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롯데월드타워를 지은 신격호가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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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대한민국 사람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사람은 이건희 회장이 아니라 피겨 선수 김연아의 부모라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부유함이라는 것도 자본주의 사회에서 뭇 사람들이 선망하는 것이지만, 그보다는 잘 키운 자녀를 둔 부모를 더 부러워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신격호 회장은 롯데 그룹이라는 그가 이룬 거대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실상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사람에는 들어가지 못할지도 모른다. 두 형제는 재산을 가지고 다투었고 언론은 가족 간의 이 다툼을 생중계했다. 그 중 한 아들은 자신의 경영권을 위해 아버지가 치매가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해 말 그대로 법원에 '모셔' 왔다. 대한민국에서 그보다 부자인 사람은 거의 없겠지만 치매약 복용 사실부터,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셋째 부인의 모습까지 낱낱히 언론에 까별려 지는 그의 말년은 나 같이 돈이 없는 사람이 보았을 때도 무엇인가 측은하다.

자신의 업적을 사람들이 기억하고 존경해주길 바라는 것은 성공한 사람의 당연한 심리이다. 그는 아마 경영자 1세대로서 기업보국을 이룬 위대한 기업인으로서 이름이 남기를 희망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나 같은 일반 사람의 뇌리에 기억나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신격호 회장의 이미지는 전술한 복잡한 가정사다. 그리고 하나 더 있다. 본인의 설명에 따르면 '고궁 밖에 볼 것이 없는 조국'에 하나 남겨 주고 싶다는 관광 유산. 그리고 개인적으로 보았을 때는 그가 죽기 전 자신의 흔적을 남기기 위해 선택한 대한민국 최대의 건축물 롯데월드타워다.

시작부터 문제가 많았던 건축물

월드타워는 그 시작부터 정권의 특혜를 받아 건축된 건물로, 좀 미안한 말이지만 그 자체로 정경유착의 살아있는 유산이다. 민주화 투자 출신의 김영삼, 김대중, 그 양김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때는 서울공항의 활주로, 즉 국가 안보 문제로 허가가 나지 않았다. 가까스로 허가가 난 것은 '비즈니스 프렌들리'를 외치던 MB 정권 때이다. 일반적으로 보수 성향을 가진 군 조직, 공군에서조차도 당시 MB를 두고 군 통수권자도 아니라는 비난이 폭주했다. 항공기는 불과 1.6km 떨어진 거리에서 롯데월드타워를 지나간다. 최소 안전 거리인 1.9km에도 못 미친다. 오죽하면 성남공항의 파일럿들은 이제 곡예 비행을 배워야 한다는 소리까지 나왔을 정도니까. 더군다나 지금은 초고층 건물 때문에 난류가 발생해 비행 안전을 심각히 위협한다. 그 무엇보다도 중요시되어야 할 국가 안보가 보수 정권의 손에서 심각하게 침해된 것이다.

안전 문제 역시 마찬가지다. 공사 기간 중 안전 사고 이슈가 끊이질 않았다. 롯데 측은 연관이 없다고 말하지만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석촌 호수의 수위 저하와 씽크홀도 어딘가 찜찜하다. 수족관 누수나 영화관 진동 문제도 그렇고 툭하면 떨어지던 인테리어도 그렇다. 더군다나 만약 테러나 화재 발생 시 대피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무려 1시간 58분이라고 한다.

주관적이긴 하지만 디자인 역시 그렇다. 초창기 신격호 회장이 채택한 디자인을 보면, 파리의 에펠타워와 그 모습이 똑같다. 서울 한복판에 거대한 에펠타워 이미테이션이 건립된다는 '국격 손상'은 가까스로 면하긴 했지만 실상 롯데월드타워가 누가 보아도 아름다운 건축물인지는 의문이 남는다. 종종 집 근처에 온 외국인 친구들에게 이 건물을 보여주는데 아쉽지만 좋은 반응보다 그렇지 않은 반응이 더 많다. 누군가는 옥수수를 닮았다고 하다 대체적인 평은 뚱뚱하다는 것이다. 성인용 딜도를 연상시킨다는 말도 들어봤다.

준비 과정에서 고스란히 드러난 롯데그룹의 이기주의

롯데 월드몰은 롯데 측의 언질에 따라 미리 상품을 구입하고 종업원을 채용했다가 잦은 안전 사고 발생으로 인해 제때 개점을 하지 못한 덕분에 수 많은 롯데의 협력 업체에게 극심한 손해를 안겼다. 일부 협력 업체들은 다른 롯데백화점이나 롯데몰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이익을 걱정해 제대로 된 법적 대응도 하지 못했다.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지금도 롯데월드몰에 입점만 하면 고수익이 보장된다는 약속을 믿고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가 높은 최저 임대료를 버티지 못하고 손해만 본 채 나가는 임차인들이 한 둘이 아니다.

