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선 글 김정은 방중에 달아주신 댓글에 대한 답변은 이 포스팅으로 갈음합니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습니다. 공식적으로 김 위원장은 비핵화를 말했습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발언을 촘촘하게 보면,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28일 중국 외교부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베이징에서 “김일성 및 김정일 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에 주력하는 것은 우리의 시종 일관된 입장”, “한미가 선의로 우리의 노력에 응해 평화 안정의 분위기를 조성해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조치를 한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다” 등의 발언을 했습니다. 제게는 이 말이 “우리는 비핵화 할 생각이 없다”는 얘기로 들립니다.
아시다시피, 김 위원장에게 핵은 체제 유지를 보장하는 마지막 보루입니다. 미국은 사담 후세인 전 이라크 대통령, 무아마르 카다피 전 리비아 국가원수 등 독재자들이 대량살상무기를 포기하게 한 뒤에 제거했습니다. 누구보다 김 위원장이 이 사실을 잘 알 것입니다. 그러므로 김 위원장은, 북한은 체제 보장에 대한 완전한 보증이 있을 때에만 핵을 포기할 것입니다. 저는 그런 보증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짐작은 김 위원장이 내건 조건에서 더 굳어졌습니다. 그는 ‘평화 실현을 위한 단계적이고 동시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즉, 미국이 주도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를 풀면 북한도 단계적으로 비핵화하겠다는 소리입니다. 사실 이것은 종전 북한의 입장을 반복한 것에 불과합니다. 무엇보다 미국이 ‘선 제재 해제 후 비핵화’에 동의할 가능성은 희박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이 핵을 먼저 포기하면, 그다음에 보상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습니다.
그럼 김 위원장은 왜 방중했을까요. 이번 정상회담은 북한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합니다. 몸이 단 것은 북측이었다는 얘기입니다. 북한은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일종의 보험으로 삼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북미회담이 어그러질 경우 미국이 힘의 외교에 치중하거나, 최악의 경우 군사행동에 나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북중회담으로 북한과 중국이 한편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 만큼, 미국이 북한에 실력행사 하기는 한층 부담스러워졌습니다. 중국에 이번 회담은 꽃놀이패입니다. 사실상 핵보유국 북한이 먼저 숙이고 들어오면서 대외적 위신이 섰을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북 영향력을 되찾았으니까요.
시 주석도 이 상황이 적잖이 만족스러웠던 모양입니다. 중국 CCTV가 공개한 회담 영상에서 시 주석은 잇몸을 드러내며 웃고 있었습니다. 좀처럼 웃지 않는 그 시 주석이 말입니다. 어제 제가 김 위원장의 선대에 비해 의전이 좀 약했다고 지적했는데요. 당대에 방중한 해외 지도자에 비하면,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급의 융숭한 대접을 받았습니다. 베이징 자금성을 통째로 비우고 시 주석이 직접 김 위원장을 안내했으며, 이틀간 만찬 1회, 오찬 2회 등 총 세 차례 연회를 주재했습니다. 북측을 배려해 모든 일정과 동선을 비밀에 부쳤습니다. 시 주석 내외는 또 귀국하는 김 위원장 내외를 직접 배웅했습니다.
아마 받아 본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오늘 이런 정보지(찌라시)가 돌았습니다. 오타가 있으나, 원문 그대로 옮깁니다. <김정은 일요일 오후에 중국으로 들어갔습니다. 핵포기하고. 시장경제 받아 드리겠다고 선언한답니다. 중국측에서 4월말에 왕치산이 거액을 지원하기로 합의했답니다.> 믿기 어려운 얘기입니다만, 참고로 알려드립니다. 앞으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지 짐작도 할 수 없습니다. 아무쪼록 한반도에 긴장이 끝나기를, 평화가 깃들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