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벨룽겐의 노래] 발췌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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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힐트의 초청장은 오빠인 군터 왕의 마음을 기쁘게 했다. 그는 칠 년 동안 동생을 보지 못했다. 미망인이던 크림힐트가 다시 행복하게 살고 있다니 그 모습을 두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다. 또한 아틸라 왕의 초청을 거절하는 것은 무례한 행동으로 비추어질 것이 분명했다. 그는 훈국으로 갈 것을 결정했고 신하들의 의견 역시 모두 같았다. 그러나 하겐만은 예외였다.

"크림힐트 왕비는 전 남편 지크프리트의 복수를 위해 전하를 초청한 거요."

"내 동생이 날 죽이려는 계획이라도 짜놓았다는 말이냐? 참 끔찍한 말이로구나."

"전하께서는 지크프리트를 지켜달라고 부탁하는 크림힐트 왕비의 눈을 본 적이 없지. 나는 죽음 직전에 놓인 이들의 간절한 시선을 무수히 보아왔소. 하지만 살려달라고 외치는 그들의 시선조차도 크림힐트 왕비의 그것만큼 간절하지 않았소. 그녀는 이 세상 전부보다 지크프리트 왕자를 사랑했으니까."

"그녀는 자신의 남편을 참으로 사랑했다. 하지만 그것은 십년 전 일 아니냐? 더군다나 그 일은 내 책임도 아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십대 소녀가 아니오. 전하가 그 일에 연루됐다는 걸 모를리가 없소."

하겐의 언사는 군터 왕의 기분을 심히 얹짢게 했다. 지크프리트를 죽인 이후로 하겐은 더 이상 부르군트 왕궁에서 환영 받는 인물이 아니었다. 그때 하겐을 처벌했다면 군터 왕이 지크프리트의 죽음과 어떤 관계가 있다는 의혹은 제기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군터 왕이 하겐을 죽이지 않았다. 그는 여전히 자신을 위해 더러운 일을 군말 없이 해줄 무사가 필요했다. 하지만 이 같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피력하는 것은 군터 왕이 기대하는 그 무사에게 기대하던 모습이 아니었다.

"내 동생은 늘 착하고 여린 여자였지."

군터 왕은 이죽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그대는 여인네에게 죽는 것이 두려워 여기 남겠다는 말이군. 자 모두 들어라. 하겐은 여기 남아도 좋다. "

하겐은 군터 왕을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바로 눈 앞에 있는 자신의 왕을 위해서 수 없는 무고한 이들을 죽여왔다. 또한 그는 보답을 바란 적도 없다. 그는 악인이었으나 충직한 인물이었다. 크림힐트와의 맹세를 어기고 비겁하게 지크프리트를 등 뒤에서 찌른 것은 무학인 그가 배운 도덕이자 봉건 시대의 선이었다. 하겐은 군터 왕을 설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침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