피해를 본 사람들은 롯데 그룹과 직접 계약을 체결한 이들 뿐만이 아니다. 벌써 잠실 인근의 땅 값은 상승이 아니라 하락하고 있다. 이미 주민들에게는 반혐오 시설에 가까운 취급이다. 롯데월드타워를 비롯한 롯데월드몰의 위치는 구조상 잠실역 사거리를 중심으로 교통이 몰리는 구조로 2권역, 3권역 지역에서 오는 시내버스들의 집결지이자 2권역 광역버스의 회차지점으로도 사용되는 곳이다. 잠실역 사거리는 평소에도 교통체증이 심한 곳인데 아예 교통 지옥을 열어버렸다. 안보 상 중요한 공항의 운용을 방해하면서 만든 건물의 결과물이 고작 이것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절 사과하는 모습을 보여준 적이 없다.

과연 제대로 운영은 될까

과연 제대로 영업이 될 수 있을지, 물론 남의 회사를 미리 걱정할 필요는 없지만 매일 이 건물을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그것도 자못 궁금하다. 이름부터 롯데월드타워다. 이름에 롯데가 들어가있는데, 삼성이나 엘지 같은 다른 대기업 그룹 집단 계열사가 임차인으로 이 타워에 선뜻 들어올 수 있을까? 구글이나 애플 같은 세계 유수의 기업들을 임차해 종로와 여의도, 강남에 이은 제 4의 상업 지구를 탄생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워놓은 것으로 알고 있는데, 생각보다 잘 진행이 되지 않았는지 벌써 롯데월드타워의 공실률을 걱정하는 기사가 눈에 보인다. 얼핏 들으니 멀쩡히 다른 건물을 잘 쓰고 있는 롯데 그룹 내 계열사들을 반 강제로 우겨 넣고 있다고 한다.

가뜩이나 저조한 부동산 시장이다. 야심차게 개발한 건물이 분양 실패로 비어 있는 사례를 보는 것은 이제 제법 흔한 일이다. 오층 내지 십층짜리 건물도 그러한데 123층짜리 이 건물이 텅 비게 된다면 어떠할까? 그 자체로 롯데 브랜드에 대한 심대한 마이너스이다. 더군다나 만약 모두가 우려하는 것처럼 안전사고라도 난다면, 재계 5위의 롯데발 금융위기가 발생할 수도 있다.

모든 시작은 결국 신격호 회장님 당신 아닙니까?

예전 어떤 소년이 있었다. 그 소년은 찢어지게 가난했다. 그 소년은 그 동네에서 가장 잘 사는부잣집의 소녀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 소녀는 까만 뗏국물이 묻은 그 소년의 사랑에 보답해주지 않았다. 소년은 언젠가 꼭 성공하면 그 소녀의 집처럼 아름다운 집을 짓겠다고 결심했다. 결국 시간이 지나 그 소년은 성공한 사업가가 되었고 노인이 되어 큰 건물을 지었다. 그런데 그 노인이 지은 건물은 요즘 사람들은 모두 촌스럽다고 생각하던 붉은 벽돌집이었다. 노인이 된 소년의 마음 속에는 여전히 어린 시절 그 소녀가 살던 붉은 벽돌집이 가장 아름다운 건물이었던 것이다.

나는 롯데월드타워를 볼 때마다 그 일화가 생각난다. 비단 건축물 뿐 아니라 신격호 회장이 이룬 롯데그룹 전체가 그렇다. 지금도 롯데그룹계열사 어딘가 들어가보면 권위주의 시절 군사 독재자의 초상화처럼 신격 회장의 사진이 걸려 있다. 신격호 회장이 만든 세계, 신격호 회장의 말이 곧 법이었던 롯데그룹. 그 그룹은 어쩌면 여전히 저 94살 된 노인의 옛 회상마냥 구태하게 움직이고 있는 것은 아닐지?

제 4차 산업 혁명이 쟁점이 되는 이 시점에, '초고층 빌딩'을 지어 조국에게 공헌한다는 발상 자체가 사실 세련됐다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은 아닌가 그 생각이 든다. 표면적으로나마 혁신과 변화를 외치는 롯데가 만약 그 돈을 AI 같은 신 사업 R&D에 쏟았다면 어땠을까? 아니면 근로자나 파트너사의 처우를 개선했다면? 소위 친일기업에, 짠돌이 롯데라는 세간의 그 이미지를 바꿀 수도 있지 않았을까? 작년에도 롯데그룹은 공정거래법 적발 사례 1위의 불명예를 안았다. 소상공인 생존권 문제는 물론이요, 끊이지 않는 갑질 논란까지 아직 롯데가 가야 할 길은 먼 것으로 보인다. 신격호 회장은 그런 기업 문화를 만들어 낸 그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하다. 본인의 기대와 달리 사람들에게 존경 받지 못하는 말년의 삶은 어쩌면 여기서 비롯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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