타미미를 테러리스트라고 부르기도 했다. 수감 당시 16세에 불과했던 그를 반(反)이스라엘 활동 최전선에 세운 것은 아동학대라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