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미국이 시리아를 때렸습니다. 한국 시간으로 15일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을 오르내렸으니, 많은 분이 미국, 영국, 프랑스가 시리아 정부군에 폭격한 사실을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가 지난 14일(현지시간) 시리아 정부군의 화학무기 개발 및 보관시설 3곳을 타격했습니다. 미국과 영국, 프랑스는 시리아에 미사일 105발(미국 85발, 영국·프랑스 20발)을 쏟아부었는데요.
데이나 화이트 국방부 대변인은 “우리는 적의 화학무기 프로그램 심장부를 쳤다. 임무를 완수했다”고 밝혔습니다. 케네스 매켄지 합참 중장은 “앞으로 몇 년간은 화학무기 프로그램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습니다. 또 “미국과 동맹들이 발사한 어떤 미사일도 시리아 방어망의 방해를 받지 않았다. 시리아 방공망은 우리 전투기, 미사일 어느 하나 막아내지 못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시리아 얘기는 좀 다릅니다. 시리아 정부군 관계자는 “100여발 대부분을 요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러시아 국방부는 “미국과 동맹국들이 발사한 103개 미사일 중 71개가 시리아 방공망에 격추됐다”고 밝혔고요.
누구 말이 사실이든 간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의 리더십은 건재한 것 같습니다. 공습 당일 시리아 정부군은 반군 지역이자 화학무기 공격 의혹에 휩싸였던 동(東)구타를 완전히 탈환했다고 선언했습니다. 알아사드 대통령은 공습 이튿날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러시아 정치인들을 접견했습니다. 시리아 국영 TV 화면 속에서 알아사드 대통령은 웃고 있었습니다. 그의 긴 목이 유달리 하얬어요.
시리아 민간 구조대 ‘하얀 헬멧’에 따르면 정부군은 또 다른 반군 지역 홈스와 하마에 최소 28차례 공습을 퍼부었습니다. 민간인 거주지까지 노렸다고 합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신이 난 것처럼 보입니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에 “지난밤 공격은 완벽하게 실행됐다. 이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 임무가 완수됐다!”고 썼습니다.
다음날에도 자화자찬을 계속했는데요. 그는 “시리아 공습은 매우 정밀하게 수행됐다.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언론사들이 훼방 놓을 방법은 내가 사용한 ‘임무완수’라는 용어를 비하하는 것뿐”이라는 트윗을 올렸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공습 직후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했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러시아와 이란은 시리아 정부군을, 터키는 반군을 지원하고 있지요.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이날 통화 도중 서방의 공습에 대해 ‘유엔 헌장을 위반하는 그러한 유사 행동이 계속 일어나면 국제관계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경고성 발언을 했다”고 밝혔습니다. 한마디로 ‘또 그러면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인데요.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미국과 러시아 다 적당히 면을 세우는 선에서 정리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미국은 때린다 때린다 하다가, 진짜로 때렸고 러시아는 치명적 타격을 안 입었어요. 러시아는 시리아 일대에서 하던대로 실리를 챙기면 되겠지요.
서방의 후속 공격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은 “현재 추가 공격을 검토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러시아군 관계자는 이날 자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그 동맹국들이 재공습을 하려는 움직임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폭격 전 푸틴 대통령에 전화를 걸어 공습 목표, 날짜 등을 미리 알려줬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러시아는 이 대가로 서방의 공습에 맞대응하지 않겠다고 했고요.
또 러시아가 이 정보를 알아사드 대통령 측에 전해줘 해당 지역에서 병력을 뺄 수 있게 했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미국, 러시아 양측 모두 이 의혹에 대해서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일회성 공격으로 시리아 민중의 삶이 나아지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서방이 본격 참전해도 상황이 나아질 거라고 기대하기 어려운 판국에, 쇼하듯 한 번 때리고 마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번 공습을 ‘값비싼 불꽃놀이’라고 묘사했습니다.
이번 공습은 또 화학무기만 안 쓰면 된다는 일종의 면죄부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 지역에 재래식 무기로 무차별 폭격을 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당시 국제사회는 외교적 해법만을 모색했을 뿐 직접적 개입은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을까 우려스럽습니다.
시리아 반군은 테러리스트이므로 격멸해야 마땅하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반군 일부 세력이 위험한 세력이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비전투원까지 마구잡이로 죽이고, 화학무기를 살포한 시리아 정부군의 행위는 정당화 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