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이다. 금요일 밤과 토요일 밤에 마실 술을 사야 할 목요일이다.
비교적 저렴하고 구하기 쉽고 맛도 좋다. 12년산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는 그야말로 ‘혜자롭다’. 그렇다면 12년산 블랜디드 스카치 위스키 3총사 시바스리갈12(이하 시바스), 발렌타인12(이하 발렌), 조니워커 블랙라벨(이하 쟈니) 중 무엇이 무엇이 제일로 맛있을까.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려 했다. 그럴 수 없다. 빛깔이 확연하게 달라서, 한눈에 어떤 잔에 담긴 게 무엇인지 알 수 있다. 시바스가 가장 밝은 호박색이다. 발렌이 중간이고, 쟈니가 가장 어둡다. 향은 대동소이하다. 개중 시바스의 냄새가 풍부하기는 하지만, 큰 차이는 안 난다.
역시 관건은 맛이다. 시바스는 균형감이 돋보인다. 과일향과 꽃향기, 단맛, 피트향 어느 하나 불거지지 않는다. 적당히 부드럽고, 모든 것이 조화롭다. 모범생이다. 모범생인데 뒤끝이 좀 있다. 다른 두 놈보다 끝맛의 짠내가 진하고 깊다. 그리고 오래 간다.
발렌은 부드럽다. 시바스, 쟈니보다 압도적으로 크리미하다. 살짝 느끼하다고 느낄 정도다. 셋 중 가장 달다. 꿀맛과 바닐라향이 섞인 고급스러운 단맛이다. 피트향은 희미하다. 피니시는 향긋한 꽃냄새를 연상하게 한다. 끝맛은 적당히 짭조름하다. 신선한 바닷물이 떠오른다.
쟈니는 묵직하다. 싱그러운 과일향과 매혹적인 바닐라향이 스친 뒤 짙은 탄내가 혀를 휘감는다. 피트향이 셋 중 최고로 선명하다. 피트향이 지나간 뒤에는 깊은 단맛이 난다. 거기에 약간의 짠맛이 섞였다. 단짠! 술이 다 넘어가면 스모키한 피트향이 입안에 감돈다.
그럼 셋 중 무엇을 마실까. 다 마시자. 너무 느끼한 것도 별로고, 양주 냄새도 싫으면 시바스가 좋겠다. 부드러운 목넘김을 중시하면 단연 발렌이다. 위스키의 깊은 맛을 즐기고 싶을 땐 쟈니만한 12년산도 없다. 위스키 초심자에게는 발렌을 권하고 싶다.
내게 셋 중 딱 하나만 고르라면, 고심 끝에 쟈니를 마시겠다. 시바스는 좀 심심하고, 발렌은 가끔 좀 기름지니까. 하지만 실제로는 셋 다 사서 좋다고 먹고 있다. 대략 시바스 750㎖가 4만원이며 발렌 700㎖는 4만 4000원, 쟈니 700㎖는 4만원이다. 알코올 도수는 셋 다 40도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